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AI 패권전쟁' 엔비디아 vs 오픈AI, 그리고 미소짓는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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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패권전쟁' 엔비디아 vs 오픈AI, 그리고 미소짓는 삼성

등록 2025.11.13 15:19

차재서

  기자

소프트뱅크, 엔비디아 지분 팔아 오픈AI에 투자 GPU와 챗GPT···'AI 생태계' 양강구도 서막 예고 "양사 모두 삼성전자 협력 필수···존재감 커질 것"

그래픽=홍연택 기자그래픽=홍연택 기자

글로벌 AI(인공지능) 산업의 양강인 엔비디아와 오픈AI를 축으로 한 새로운 패권경쟁의 막이 올랐다.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가 엔비디아를 떠나 오픈AI의 초대형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스타게이트'에 힘을 실어주려는 것으로 감지되면서다.

재계에선 소프트뱅크·오픈AI가 엔비디아에 맞서 독자 전선을 구축하는 것으로 보며, 이들 기업 모두와 긴밀한 관계를 쌓아온 삼성전자의 존재감이 더욱 커질 것이란 진단을 내놓는다.

反엔비디아 전선 가속화?···오픈AI에 힘싣는 소프트뱅크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지난 12일 소프트뱅크가 다음달 오픈AI에 추가 투자를 실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들이 최근 엔비디아 보유 지분 3210만주 전량을 매각했는데, 이를 재원으로 활용할 것이란 전언이다.

거래가 성사되면 소프트뱅크는 오픈AI 지분 11%를 보유하게 된다. 지금까지 투자한 액수도 총 347억달러(약 50조8000억원)에 이른다.

일본 현지에서는 소프트뱅크의 이번 행보가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들이 미국에서 오픈AI·오라클 등과 함께 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AI 기반 시설 구축을 위한 논의를 이어왔으며, 이를 실현하고자 자금을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AI 생태계의 판도 변화를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GPU(그래픽처리장치) 중심의 엔비디아와 생성형 AI를 앞세운 오픈AI가 각각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진영의 대표주자로 부상하며 글로벌 AI 산업을 '양강 구도'로 재편하지 않겠냐는 해석이다.

무엇보다 소프트뱅크와 오픈AI는 '반(反)엔비디아 전선'의 선두주자로 거론돼 왔다. GPU 확보가 산업계 전반의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두 기업이 독자적인 수급 루트를 만들기 위해 다각도로 움직인 바가 있어서다. 자체 반도체 칩으로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려는 포석이었다.

오픈AI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생성형 AI '챗GPT'의 흥행에 힘입어 연간 130억달러(19조957억원) 매출을 거둬들이는 것으로 추정된다. 여전히 엔비디아(2024 회계연도 기준 약 609억 달러)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출범 후 불과 10년 만에 산업계 리더로서 입지를 굳혔다는 데 의미를 지닌다.

엔비디아·오픈AI와 '밀착 스킨십'···이재용 혜안에 삼성 몸값↑



이와 맞물려 삼성전자로도 시선이 모이고 있다. 엔비디아는 물론 소프트뱅크나 오픈AI와도 각별한 관계를 이어온 만큼 장차 이들의 역할론이 커질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실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월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한국을 찾자 서초사옥에서 깜짝 '3자 회동'을 가져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비밀에 부쳐진 탓에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당시 그룹 안팎에선 AI 반도체 공급과 데이터센터 구축을 비롯한 건설적인 논의가 오갔을 것이란 관측이 흘러나왔다.

또 이재용 회장은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기간엔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의 '밀착 스킨십'으로 전세계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서울 강남의 한 치킨집에서 만찬 회동을 가진 데 이어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의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 무대에까지 함께 올라 양사의 우호 관계를 과시하면서다.

이재용 회장의 '외교 성과'도 눈여겨볼 만하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로부터 수년간 총 5만장 이상의 GPU를 공급받아 세계 최대 규모 'AI 팩토리'를 구축하기로 했다. 반도체 제조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이 플랫폼엔 삼성과 엔비디아의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긴다. 글로벌 제조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게 이들의 복안이다. 동시에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에 ▲HBM3E ▲HBM4 ▲GDDR7 ▲SOCAMM2 등 차세대 메모리와 파운드리 서비스를 공급한다.

따라서 이들 기업 사이에 자리한 삼성전자의 몸값이 장차 더욱 높아질 것으로 시장에선 바라보고 있다. 특히 엔비디아와 오픈AI 모두 자신들의 목표를 실현하려면 반도체 설계부터 생산까지 가능한 삼성의 기술력이 필수적이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HBM(고대역폭메모리) 사업을 본궤도에 올려놓은 것으로 감지된다. HBM3E가 엔비디아의 공급망에 합류한 것은 물론 HBM4 납품 협의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는 소문이 꾸준히 흘러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소프트뱅크의 이번 행보는 엔비디아와 오픈AI 진영 간 주도권 싸움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며 "핵심 기술을 두루 갖춘 삼성전자가 '전략적 연결고리'로서 입지를 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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