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 4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식품 및 유통기업들과의 간담회를 열고 물가안정 방안을 논의했다. 7월 24일 기획재정부와 농식품부가 함께 주요 식품기업을 소집해 최근의 가공식품·외식 물가 동향에 대한 업계 의견을 청취했다. 8월 11일에는 더불어민주당 물가대책TF가 16개 식품사를 직접 불러 가격 인상 자제를 공식 요청했다. 이 일련의 흐름은 '논의'보다는 '방향 제시'에 가까운 형태로 비쳐진다.
물가 상승 억제의 필요성에는 이견이 없다. 지난달 식품·외식 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3.5% 상승하며 1년 만에 가장 가파른 오름세를 기록했다. 생계비 부담이 실질적 위협으로 작용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개입은 정책적 책무일 수 있다.
그러나 식품기업의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원재료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 인건비 부담, 고환율·고관세 환경, 내수 부진 등 복합적 악재가 겹치면서 기업들은 성장을 논하기는커녕 현상 유지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현재 국내 식품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5% 안팎에 불과하며 해외 매출 비중이 낮은 기업의 경우 이보다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심지어 롯데웰푸드, CJ제일제당 등 주요 대기업조차 이익이 전년 대비 큰 폭으로 후퇴했다.
그럼에도 업계는 정부 기조에 호응하며 일정 수준의 가격 인하 및 프로모션에 나섰다. 동서식품, 농심, 남양유업, 빙그레 등 주요 업체들이 우유, 라면, 커피, 빵 등을 중심으로 최대 50%에 달하는 할인 행사를 진행했고 CJ제일제당과 대한제당, 삼양사 등은 설탕 B2B 거래 가격 인하를 단행했다. 기업들은 손익을 감수하면서까지 정부 정책에 협조한 셈이다.
문제는 그 이후다. 간담회 현장에서 식품업계는 연구개발(R&D) 지원, 해외 물류거점 마련, 플랫폼 시장 내 공정 경쟁 환경 조성 등 다수의 제언을 전달했지만, 이에 대한 정부의 실질적 피드백은 아직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 감사를 전하는 몇 마디 말 외에는 업계가 체감할 수 있는 정책적 반응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정부가 민간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고자 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정책적 지원이 병행되어야 한다. 명분만으로 지속 가능한 협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당장의 물가 억제를 위해 가격을 누르는 방식은 결국 원가 압박이 누적되어 반사적인 가격 인상으로 되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업계의 협조를 일회성 성과로 소비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 파트너십으로 전환해야 한다.
'명마도 당근을 보고 달린다'는 말이 있다. 식품업계가 허리띠를 졸라매며 정부 기조에 호응하고 있다면 정부 또한 기업이 지속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현실적인 인센티브와 제도적 기반을 제시해야 할 시점이다. 그래야 '요청'이 진정한 '협력'으로 전환될 수 있다.

뉴스웨이 서승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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