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건설사 상반기 정비 수주 26조원 돌파건설사 현금 동아줄, '청약경쟁률' 회복 관건
2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10대 대형 건설사 가운데 올 상반기 현재 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 수주 실적이 1조원을 넘어선 기업은 삼성물산·현대건설·DL이앤씨·GS건설·포스코이앤씨·롯데건설·HDC현대산업개발(이상 시공능력평가 순) 등 7개 사에 달한다. 10대 건설사의 상반기 합산 수주액은 26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지난해 동기 실적(9조8000억원)의 2.6배이자,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였던 2022년(20조원)보다도 6조원 이상 많다.
특히 시평 1위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래미안(RAEMIAN)'을 앞세워 도시정비사업 수주고를 무섭게 늘리고 있다. 한남4구역(1조5695억원), 신반포4차(1조310억원), 장위8구역(1조1945억원) 등 서울 대형 사업지에서 시공권을 잇달아 잡아 내면서 상반기 현재 5조213억원을 달성해 최상위권에 올라 있다.
삼성물산은 과거부터 노른자 현장만 노려온 만큼 불경기에도 남다른 분양 성공률을 자랑한다. 삼성물산이 연초 마수걸이 분양한 서울 서초 래미안 원페를라(방배6구역 재건축사업)는 일반분양에서 평균 151.62대 1의 경쟁률로 흥행 대박을 기록했고, 하반기에도 흥행 보증 단지로 손꼽히는 반포동 래미안 트리니원(반포3주구) 분양을 준비중이다.
현대건설은 올해 5조1987억원의 정비사업 수주 실적을 올리고 있다. 하반기에는 압구정2구역과 성수1구역 등 관심 사업지에서 추가 수주를 노린다. 분양 실적을 보면 컨소시엄으로 시공에 참여한 인천 시티오씨엘 7단지를 제외하면, 조기 대선 정국이던 4월과 5월 야심차게 분양한 힐스테이트 용인마크밸리(평균 0.46대 1)와 은평구 힐스테이트 메디알레(대조1구역, 평균 11대 1)가 각각 대형 미달과 선방이라는 상반된 결과를 냈다.
내달부터는 의정부 힐스테이트 회룡역파크뷰, 힐스테이트 둔산, 힐스테이트 사직, 힐스테이트 가야, 광명 11R구역 등 전국에 걸쳐 현대 힐스테이트 신규 분양이 이어질 전망이다.
DL이앤씨는 지난 6개월간 2조6830억원의 정비사업 수주고를 쌓았다. '원가절감, 수익성 최우선'의 경영 기조를 견지하면서도 상반기에 정비 수주 실적이 전무했던 지난해와는 대조적인 결과를 낸 점이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총공사비만 1조7584억원인 한남5구역 재개발사업을 비롯해 연희2구역과 장위9구역 등 서울 수주에 집중한 결과다.
올해 분양한 단지 중에선 아산 탕정 e편한세상 성성호수공원과 부천 e편한세상 대장 퍼스티움(신혼희망타운)이 높은 청약률로 흥행했지만, e편한세상 동대구역 센텀스퀘어는 대거 미달이 나와 고민거리다. 현재 서울 서초동에서 시공 중인 아크로드서초(신동아 재건축) 프로젝트 등이 연내에 분양될 예정이다.
GS건설은 정비사업에 다시 집중하는 전략으로 방향을 완전히 잡은 모습이다. 올 1분기 회사 총수주액 4조6553억원 중 약 3조9000억원이 주택·건축 부문에서 나왔고 이 가운데 정비사업 수주액은 2조1949억원이다. 1월부터 석 달간 부산 수영1구역과 서울 중화5구역, 봉천14구역, 상계5구역 등을 잇달아 따내며 기세를 올렸고, 향후 잠실 우성1·2·3차(우선협상대상)와 신당10구역(HDC현산 컨소 구성) 등에서 수의계약이 유력하다.
