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고위 인사 20년 선택···'전통의 국빈 숙소'경호·위상·입지, 국제외교 최적 조건 보유
24일 업계 등에 따르면 호텔신라는 최근 11월 초 예식을 예약한 일부 고객에게 "국가적 행사로 인한 일정 변경"을 통보하며 식대 및 임대료 등 약 2억 원에 달하는 예식비 전액을 부담하기로 했다.
결혼식 일정은 보통 수년 전부터 준비되는 만큼 통상적인 사유 없이 취소되는 일은 극히 이례적이다. 신라호텔 관계자는 "정부 주최 행사는 아니지만 국가 차원의 중요한 일정"이라며 "행사 성격이나 규모는 밝힐 수 없지만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일정 조정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동시 방한설과 맞물리며 외교가의 주목을 받고 있다.
두 정상은 오는 10월 말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이 예정돼 있다. 그러나 양자 회담은 경주가 아닌 서울에서 별도로 추진될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 경우 서울 내 주요 국빈 숙소 확보가 필수적이며 실제 외교가에서는 "신라호텔이 사실상 유력 후보로 낙점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미중 정상의 동시 방한은 2012년 3월 핵안보정상회의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 주석 이후 13년 만이다.
이와 중에 신라호텔이 다시 외교 무대로 부각되는 데에는 그간의 '시진핑의 선택'이라는 역사적 전례가 크게 작용한다.
시 주석은 2005년 저장성 당서기 시절, 반기문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의 초청으로 방한했을 때 신라호텔을 숙소로 사용했다. 이후 2009년 국가부주석으로 다시 방한했을 때도 이 호텔에 머물며 국내 주요 인사들과 만남을 가졌다.
2014년 주석 취임 후 첫 방한 당시에도 신라호텔에서 숙박하며 호텔 내에서 열린 한·중 비즈니스포럼에 참석했다. 시 주석의 방한 기록 모두가 신라호텔과 연결돼 있는 셈이다.
이는 시 주석 개인의 선호만은 아니다. 중국 고위 인사들은 20여년간 신라호텔을 국빈 숙소로 일관되게 선택해 왔다. 2000년 ASEM 참석차 방한한 주룽지 전 총리, 원자바오·리커창 전 총리, 후진타오 전 주석 등도 모두 신라호텔에 머물렀다. 과거 신라호텔 내 영빈관은 국빈 전용 공간으로 사용됐으며 현재는 회의장으로만 쓰이지만 그 상징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실제로 국빈 대부분은 신라호텔 최상층 22층의 '프레지덴셜 스위트'를 이용한다. 남산과 서울 도심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이 공간은 사우스윙(290㎡)과 노스윙(380㎡)으로 나뉘며 응접실, 집무실, 다이닝룸, 사우나, 자쿠지까지 갖춰져 '작은 궁전'으로 불린다. 동선이 외부 고객과 철저히 분리되도록 설계돼 있어 경호상 매우 유리하며 공간 구조상 회담장으로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입지적 이점도 빼놓을 수 없다. 신라호텔은 서울 중구 장충동 남산 자락에 위치해 외부 시위나 소음 등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과거 청와대, 외교부, 국회, 각국 대사관이 모두 차량 10~20분 거리에 있다. 주요 국가 행사 시 의전·경호 동선이 빠르게 확보된다는 점도 강점이다. 호텔 내에는 일반 고객과 분리된 국빈 전용 출입구와 연결 통로가 별도로 마련돼 있다는 점도 부각된다.
'공간이 곧 메시지'라는 외교의 원칙에서 신라호텔이 갖는 상징성은 특히 돋보인다. 한국 전통미와 현대적 감각이 조화를 이루는 내부 인테리어는 단순한 숙소를 넘어 하나의 '문화 외교 공간'으로 작동한다. 실제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취임식 만찬도 청와대가 아닌 신라호텔에서 열렸다. 국빈 공간으로서의 위상을 재확인시킨 셈이다.
호텔업계 한 관계자는 "국가 행사가 확정되면 민간 예약이 밀리는 건 불가피하다"며 "수억 원의 예식비를 전액 보상한 것은 고객 신뢰를 유지하기 위한 동시에 국가 일정의 위상을 지키기 위한 결정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외교 소식통은 "신라호텔은 이미 수차례 중국 외교의 전략적 거점으로 활용된 바 있고 트럼프 전 대통령도 외국에서 민간 호텔을 회담장으로 이용한 전례가 있는 만큼 이번에도 두 정상 모두 신라호텔을 거부할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이 신라호텔에서 성사된다면 이는 단순한 장소 선택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서울 신라호텔이라는 공간 자체가 곧 '대한민국 외교의 메시지'가 되는 순간이 될 수도 있다.

뉴스웨이 양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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