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 가속에 예금 인출 속도↑···유동성 리스크 확대시장성 증권 외 대출채권까지 담보 인정···비상자금 창구 확보금통위 의결 거쳐 긴급여신 가능···내달 2일부터 제도 시행
1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금융통화위원회는 '한국은행의 금융기관 대출채권을 담보로 하는 긴급여신에 관한 규정'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기존 시장성 증권을 담보로 한 상시대출제도에 더해 필요 시 금융기관의 대출채권을 담보로 추가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는 창구가 새로 마련됐다.
한국은행은 금융기관이 자금조달과 운용의 불균형으로 유동성이 악화되거나 전산 장애 등으로 일시적인 지급자금 부족이 발생한 경우 한은법 제65조에 근거해 긴급여신을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은행은 금융의 디지털 전환으로 정보 확산 속도가 빨라지면서 예금 인출이 단기간에 집중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2023년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은 소셜미디어를 통한 불안 심리 확산으로 이틀 만에 예금의 85%가 인출됐고, SVB 영국법인에서도 하루 만에 30%의 예금이 빠져나간 사례가 있었다. 한국은행은 이러한 상황에 대비해 금융기관 자산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대출채권을 사전에 확보해 활용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주요 내용으로는 대출채권의 사전수취 절차가 핵심이다. 한국은행은 금융기관이 주기적으로 제출하는 대출채권 정보를 바탕으로 적격요건 심사와 담보인정가액 산정 등을 사전에 상당 부분 완료해, 위기 발생 시 신속하게 담보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긴급여신이 실제로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금융통화위원회 의결을 통해 대상 기관, 대출한도, 금리, 대출기간 등 구체적인 조건을 결정한다.
담보로 인정되는 대출채권의 범위는 우선 법인기업의 부동산담보대출과 신용대출로 한정된다. 주택담보대출은 제외되며, 차주의 신용등급이 BBB-등급 이상이거나 예상부도확률이 1.0% 이내인 경우만 인정된다. 상호연계 위험을 막기 위해 금융회사나 특수관계자에 대한 대출채권은 제외되고, 신용위험을 고려해 선순위 대출만 담보로 활용된다. 한국은행은 제도 시행 이후 단계적으로 담보 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다.
아울러 한국은행은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모의훈련도 진행할 예정이다. 2023년 미국 은행 위기 당시 일부 은행이 담보 평가와 실무 준비 부족으로 재할인 창구를 제때 활용하지 못했던 점을 교훈 삼아, 한국은행과 금융기관이 사전에 운영 절차를 충분히 숙지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은행은 이 제도를 통해 금융시스템 안정성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은행 자산의 약 69.8%를 차지하는 대출채권을 담보로 활용해 대규모 유동성 공급 기반을 마련할 수 있고, 금융기관은 시장성 증권을 급하게 매각하지 않고도 비상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된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올해 말까지 금융기관과의 IT시스템 테스트 등의 사전 준비를 거쳐 내년 1월부터 동 제도를 시행할 예정"이라며 "향후 대출채권 관리방안의 정교화, 모의훈련 지속 등을 통해 대출채권 활용을 통한 유동성 공급 체계를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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