GS건설은 하반기에 성수전략정비구역 1지구(성수1구역)을 비롯해 서초 진흥아파트, 송파 한양2차, 쌍문역 서측 공공주택 복합 사업, 부산 사직3구역 등에서 입찰 참여를 저울질하고 있다. 분양 예정단지로는 양산자이 파크팰리체와 아산탕정자이 센트럴시티(A2BL)가 내달 초 분양을 확정했고 안양상록, 광명 철산역 자이 등도 신규 분양을 앞두고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올 들어 5조302억원의 정비사업(리모델링 포함) 수주 실적을 기록해 업계 2위에 올라있다. 이수 극동·우성 2·3단지 리모델링 사업(1조9796억원)과 성남 은행주공아파트 재건축 프로젝트(1조2972억원) 등 서울·수도권 사업지에서 대형 사업을 연거푸 따냈다.
포스코이앤씨의 분양 물량으로는 연초 단행한 더샵 라비온드(전주 기자촌 재개발사업)가 평균 26.1대 1로 흥행 대박을 기록했고, 고양 더샵 포레나(한화 건설부문 컨소시엄)와 포항 힐스테이트 더샵 상생공원 1단지(현대엔지니어링 컨소) 등도 무난한 청약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부산 더샵 당리센트리체는 기대 이하의 청약 결과를 받았다. 포스코이앤씨는 이달 말 대구 어나드 범어 분양을 앞두고 있다. 대구 사일동 주상복합, 서울 신길5동 지주택 사업 및 신반포 21차 재건축 단지 등의 일반분양은 10월경 진행될 예정이다.
롯데건설(2조5354억원)과 HDC현대산업개발(2조2262억원)도 상반기 현재 2조원이 훌쩍 넘는 정비사업 수주고를 쌓고 있다. 반면 시평 3위 대우건설은 군포 1구역 재개발사업(2981억원)과 서울 서초 강남원효성빌라 재건축사업(3387억원)에서 총 6368억원을, 9위 SK에코플랜트는 중랑구 면목7구역(현대건설 컨소, 합산 5958억원) 한 곳 수주에 그친다. 이 밖에도 주택사업 수주 중단을 선언한 현대엔지니어링은 정비사업 수주 실적이 없었다.
한편 롯데건설이 지난 2월과 3월 분양한 대전 롯데캐슬 더퍼스트와 김포 풍무역 롯데캐슬 시그니처는 청약 성적이 기대 이하였다. 내달 청약에 나설 예정인 부산 르엘 리버파크 센텀을 비롯해 서울 잠실르엘(신천동 미성크로바 재건축) 등 대단위 분양 결과에 기대를 걸고 있다.
HDC현산은 올해 첫 일반분양 공고를 통해 오는 30일부터 안양 박달동 호현 센트럴 아이파크 분양에 나선다. 다음 달에는 대구의 강남으로 불리는 수성구 범어동 일대에 시공하는 범어 2차 아이파크 일반분양을 준비 중이다.
10대 건설사로 일컫는 ㈜한화 건설부문이 올해 수주한 정비사업지는 단 1곳(신월7동2구역 재개발, 호반건설 컨소시엄)에 불과하다. 이 회사는 지난 수년간 전국에 걸쳐 미분양 적체로 골머리를 앓았고 전사적으로 주택사업 대신 도심 거점 복합 개발, 데이터 센터, 친환경 솔루션 등에 집중하고 있다.
올 초 한화가 분양한 한화포레나 부산덕천3차(평균 2.1대) 또한 1순위 마감에 실패하는 등 미분양으로 남았지만, 고양 더샵포레나(포스코이앤씨 컨소)는 평균 4.73대 1로 비교적 선방했다. 신규 분양을 앞둔 현장으로는 한화포레나 울산무거(816가구), 한화포레나 부산당리(543가구), 힐스테이트포레나 진주(1032가구) 등으로 확인된다.
A 건설사 분양팀 관계자는 "기준 금리 인하가 대출 금리나 조달 금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전반적으로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리라 기대하고 있다"며 "상반기에 한꺼번에 미뤘던 분양 일정을 다시 저울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분양을 준비 중인 단지가 많지만, 상당수가 경기권 외곽과 지방에 몰려 있어 고민은 여전하다"며 "초기 청약률보다는 준공까지 계약 마감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전했다.

뉴스웨이 권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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