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6월 13일 금요일

  • 서울 20℃

  • 인천 19℃

  • 백령 17℃

  • 춘천 25℃

  • 강릉 23℃

  • 청주 19℃

  • 수원 20℃

  • 안동 18℃

  • 울릉도 19℃

  • 독도 19℃

  • 대전 19℃

  • 전주 21℃

  • 광주 21℃

  • 목포 20℃

  • 여수 20℃

  • 대구 19℃

  • 울산 20℃

  • 창원 21℃

  • 부산 20℃

  • 제주 23℃

유통·바이오 3대 목장·유학파·스마트팜··· NS홈쇼핑과 청년농부의 신선식재료 실험

유통·바이오 채널 르포

3대 목장·유학파·스마트팜··· NS홈쇼핑과 청년농부의 신선식재료 실험

등록 2025.06.12 20:21

조효정

  기자

ai 아이콘
AI한입뉴스

OpenAI의 기술을 활용해 기사를 한 입 크기로 간결하게 요약합니다.

전체 기사를 읽지 않아도 요약만으로 핵심 내용을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공유

3일간 연희동 소규모 레스토랑에서 선보인 미래 농업 트렌드젊은 농부들과 셰프, 유통의 새로운 협업 모델쿠킹클래스부터 전국단위 푸드페스타로 확장 기획

12일 오전 서울 연희동 'NEW FARMERS RESTAURANT' 팝업 현장에서 청년농부 김도혜(양대파), 박세현(표고·목이버섯), 곽진영(저지우유·치즈) 씨가 식재료 협업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조효정기자12일 오전 서울 연희동 'NEW FARMERS RESTAURANT' 팝업 현장에서 청년농부 김도혜(양대파), 박세현(표고·목이버섯), 곽진영(저지우유·치즈) 씨가 식재료 협업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조효정기자

서울 연희동 한복판, 조용한 주택가 골목 안 좁은 공간에 특별한 식탁이 차려졌다. 기자가 찾은 12일 점심시간, 유리문에 소박하게 붙은 'NEW FARMERS RESTAURANT' 간판 아래로 상큼한 풀 향이 흘러나왔다. 테이블 위에는 천연염색 보자기에 감싼 피클병과 함께 옥수수, 표고버섯, 로메인 상추, 주황빛 살구가 정물화처럼 놓여 있었다. NS홈쇼핑이 6월 11~13일 단 3일간 선보이고 있는 팝업 레스토랑이다.

이번 실험 장소로 연희동을 고른 것도 상징적이다. 오래전부터 이곳은 요리연구가들이 모여 활동해온 동네다. 다양한 식문화 실험이 축적된 이 공간 속에서 청년농부들의 새로운 식재료 실험도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공간은 크지 않지만 섬세하게 꾸며졌다. 표고버섯 물로 천연염색한 키친크로스와 핸드메이드 도자기 피클통은 황예지 작가의 손끝에서 탄생했다. 테이블마다 식사의 원재료가 작은 정물화처럼 장식돼 있어 식탁이 하나의 전시 공간처럼 느껴졌다. 얼갈이 물김치로 입맛을 열고, 표고·목이버섯 와사비장, 로메인 새비체, 닭날개 백숙, 토마토 스튜, 옥수수와 양대파 솥밥이 코스처럼 차례로 이어졌다. 정갈하게 차려진 한 상 위로 신선한 식재료의 향이 잔잔히 퍼졌다. 참가자들은 농부와 디렉터의 설명을 들으며 음식을 맛봤다.

청년농부들이 직접 키운 토마토, 애호박, 꽈리고추 등으로 만든 스튜가 테이블에 올랐다. 식탁 위에는 꽃처럼 연출한 원재료 장식과 천연염색 보자기에 감싼 피클이 함께 놓여 시각적 즐거움도 더했다. 이다빈 푸드디렉터와 청년농부들이 메뉴 구성부터 플레이팅까지 함께 설명하며 팜투테이블의 의미를 전했다. 사진=조효정기자청년농부들이 직접 키운 토마토, 애호박, 꽈리고추 등으로 만든 스튜가 테이블에 올랐다. 식탁 위에는 꽃처럼 연출한 원재료 장식과 천연염색 보자기에 감싼 피클이 함께 놓여 시각적 즐거움도 더했다. 이다빈 푸드디렉터와 청년농부들이 메뉴 구성부터 플레이팅까지 함께 설명하며 팜투테이블의 의미를 전했다. 사진=조효정기자

"아무리 가공 기술이나 레시피가 좋아도, 원재료가 좋지 않으면 그건 사기죠. 기만이라고 생각한다"며 식사를 앞두고 이다빈 푸드 디렉터가 농담 섞인 말투로 웃으며 말했다. 그러나 그의 말에는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신선한 식재료야말로 모든 맛의 시작이라는 확신이다.

