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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 친' 韓경제···리스크 해소에 순풍 예고

연중기획 | 한국경제 망치는 대못을 뽑자

'바닥 친' 韓경제···리스크 해소에 순풍 예고

등록 2025.09.01 08:43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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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회담 성공 이후 경제 회복 기대감 고조 반도체·IT·조선 등 전략산업 수출 전선도 '이상無''APEC 정상회의' 기점으로 회복 흐름 본격화할 것

사진=대통령실 제공사진=대통령실 제공

긴 침체의 터널을 지나온 한국 경제가 반등의 변곡점에 섰다. 새롭게 출범한 이재명 정부의 활발한 행보와 반도체 등 전략산업의 선전이 맞물리면서 대외 불확실성 해소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여기에 20년 만에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까지 임박하면서 하반기 정상궤도 복귀 가능성에 한층 무게가 실리고 있다.

산업계 전반에선 여전히 갈 길이 멀지만, 우리 경제가 바닥을 찍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포착되는 만큼 기회를 잘 살리면 재도약의 발판이 마련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내수 회복과 수출 호조 지속···"올해 1% 성장도 가능"


최근 국내외 기관은 나란히 우리나라를 향한 장밋빛 전망을 제시했다. 내수 회복과 수출 호조 등 미약하지만 바닥을 찍고 돌아서는 흐름이 나타나는 데 주목한 결과다.

먼저 한국은행은 지난달 28일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0.8%에서 0.9%로 높여 잡았다.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사상 최대치인 1100억달러(기존 전망 820억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은이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한 것은 2023년 11월 이후 1년 9개월 만인데,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집행 효과와 산업별 수출 실적 추이를 종합적으로 반영해 도출한 진단이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반도체 수출이 예상보다 더 늘어 수출 전망을 많이 늘려 잡았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유가가 상반기 70달러대 초반에서 하반기 60달러대 중반으로 떨어지는 등 원자재 가격 하락에 수입도 줄어들 것으로 점쳐지며, 해외투자 급증에 본원소득수지 비중도 과거보다 커졌다"고 덧붙였다.

실제 수출은 양호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 발표 자료를 보면 2분기 우리나라의 수출액은 1752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1%, 전기 대비 9.8% 증가했다. 미국 관세 부과와 유가 하락의 악재로 자동차·일반기계·석유화학 등 대부분 품목이 고전했으나, 반도체와 IT·선박이 호조세를 유지하면서 실적을 견인했다.

한은은 이러한 분위기가 지속된다면 당장 3분기 우리나라가 1%대 성장을 달성할 것으로 본다. 이 경우 3분기 국제 순위는 최소 5위권 내로 진입할 공산이 크다.

이지호 한은 조사국장은 "3분기 성장률이 전망보다 더 크게 반등하는지 봐야 한다"면서 "연간 1%대 성장률이 물 건너간 것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다른 나라의 시선도 대동소이하다. 시간차는 존재하지만, 한국이 성장 흐름에 다시 올라탔다는 데 대체로 동의하는 모습이다. 블룸버그 집계를 보면 41개 국내외 기관이 제시한 내년 한국의 실질 GDP 전망치는 평균 1.8%였다. 한은의 전망치 1.6%보다 0.2%p 높은 수치다. ▲골드만삭스(2.2%) ▲JP모건체이스(2.1%) ▲스탠다드차타드(2.0%) ▲BNP파리바(2.0%) 등은 모두 2% 이상의 성장을 예견하기도 했다.

한미 정상회담으로 불확실성 해소···"민관 '원팀'이 얻어낸 성과"



우리나라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는 민관이 공동 대응해 거둬들인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에 기인한다. 장기간 경제를 억누르던 고율의 관세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리스크가 일정 부분 완화될 것이란 기대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과 SK·LG 등 주요 기업은 이재명 대통령의 첫 한미 정상회담에 동행하는 것은 물론, 총 209조원(1500억달러) 규모의 현지 투자 계획을 공식화하며 협상에 힘을 보탰다. 인공지능(AI)부터 조선·에너지를 아우르는 모든 산업 영역에서 미국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면서 상호 성장을 가속화한다는 복안이다.

회담 일정 중 구체화된 내용도 있다. 일례로 HD현대는 미국 조선업 재건을 위해 수십억달러를 투자하는 MOU(양해각서)에 서명했다. '마스가(MASGA,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의 일환인데, 이들은 앵커 투자자이자 기술자문사로서 프로그램 전반을 책임질 예정이다. 또 원자력 분야에선 한국수력원자력, 두산에너빌리티가 엑스에너지, 아마존웹서비스와 소형모듈원자로(SMR)를 위해 손을 잡았고, 대한항공은 보잉사의 차세대 고효율 항공기 103대(137억달러)를 신규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트럼프 미국 행정부도 태도를 바꿨다. 정상회담 직전 우리 정부가 내건 초대형 투자 계획에 한국산 제품 상호관세를 앞서 예고한 25%에서 15%로 낮춰 화답한 게 대표적이다. 명문화하진 않았지만, 미국이 자동차와 반도체·의약품 관세에 대해서도 '최혜국' 대우를 약속함에 따라 우리나라로서는 한시름을 덜었다.

덧붙여 미국과의 이번 담판을 계기로 한국은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과 공급망 재편 국면 속에 존재감을 재차 각인시킨 셈이 됐다. 우리나라가 트럼프 행정부발(發) 관세 리스크에 여러모로 잘 대처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APEC 회의에 전세계 이목 집중···선명해지는 '회복 흐름'



전문가들은 다음달 경주에서 막을 올리는 'APEC 정상회의'를 기점으로 우리 경제 회복 흐름이 한층 선명해질 것이란 관측을 내놓는다. 단순 외교 행사를 넘어 투자·무역 환경 개선, 글로벌 기업과의 교류 확대를 위한 플랫폼이 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특히 행사를 준비하는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은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등 미국 주요 기업인에게 참여를 독려했고, 긍정적인 답변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APEC 회의는 그 어느 때보다 큰 규모의 행사가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 역시 점검회의 중 "한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잘 끝나고 나니, APEC이 본격적으로 가시권에 들어오는 느낌"이라며 "미국과 중국 정상의 참석을 포함해 경우에 따라서는 훨씬 더 큰 국제적 관심을 가질 행사가 되는 것 같다"면서 철저한 준비를 당부했다.

규모만큼이나 파급력도 상당하다. 행사에 1700여 기업인을 비롯해 2만명을 웃도는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장단기적으로 총 7조4000억원대 경제적 효과와 2만4000명의 고용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대외 불확실성 완화와 수출 회복 그리고 APEC이라는 대형 이벤트가 맞물리며 '순풍'이 이미 불기 시작했다"면서 "하반기 한국 경제의 성패는 '위기를 어떻게 기회로 바꾸느냐'에 달려 있다"고 언급했다.

다른 관계자는 "바닥을 찍었다는 신호가 감지되는 만큼 반등의 기회가 분명히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라며 "정부와 기업이 함께 정책 신뢰도를 높이고 산업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낸다면, '일시적 반등'을 넘어 장기 성장 기반을 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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