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도심 주택공급, 이주비 규제부터 완화해야"

전문가 칼럼 권대중 권대중의 부동산 산책

"도심 주택공급, 이주비 규제부터 완화해야"

등록 2025.12.16 17:12

수정 2025.12.16 17:13

"도심 주택공급, 이주비 규제부터 완화해야" 기사의 사진

지난 9월7일 정부는 수도권에 2030년까지 매년 27만 가구씩 총 135만 호의 신규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제시한 연간 27만 가구 주택 공급은 최근 3년 공급 실적 대비 1.7배 수준으로 연 기준 11만 호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주택 공급 수단을 규모별로 정리하면 정부는 공공택지 개발을 통해 37만 2,000호를 공급하기로 했다. 신속한 사업 추진을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동주택용지를 민간에 매각하지 않고 직접 주택 건설에 나설 계획이다. 다만 공공주택 품질 확보를 위한 민간 건설사와의 협력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주민들이 선호하는 도심에도 총 36만 5,000호의 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노후시설·유휴부지 활용 및 재건축·재개발 사업 촉진에 나서기로 했다. 특히, 노후시설·유휴부지 활용은 준공 30년 이상 경과한 노후 공공임대주택의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상향하여 재건축하고, 노후 공공청사 등 복합개발도 검토하며, 장기간 미사용 학교 용지의 택지 전환 등을 통해 주택을 공급하는 등 총 예상 공급 규모는 3만 8,000호다.

나머지 도심 주택공급 규모는 공공 도심복합사업 시즌2 후보지를 발굴하고 1기 신도시 등 노후 계획도시 정비사업 선정 방식·절차 등도 개선하며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사업 활성화 등을 통하여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정부는 민간 공급 여건을 개선해 21만 9000호의 주택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는 주택건설사업 인허가 제도 개선, 주택 실외소음 기준, 학교 용지 기부채납 요구 등 규제 완화, 모듈러 공법 주택 공급 확대, 도심 내 공실 상가 활용 등이 이 방안에 포함됐다.

나머지 기타 35만 5000호의 주택공급은 지난 3년간 비아파트 등 기타 주택의 수도권 공급량이 유지된다는 가정하에 도출됐다. 이렇게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주택 공급이 차질 없이 공급된다면 분명히 서울과 경기도 주택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그러나 계획은 계획일 뿐 얼마나 실현될 것인가가 관건이다.

정부는 이렇게 공급 대책을 발표하면서 투기수요 발생 억제를 위해 지난 10월 15일 10.15대책을 발표했다. 10.15대책은 서울의 서초·강남·송파·용산 등 기존 4곳 규제 지역을 포함한 서울전 지역(25개 구)과 수도권 12곳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조정대상지역 그리고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했다. 이렇게 지역 규제가 강화되면 고가주택을 중심으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가 대폭 축소되고, 대출을 통한 갭투자는 물론 전세대출을 통한 우회 투자도 차단된다. 특히, 대출 규제는 주택이 있는 경우에는 주담대 자체가 어렵고 시가 15억 원 이하 주택은 주담대가 6억 원까지 가능하며 시가 15억 원 초과 25억 원 이하 주택은 최대 4억 원, 25억 원 초과 주택은 최대 2억 원으로 제한되어 고가주택 일수록 대출금액은 줄어든다.

그런데 정부의 계획처럼 도심 주택 공급을 확대하려면 오히려 주담대 규제를 물건별로, 지역별로 선별적 맞춤형 정책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일괄적으로 적용하고 있어 도심지 주택 공급의 주를 이루고 있는 정비사업 추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즉, 지역 규제로 인한 대출 규제는 주택 공급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고, 실수요자로 시장을 재편하려는 정부의 의지 역시 실수요자가 내 집 마련을 하려는 경우 대출 규제로 인해 오히려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진 상황이 되었다. 왜냐하면 무주택자 등 주택을 구입하려는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대출금액도 줄어들었는데 집값은 오르고 있어 자기자본이 어느 정도 있어야 주택을 구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 등)을 추진하는 경우 관리처분인가 이후 이주를 준비하는 조합원들의 이주비 대출마저 최대 6억원으로 제한되어 있어 현장에서는 볼맨 소리와 함께 대출 규제가 정비사업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지역별로 주택가격이 다르고, 전세가격이 달라 6억 원이라는 금액이 클 수도 있지만 주택 가격이 낮으면 그만큼 대출이 적어지고, 높으면 그만큼 많아진다. 그렇다고 강남에 사는 사람이 재건축사업을 하기 위해 강북으로 이주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만약 이렇게 이주비가 부족한 경우 결국 시공사의 추가 이주비나 또는 2금융권을 통해서 이주를 하게 되면 조합원들의 금융비용 급증과 함께 사업성 악화로 이어져 사업 지연 사유가 될 수 있으며 2주택자의 경우 이주비 대출이 전면 금지되어 있어 사업 반대 사유가 되어 동의률 확보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이는 결국 정부 입장에서는 주택 공급 활성화 정책 목표와 정면으로 배치되며 조합입장에서는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막대한 추가 이주비 등 자금 조달이 가능한 대형 건설사 위주로 시공자 선정이 불가피한 상황이 되었다. 그래서 정부의 대출 규제는 정비사업에서 만큼은 완화되어야 하며 적용도 일률적 적용보다는 지역별, 물건별, 금액별 차등 적용하는 맞춤형 정책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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