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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상생금융도 어려운데"···떨고 있는 은행권

금융 은행 배드뱅크가 온다

"상생금융도 어려운데"···떨고 있는 은행권

등록 2025.06.10 11:07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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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부실자산 정리 위한 공적 개입 카드 만지작자금 분담 놓고 은행권 '형평성·지속성' 우려 부각도덕적 해이 우려도 여전···"역할과 책임 명확해야"

"상생금융도 어려운데"···떨고 있는 은행권 기사의 사진

새 정부 출범 이후 배드뱅크 설립 논의가 고개를 들면서 은행권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이미 상생금융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구조조정 재원 부담까지 높아질 수 있어서다. 배드뱅크의 출자 주체와 손실책임 범위에 대한 논란이 예상되는 가운데 역차별 우려와 도덕적 해이 문제도 핵심 쟁점으로 꼽힌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연체율 상승과 구조조정 지연에 대응하기 위한 배드뱅크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민간 금융회사의 자발적 구조조정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정책적 개입 논의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배드뱅크는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핵심 금융정책 중 하나다. 중·저신용자 지원과 부실자산 구조조정을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정책 기조에 따라 현실화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주도의 부실채권 정리 체계를 개선하거나 별도 특수목적기구(SPV)를 세워 일정 부실자산을 매입하는 방안이 주로 거론되고 있다.

문제는 재원이다. 은행권은 최근 수년간 금융이익 공유제, 청년·서민 금융지원, 기부금 확대 등 각종 상생금융 프로그램에 대한 정부와 여론의 압박을 받아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배드뱅크 출자까지 겹칠 경우 실질적인 자금 여력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출자 따른 재정부담 불가피···금융질서 흔들릴 우려도


배드뱅크가 설립될 경우 시중은행을 포함한 민간 금융기관의 출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명확한 원칙 없이 출자를 요구받는다면 사실상 또 다른 사회적 부담을 떠안는 셈"이라며 "은행권의 상생금융 기여금 규모가 매년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배드뱅크까지 책임지라고 하면 현장에선 버겁다는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배드뱅크 논의가 선심성 정책에 가깝고 반복적인 일회성 출자 요구로 이어질 수 있다는 회의적 시각도 적지 않다. 특히 정부 주도로 부실채권을 매입하면 도덕적 해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부실관리 역량이 취약한 은행과 성실한 채권관리를 해온 은행 간 형평성 문제도 논란이 될 전망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새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인 만큼 겉으로 드러나는 반발은 없겠지만 일회성으로 은행에 부담을 전가한 뒤 정작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며 "한 번쯤은 출자를 감내할 수 있다 해도 선심성 정책들이 반복되면 은행의 수익성에도 직격탄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자도 제대로 안 낸 차주의 채권을 정부가 떠안고 성실하게 상환한 고객은 아무 혜택도 못 받는 구조가 반복되면 금융 질서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배드뱅크 방식의 구조조정이 실제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손실 분담 원칙이 얼마나 명확히 정립될 수 있을지도 안갯속이다. 과거 유사한 방식의 정책 추진 사례에서도 은행 간 역할 분담과 손실 책임을 둘러싼 마찰이 반복돼 왔기 때문이다.

지난 2023년 캠코는 자체재원 및 민간자본을 활용한 PF사업장 정상화 지원펀드를 조성하고 연체율 증가와 PF 대출 리스크에 대응했다. 하지만 당시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캠코의 부동산 PF 정상화 지원 펀드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는 운용 방식과 손실 분담 역할에 대해 은행권 내부에서 다양한 이견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단순 자산 분리만으론 안 돼···정교한 정책설계 필요



단순히 부실자산을 떼어내는 것만으로는 금융기관의 건전성과 대출여력을 충분히 회복시키지 못한다는 의견도 있다. 자본이 유지되는 상황에서는 나쁜 자산이 줄더라도 추가 대출 여력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 국제결제은행(BIS)은 유럽 15개국 135개 은행(2000~2016년 기준)을 대상으로 자산 분리만 진행한 경우와 자산 분리와 재자본화를 병행한 경우의 성과 차이를 비교해 이 같은 결론을 냈다. 정부나 민간의 추가적인 자금 투입 등 재자본화가 병행돼야 부실자산 정리 효과가 크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특히 BIS는 정부가 주도하는 방식보다 민간 자본이 주도하고 정부는 보완 역할을 하는 구조가 효과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자산 분리 규모가 작고 법·제도 시스템이 효율적인 나라일수록 효과가 더 컸다는 분석도 포함됐다. 문제는 자본비율 관리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국내 은행권이 공적 출자와 재자본화 요구에 현실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배드뱅크 설립에 대한 은행권의 입장은 정부와 민간(은행)이 자금을 얼마나 나눠서 부담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부실이 많지 않은 대형은행 입장에선 남의 부실 정리에 돈을 내라고 하면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은행마다 부실 규모나 손실 처리 기준이 다른데 출자 비율을 똑같이 정한다면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은행연합회는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내부적으로 회원사들과 배드뱅크 관련 쟁점을 취합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관계자는 "배드뱅크 설립은 단순한 구조조정 도구를 넘어 금융산업의 사회적 책무를 다시 정립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은행 입장에선 명확한 역할 구분과 손실 책임의 범위가 사전에 정리되지 않으면 대응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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