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 가격 조정 논의···수익성 타격 현지 공장 없는 식품사 '가격 인상·경쟁력 저하' 딜레마CJ제일제당·농심 현지 생산 기반 상대적 여유
1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오는 7일부터 한국산 라면 등 식품에 15% 관세를 적용한다. 당초 예정됐던 25%보다는 낮지만 기존 무관세나 지난 4월 적용된 10%보다 높아졌다. 업계로서는 여전히 부담이 크다.
삼양식품은 전량을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고 있다. 해외 공장이 없고 미국 법인 의존도가 높아 관세 인상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다. 지난해 미국 법인 매출은 3868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22.4%를 차지했다. 이에 따라 삼양식품은 월마트와 코스트코, H마트 등 미국 내 주요 유통업체들과 가격 조정 협상에 착수했다. 현재 불닭볶음면의 미국 내 판매 가격은 약 1.7달러다.
삼양식품은 지난 4월부터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관세 인상에 대비해왔다. 수출국 다변화와 판매 채널 확대, 품목 다양화와 함께 가격 인상 방안도 시나리오별로 마련했다. 회사 관계자는 일부 품목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수 있다며 현지 업계 동향을 참고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식품기업들도 미국의 관세 조치를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롯데웰푸드는 지난해 빼빼로 수출액 약 700억원 중 미국 비중이 10% 정도다. 비중은 크지 않지만 뉴욕 타임스퀘어 옥외 광고 등을 진행하며 미국을 전략시장으로 삼고 있다.
오리온은 꼬북칩을 중심으로 미국 2000여개 매장에 입점해 있다. 지난해 미국 수출액은 120억원이다. 회사는 꼬북칩 매출이 400억원을 넘기면 현지 공장 설립도 검토할 계획이다.
김치 수출 1위 기업인 대상은 관세 부담을 덜기 위해 대응 방안을 찾고 있다. 2022년 미국 LA에 공장을 세우고 2023년 현지 식품기업 럭키푸즈를 인수하며 현지 생산 역량을 강화했지만 여전히 수출 물량이 더 많다. 종가 김치의 지난해 수출액은 약 1316억원이며 이 중 38%가 미국 수출이다. 대상은 현지 생산 확대와 수출국 다변화 등을 검토 중이다.
반면 CJ제일제당과 농심은 상대적으로 영향이 적다. CJ제일제당은 2019년 미국 슈완스컴퍼니를 인수하며 현지 생산 기반을 확보했고 현재 미국에 20여 개 공장을 운영 중이다. 농심도 미국에 두 개 공장을 두고 라면을 현지에서 생산하고 있다. 일부 스낵 제품은 수출 중이지만 규모가 작아 별도의 대응은 계획하고 있지 않다.
미국의 관세 인상으로 수출기업들의 수익성은 위협을 받게 됐다. 제품 가격을 올리면 수익은 방어할 수 있지만 그만큼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기업일수록 부담이 크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지 공장이 없는 대형 수출업체는 관세 적용 시 수익성에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가격 인상 외에는 뚜렷한 대응책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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