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대기업 가세에 1세대 플랫폼 위기명품 리커머스, 신뢰 중심 플랫폼 경쟁 본격화정품 검수·배송 시스템 갖춘 새 강자 등장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최근 뷰티·패션 전문 서비스 '알럭스(R.Lux)'에 중고 명품 전용 카테고리 '프리오운드(Pre-Owned)'를 신설하고, 본격적인 리커머스(재판매) 시장 진출에 나섰다.
에르메스·샤넬·루이비통 등 주요 브랜드의 가방·의류·시계 등이 포함되며 제품은 글로벌 명품 플랫폼 '파페치(Farfetch)'를 통해 정품 검수를 거친다. 로켓직구로 4~7일 내 배송되고, 관세·부가세 포함 가격에 무료 반품까지 지원돼 소비자 부담을 줄였다.
쿠팡은 지난해 말 파페치를 인수한 데 이어 올해 알럭스 연동을 통해 명품 직구 사업을 확대해왔다. 중고 명품 진출은 프리미엄 상품군 강화와 함께, 실속 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 트렌드를 겨냥한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머스트잇·트렌비·발란 등 1세대 명품 플랫폼들은 성장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머스트잇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52% 급감하며 적자 전환했고 트렌비 역시 실적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발란은 대규모 미정산 사태 이후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했다.
업계에서는 병행수입 중심 운영 구조가 소비자 신뢰 확보에 취약했다고 본다. 낮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웠지만 정가품 검수 체계 미비로 환불 요청이 늘었고 운영 리스크가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시장 자체는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명품 시장 규모는 약 23조원, 이 중 온라인 유통 비중은 11% 수준이다. 온라인 수요는 매년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의 잇단 가격 인상도 중고 시장 확산을 부추기고 있다.
미국이 스위스산 시계에 39% 상호 관세를 부과한 이후 롤렉스·IWC·예거 르쿨트르 등 주요 시계 브랜드는 국내에서 최대 8% 가격을 인상했다. 주요 브랜드들이 연중 수차례 'N차 인상'에 나서면서 소비자들이 중고 제품을 실질적인 대안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국내 중고 거래 시장이 2023년 26조원, 지난해 30조원에서 올해는 약 43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중 명품·패션 분야는 약 5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의 '가벼운 사치'를 책임질 신뢰 기반 유통망이 핵심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유통 대기업들도 중고 명품 시장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SSG닷컴은 지난 7월 '프리러브드 럭셔리 위크'를 열고 민트급 중고 명품 약 600종을 최대 33% 할인된 가격에 판매했다. 상품은 고이비토·리본즈 등 전문 인증 업체를 통해 검수됐으며 상반기 관련 매출은 전년 대비 90% 가까이 증가했다.
G마켓은 지난 4월 중고 명품 전문업체 '구구스'를 공식 입점시켰다. 구구스는 전국 26개 오프라인 매장, 약 1000만 건의 감정 이력을 갖춘 감정단을 보유하고 있으며 자체 A/S 체계도 운영한다. G마켓에서는 택배뿐 아니라 매장 직접 수령도 가능하게 해 접근성을 높였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플랫폼들이 검수·배송·환불까지 전방위적 역량을 바탕으로 시장에 진입하면서 소비자 신뢰 구조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며 "단순 중개 모델만으로는 더 이상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조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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