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바이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분리매각, 생존 해법? 구조 악화 도박?

유통·바이오 채널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분리매각, 생존 해법? 구조 악화 도박?

등록 2025.12.29 13:45

조효정

  기자

통매각 무산 후 구조조정 전환골든타임 6개월···현금 흐름 관건메리츠금융 선택, 회생 성패 가를 변수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중인 홈플러스가 결국 핵심 자산인 '익스프레스(SSM)' 사업부 분리 매각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인가 전 인수·합병(M&A)이 사실상 무산된 상황에서 단기간 유동성 위기를 넘기기 위한 현실적 선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업계 안팎에서는 이 방안이 홈플러스의 장기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보다는 오히려 기업 가치의 근간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홈플러스는 29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계획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다섯 차례나 연기됐던 제출 시한이 더 이상 미뤄질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 회사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사업부 분리 매각 △회생계획 인가 후 M&A 추진을 핵심으로 하는 이른바 '구조혁신형 회생계획안'을 마련했다.

당초 홈플러스는 기업 전체를 한 번에 매각하는 '통매각'을 목표로 공개입찰을 진행했지만 본입찰에 단 한 곳의 인수 후보도 참여하지 않으면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예비입찰 단계에서 관심을 보였던 일부 기업들마저 본입찰을 포기하면서 홈플러스의 현재 사업 구조와 재무 상태가 시장에서 매력적인 투자 대상으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명확해졌다는 분석이다.

결국 회사는 비교적 사업성이 높다고 평가받는 익스프레스 부문을 먼저 떼어내 매각하고 대형마트 본체의 향방은 추후 논의하는 '단계적 매각'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전국 약 290개 점포를 보유한 SSM(기업형 슈퍼마켓) 사업부로 대형마트 대비 고정비 부담이 낮고 현금창출력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 때문에 유통업계에서는 익스프레스가 홈플러스 내에서 사실상 가장 매각 가능성이 높은 자산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실제로 익스프레스 분리 매각은 지난해에도 한 차례 추진된 바 있다. 당시에는 노조 반발과 함께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하면서 논의가 중단됐지만 이번에는 내부 분위기가 이전과는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노총 산하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는 최근 성명을 통해 구조조정 가능성을 인정하며 "홈플러스를 정상화하기 위해 모든 것을 열어놓고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분리매각은 물론 일정 수준의 인력 조정까지도 불가피하다는 현실 인식을 노조가 공유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문제는 시간이다. 홈플러스의 법정관리 기한은 최장 2026년 9월까지지만 회생계획안 심리와 채권단 동의 절차를 고려하면 향후 약 6개월이 사실상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최근 홈플러스는 임직원 급여를 분할 지급할 정도로 현금 유동성에 압박을 받고 있으며 일부 점포의 폐점 검토와 함께 납품 중단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이는 단순한 재무 위기를 넘어 영업 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회생계획안 인가를 위해서는 채권단의 3분의 2 이상 동의가 필요하다. 법원의 강제 인가도 제도적으로 가능하지만 홈플러스의 고용 규모와 사회적 파급력을 감안하면 법원 역시 채권단 합의를 우선적으로 유도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 과정에서 핵심 변수로 꼽히는 곳이 메리츠금융그룹이다. 메리츠는 홈플러스 68개 점포에 대한 담보채권을 보유한 최대 채권자로, 회생계획 인가 과정에서 사실상 '캐스팅보트'를 쥔 존재다.

익스프레스 분리 매각이 단기 유동성 확보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담보 가치 훼손이나 잔존 자산의 매력도 하락으로 이어질 경우 주요 채권자들의 이해와 충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채권단 입장에서는 단기 회수 가능성과 장기 회수 가능성 사이에서 복잡한 셈법이 불가피하다.

업계에서는 익스프레스 매각이 당장의 현금 흐름을 개선하는 데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대형마트 본체만 남게 될 경우 홈플러스 전체의 사업 지속성과 매각 가능성은 오히려 더 낮아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장성과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SSM 부문을 분리하면, 남은 자산의 기업 가치는 구조적으로 약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치권 일각에서 공공 부문 개입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시장 논리상 현실화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결국 홈플러스가 다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단순 자산 매각을 넘어, 점포 구조조정, 온라인 경쟁력 강화, 사업 모델 재편 등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스프레스 분리 매각은 선택이 아니라 궁여지책에 가깝다. 이 카드가 홈플러스의 회생을 위한 출발점이 될지, 아니면 기업 가치를 갉아먹는 마지막 수순이 될지는 향후 6개월간의 실행력과 채권단의 판단에 달려 있다.
ad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