이번 팝업의 주인공은 바로 청년농부들이다. 경기도 평택에서 3대째 유흥목장을 운영 중인 곽진영 씨는 저지우유라는 희소한 품종으로 목장의 부가가치를 확장하고 있다. 도시 개발로 목장들이 사라지는 상황 속에서도 이탈리아에서 젤라또 제조법을 배우고 돌아와 저지우유 젤라또, 치즈, 라떼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인다.

경기도 수원 출신 박세현 씨는 부모님이 농업과 전혀 무관했지만, 농업이 좋아 스스로 충남 청양에 정착했다. 표고버섯과 목이버섯을 중심으로 재배를 시작했고, 지역 공동출하조직의 도움을 받아 안정적으로 농업 기반을 잡았다.

'양대파'를 키우는 김도혜 씨의 실험도 주목받고 있다. 고등학생 시절 직접 품종을 개발해 특허까지 냈고, 이후 한국농수산대학을 졸업하며 본격적인 사업화에 나섰다. 양파의 단맛과 대파의 형태를 모두 갖춘 신개념 채소로, 고급 레스토랑과 고깃집 등에서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김 씨는 여름재배에 도전했다가 실패도 겪었지만, 앞으로는 가공식품으로 확장하려고 준비 중이다.

정찬수 씨는 미국 유학을 거쳐 특수용접 엔지니어로 일하다 귀농을 선택한 독특한 이력의 농부다. 미국에서 경험한 자동화 기술을 농업에 접목해 스마트팜 시스템을 구축했다. 로메인 상추를 재배하며 온습도, 영양 농도 등을 정교하게 제어하고 있다. 현재 예비 귀농인들을 대상으로 농업 컨설팅도 진행 중인 정씨는 "장기적으로는 미국 썬키스트처럼 농민이 스스로 조직하는 협동조합 모델을 꿈꾼다. 제 아들도 농업을 이어받고, 그다음 세대까지 지속되는 농업을 만들고 싶다"는 원대한 꿈을 밝히기도 했다.

청년농부 정찬수 씨가 팝업 레스토랑 현장에서 손님에게 로메인 새비체 플레이팅을 선보이고 있다. 정씨는 스마트팜 시스템을 활용해 로메인 상추를 재배 중이다./사진=조효정기자청년농부 정찬수 씨가 팝업 레스토랑 현장에서 손님에게 로메인 새비체 플레이팅을 선보이고 있다. 정씨는 스마트팜 시스템을 활용해 로메인 상추를 재배 중이다./사진=조효정기자

이들의 농업은 단순히 재배에 머물지 않는다. 직접 기획하고 실험하며, 스스로 시장을 개척하는 '농업 개발자'에 가깝다. NS홈쇼핑이 이 실험을 기획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순한 판로 지원을 넘어 농부와 소비자를 입체적으로 연결하는 식품 생태계 플랫폼으로 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청년농부가 생산하고, 셰프가 요리로 스토리를 입히고, 홈쇼핑이 유통과 콘텐츠를 연결하는 구조다.

NS홈쇼핑은 이번 실험을 일회성으로 끝내지 않는다. 이 공간은 앞으로 쿠킹클래스, 신제품 개발 워크숍, 셰프-농부 협업의 장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오는 9월에는 더욱 확장된 무대가 열린다. NS홈쇼핑과 익산시가 공동 주관하는 '2025 NS 푸드페스타'가 9월 26일~27일 익산 제4산업단지 하림 퍼스트키친에서 개최된다. 4회째를 맞는 이 축제에는 요리경연, 쿠킹클래스, 향토음식 체험관, 스타트업 경진대회까지 전국의 식품 스타트업과 청년농부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NS홈쇼핑 관계자는 "이번 프로젝트는 세대 교체를 선도하는 청년농부들의 모임이다. 기존 푸드페스타가 요리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생산자, 가공자, 요리자 모두가 모여 지속가능한 농업 생태계를 만드는 작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런 생태계가 커져야 저희 NS홈쇼핑도 함께 살아남을 수 있다. 청년 농부들을 응원해 달라"고 말했다.


ad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