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건설사, 정비사업 중심···지주택 참여는 제한적토지확보율 95% 이상돼야 사업 참여···삼성물산 '0건'지주택으로 외연 확대한 서희건설, 누적 80여개 단지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10대 대형 건설사들이 그동안 착공한 지주택 사업은 총 58곳(2015년 이후 착공 건수 기준)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포스코이앤씨(E&C)가 13곳, 다음으로 현대엔지니어링(12곳), 현대건설(10곳), DL이앤씨(9곳) 순이다.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은 각각 4곳, SK에코플랜트는 3곳, GS건설은 1곳에 그친다. 반면 서희건설이 2015년 이후 단독으로만 53곳을 착공한 사실이 눈길을 끈다.
현대건설은 한때 지주택 시장을 선도하며 2017년 한 해에만 7곳의 지주택 사업을 수주했다. 오산갈곶동, 동작구 사당동, 힐스테이트 녹양역 등을 포함한 총 7개 사업에서 시공을 맡았다. 계열사인 현대엔지니어링도 2012년 서울 동작구 상도동 1차 사업을 시작으로 지주택 시장에 진출해 전국에서 1만3039가구를 공급했으며, 2022년 기준으로는 서울·대구·부산·광주 등에서 약 5908가구 규모의 조합 사업을 시공하거나 인허가를 진행 중이었다.
또 서울 동작구에서는 지주택 사업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GS건설과 대우건설이 각각 주요 사업을 따냈다. GS건설은 그간 지주택 참여가 두드러지지 않았으나, '상도스타리움(현 동작센트럴자이)' 사업에서 4683억 원 규모의 도급 계약을 체결하고 2003세대 규모의 단지 건설에 나섰다. 대우건설도 동작구 본동 441번지 일대에서 930가구 규모의 '노들역 푸르지오' 지주택 사업을 추진 중이며, 2025년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최근 10년간 지주택 사업 실적이 전무하다. 재건축·재개발 등 대규모 민간 정비사업과 해외 플랜트, 상업시설 등 수익성과 브랜드 가치 제고 효과가 큰 사업에 집중해 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주택은 토지 확보 지연, 조합 내 갈등, 인허가 지연 등으로 사업 리스크가 높고 수익성도 불확실해 대형사들이 선뜻 참여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 때문에 지주택에 참여하는 건설사들조차 계약 체결 시 토지 확보율을 95% 이상으로 제한하고, 사업 불확실성과 분쟁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형사들이 소극적 행보를 보이는 사이, 서희건설은 지주택을 외연 확장의 발판으로 삼았다. 지난 2008년 첫 진출 이후 누적 80여개 단지, 10만여 가구를 수주하며 지주택 분야에서 확실한 입지를 구축했다. 특히 2015년 이후 착공 건수만 53건으로, 같은 기간 10대 대형 건설사 전체 착공 실적과 맞먹는 규모다.
서희건설은 공공주택 사업보다 수익성과 성장 가능성이 큰 틈새 시장으로 지주택을 주목했다. 이를 통해 단기간에 사업 규모를 키우고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확보하면서 시공능력평가 순위까지 끌어올렸다. 2002년만 해도 110위에 불과했던 서희건설의 시평 순위는 2020년 33위에서 2024년 18위로 뛰어오르며 4년 만에 15계단이나 상승했다. 올해는 이보다 2계단 오른 16위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지주택 사업에서 창출된 수익성이 순위 급등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서희건설이 지주택을 발판 삼아 몸집을 키운 건 사실이지만, 최근 규제 강화와 조합 내 갈등, 사업성 논란이 겹치면서 대형사들이 쉽게 시장에 뛰어들지 않는 배경도 명확하다"며 "앞으로도 지주택은 중견사 중심의 틈새시장에 머물 가능성이 크고, 대형사들은 리스크가 낮은 정비사업과 공공주택 분야에 무게를 둘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웨이 김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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