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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정용진이 준비한 '롤스로이스 쇼'...유령처럼 사라진 트럼프 주니어

유통·바이오 채널 르포

정용진이 준비한 '롤스로이스 쇼'...유령처럼 사라진 트럼프 주니어

등록 2025.04.29 21:48

수정 2025.04.29 23:12

조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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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주니어, 정용진 초청으로 29일 저녁 방한7억짜리 롤스로이스 팬텀은 허탕···트럼프 주니어는 따로 준비한 밴으로정용진 및 국내 대기업 총수와의 비공식 만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가 29일 오후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입국하고 있다.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가 29일 오후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입국하고 있다.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신세계그룹이 한밤에 007 작전을 펼쳤다. 트럼프 주니어 동선을 숨기기 위해 초고가 차량 롤스로이스를 이용했다.

29일 저녁,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 조선펠리스 호텔의 의전용 롤스로이스가 번쩍이며 정문 한가운데를 지키고 있었다. 차량은 롤스로이스의 최상위 모델, 팬텀(Phantom)이었다. 수직으로 뻗은 '파르테논 신전' 스타일 크롬 그릴, 보닛 위에 우아하게 솟은 '환희의 여신상(Spirit of Ecstasy)'. 단번에 정체를 드러낸 이 팬텀은 국내 시가만 7억 원을 넘고, 옵션에 따라 10억 원을 호가하는 초호화 리무진이다. 누가 봐도 오늘의 VIP를 위한 무대 세팅이었다.

취재진 24개 매체가 숨죽이고 팬텀 앞을 지켰다. 곧 트럼프 주니어가 저 문을 열고 등장할 것이라 믿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가 29일 오후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입국. 취재진을 피해 다른 출입구로 떠난 직후 의전용으로 준비된 롤스로이스 차량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가 29일 오후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입국. 취재진을 피해 다른 출입구로 떠난 직후 의전용으로 준비된 롤스로이스 차량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검은 모자에 긴소매 셔츠 차림. 전용기에서 모습을 드러낸 트럼프 주니어는, 정문도, 롤스로이스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기자들의 카메라가 일제히 팬텀을 조준하는 순간, 그는 스르륵 옆길로 빠졌다. 별도로 준비된 밴 차량에 몸을 실은 뒤, 공항을 유령처럼 빠져나갔다.

이 유령 같은 사내는, 다름 아닌 최근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였다. 이번 방한은 정용진 회장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정 회장 부부와 비공식 만찬을 시작으로, 트럼프 주니어는 1박 2일 동안 국내 주요 대기업 총수들과 릴레이 단독 면담을 이어간다. 삼성, 현대차, 한화, 네이버 등 미국 시장 비중이 큰 그룹들이 면담 리스트에 올랐다.


팬텀의 천연 가죽 뒷좌석에는 트럼프 주니어 대신 트렁크 가방만 덩그러니 놓였다. 7억일지 10억일지 모르는 리무진도 1000만원짜리 옵션도 결국 짐꾼이 됐다.

"정용진이 진짜 영화 찍었네, 완전 007작전." 현장에서는 실소가 터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가 29일 오후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입국. 취재진을 피해 다른 출입구로 떠난 직후 의전용으로 준비된 롤스로이스 차량에 트럼프 주니어 일행의 가방이 실려지고 있다.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가 29일 오후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입국. 취재진을 피해 다른 출입구로 떠난 직후 의전용으로 준비된 롤스로이스 차량에 트럼프 주니어 일행의 가방이 실려지고 있다.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취재진이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에 대거 몰린 이유는 분명했다. 트럼프 주니어의 공식 첫 장면을 잡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남은 건 텅 빈 롤스로이스 팬텀과, 천천히 빠져나가는 고급 트렁크 가방 행렬뿐이었다.

이날 공항 한복판에는, 환희도 환영도 없이, 팬텀만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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