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이재용은 '안정'···최태원·구광모는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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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은 '안정'···최태원·구광모는 '변화'

등록 2025.12.01 16:16

정단비

  기자

삼성·SK·LG 등 주요 기업 경영진 인사 마무리경쟁력 회복 조짐 보인 삼성은 경영진 재신임SK·LG, 체질개선 하고자 새 리더 전면 배치

그래픽=홍연택 기자 ythong@그래픽=홍연택 기자 ythong@

삼성, SK, LG 등 주요 기업들의 경영진 인사가 마무리됐다. 경쟁력 회복에 들어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안정에 방점을 찍은 반면 체질 개선을 진행 중인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변화를 택했다.

1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SK를 시작으로 지난달 말까지 삼성, LG 등은 내년도 주요 사장단 인사를 마무리 지었다.

삼성을 이끌고 있는 이재용 회장은 대대적인 변화보다 경영진을 재신임하는데 무게를 뒀다. 삼성전자의 양대 사업축인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과 스마트폰, 가전, TV 등을 이끄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수장이 연임에 성공했다는 점에서다.

DS부문장은 전영현 부회장에게, DX부문장은 노태문 사장에게 기존대로 맡기는 대신 미세조정이 이뤄졌다. 삼성은 노태문 사장이 달고 있던 '직무대행' 꼬리표를 떼어주고 대표이사로 승진시켜 '2인 대표이사 체제'를 복구했다.

작년 삼성전자의 주요 사업 전반 경쟁력이 흔들리면서 위기설에 휩싸였다가 차츰 회복되자 이재용 회장이 경영 연속성을 택했다는 해석이다. 이미 DS부문장의 경우 작년 5월 깜짝 인사를 통해 전영현 부회장을 구원투수로 투입했고 DX부문은 고(故) 한종희 부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인해 올해 4월 노태문 사장을 직무대행으로 앉히는 등 선제적으로 위기 타결에 나섰던 만큼 이번엔 안정을 추구했다는 풀이다.

양대 부문장 역시 반도체, 스마트폰, TV, 가전 등 각 분야에서 경쟁력 회복을 위해 뛰었고 그 성과는 올해 3분기 성적에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실제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역대 최대 분기 매출액을 찍었고 영업이익도 2022년 2분기 이후 가장 높은 성적을 거뒀다.

장덕현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 이청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 최주선 삼성SDI 사장 등 전자계열사 사장들도 자리를 지켜내는 데 성공했다.

반면 최태원 회장은 올해 사장단 인사 시점을 예년보다 한 달가량 앞당겨 진행했다. 현재 진행 중인 사업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을 조속히 매듭짓고 성장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SK텔레콤, SK브로드밴드, SK스퀘어, SK AX 등 ICT 부문의 리더십을 전면 교체했다. SK텔레콤은 정재헌 CGO(최고거버넌스책임자)가 사장을 맡게 됐고 SK브로드밴드는 김성수 유선·미디어사업부장이, SK스퀘어는 김정규 SK㈜ 비서실장이, SK AX는 김완종 최고고객책임자(CCO)가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SK에코플랜트, SKC 등 주요 계열사들도 새로운 수장을 맞이하게 됐다. 반도체 종합서비스 기업으로의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는 SK에코플랜트에는 SK하이닉스의 성공 DNA를 이식하기 위해 김영식 SK하이닉스 양산총괄을 선임했고 SKC에는 SK엔펄스를 이끌던 김종우 대표를 사장으로 앉혔다. 현장형 리더들을 중용하는 데 중점을 둔 것이다.

4년 만에 부회장 승진자도 나왔다.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장이 이번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2021년 장동현 부회장, 김준 부회장 이후 부회장이 배출됐다. 이형희 부회장은 향후 SK㈜ 부회장단에서 활동하게 될 예정이다.

올초 골든타임을 외쳤던 구광모 회장은 이번 인사에서 신상필벌을 보여줬다. 성적이 부진했던 계열사 수장들을 교체하는 단호함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LG생활건강을 시작으로 지난달 28일 인사를 통해 LG전자, LG화학 대표이사를 연달아 교체했다. LG그룹 내 주요 계열사들의 성적을 뜯어보면 납득이 간다. LG전자도 외형 성장세는 이뤘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뒷걸음질쳤다. LG화학도 본업인 석유화학 부진으로 인해 역성장했던 점이 발목을 잡았다. LG전자는 류재철 HS사업본부장이 사장을 맡게 됐고 LG화학은 김동춘 첨단소재사업본부장이 CEO에 올랐다.

양사 모두 미국발 관세 여파, 중국발 공급 과잉 등 외부 요소들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구광모 회장이 그룹 전반의 체질개선을 위해 용단을 내렸다는 풀이다. LG생활건강은 10월 원포인트 인사로 이정애 전 사장이 물러나고 글로벌 화장품 기업 로레알 출신의 이선주 사장이 새롭게 이끌고 있다.

구광모 회장은 대신 LG이노텍의 지속성장을 위한 미래 육성사업 발굴에 앞장서고, 견고한 사업 포트폴리오 구축을 해낸 문혁수 LG이노텍 대표이사를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연간 적자에 허덕이던 LG디스플레이를 정상화해나가고 있는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과 전기차 캐즘,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한국인 근로자 체포·구금 사태 등 여러 위기 속에서도 안정적으로 이끈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임기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했다.

재계 관계자는 "경영 경쟁력이 회복되기 시작한 삼성의 경우 안정적 기조를 이어갈 수 있었던 것 같다"며 "반면 체질 개선을 진행 중인 SK와 LG는 돌파구 마련을 위해 경영진을 교체하는 선택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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