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주식 팔아 자사주 매입" 요구에 고심 수용 시 경영 안정성에 대한 신뢰 흔들릴 수도 일각선 "외국계 펀드에 퇴로 열어주는 격" 지적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최근 팰리서캐피털의 주주서한에 대처하고자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계약을 맺었다. 외국계 펀드와의 소통 과정에 필요한 자문을 얻으려는 목적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앞서 팰리서는 LG화학에 공개적으로 보낸 서안에 ▲이사회 개선 ▲주가 연동형 보상체계 도입 ▲LG에너지솔루션 지분 활용 자사주 매입 ▲장기 주가 저평가 해소 프로그램 시행 등 요구 사항을 담았다. 그러면서 LG화학 주가가 내재가치 대비 약 73% 할인된 수준에 불과하다며 주주환원 확대를 압박했다.
팰리서는 엘리엇의 제임스 스미스 최고투자책임자(CIO)가 설립한 헤지펀드인데, LG화학 지분 약 1%를 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중 외부에선 LG에너지솔루션 주식을 자사주 매입 재원으로 활용하라는 대목에 시선을 모으고 있다. LG화학이 보유 지분 약 80% 중 일부를 처분한 뒤 그 돈으로 자사주를 사들여 주가를 끌어올리라는 내용이다.
시장은 반응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같은 제안이 나온지 하루 뒤인 10월22일 LG화학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3%가량 급등했고, 지금도 40만원 안팎(11일 종가 39만9500원)에서 움직이고 있다.
다만 LG화학 측은 팰리서 측의 무리한 요구에 불편함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 모두에 긍정적이지 않은 제안이어서다. 이를 실행에 옮기면 단기적으로 재무구조 개선과 주가 부양을 기대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잃는 게 많다. 기업의 가치와 경영권 안정성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게 첫 번째다. 유통 주식이 늘어 LG에너지솔루션 주가가 떨어진다는 점도 문제로 지목된다.
이미 LG화학은 비슷한 조치로 주가를 띄운 상황이기도 하다. 약 2조원 규모 PRS(주가수익스와프) 계약을 통해 LG에너지솔루션 지분 일부(보통주 575만주, 지분율 2.5%)를 매각했다. 일부 기업이 해당 거래를 파킹거래(일시적으로 주식을 맡겼다가 찾아오는 식)로 활용하는 것과 달리 LG화학은 지분을 깔끔하게 매각했다. 이를 통해 재무구조 개선과 주가 개선 등 효과를 챙겼다.
덧붙여 팰리서 측이 어떤 의도로 이러한 메시지를 냈는지도 확인하기 어렵다. 일각에선 단기 차익 실현을 노린 게 아니냐는 의구심 역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들 펀드는 2023년 삼성물산, 2024년 SK스퀘어 등에 대해서도 주식을 매입한 뒤 비슷한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이후 주가가 급등하자 지분 일부를 매각해 이익을 거둬들인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에 시장에선 LG화학의 대응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한편, 투자 판단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확산되고 있다. 분위기에 편승해 섣불리 주가를 띄웠다간 외국계 펀드에 '퇴로'를 열어주는 셈이 될 수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행동주의 펀드의 압박이 일시적으로 주가를 높일지는 모르겠지만, 기업 입장에선 미래 성장동력을 포기하라는 요구로 들릴 수 있다"면서 "투자자들도 손해를 입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관련기사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sia0413@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