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량규제 완화 대신 연착륙 방침 유지금융권 자금 유입, 생산적 투자로 유도취약계층 위한 맞춤형 대출 확대 계획

이억원 위원장은 21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가계부채 절대 수준이 워낙 높아 총량 증가율을 경상성장률보다 낮게 가져가며 연착륙할 수밖에 없다"며 당분간 강한 가계대출 관리 기조 유지 방침을 재확인했다. 한국 가계신용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약 100%에 육박하고, 상당 부분이 부동산에 묶여 있다는 점을 잠재 리스크로 지목했다.
내년 가계대출 총량 규제 수준에 대해서도 "부동산 시장, 경상성장률,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종합적으로 보고 결정하되, 실수요자가 대출을 못 받는 문제나 특정 시기 쏠림 현상은 보완할 여지가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부동산·가계부채를 한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점'으로 규정하고, 대출 증가율을 성장률 하회 수준으로 묶는 관리 원칙은 이어가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은행법 개정·금리 인하 압박
최근 통과한 은행법 개정과 관련해 이 위원장은 "은행이 법적 기금을 대출금리에 전가하지 못하게 됨에 따라, 시행령과 신규 취급분부터의 시차는 있겠지만 금리 인하 효과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은행권 경쟁이 촉진되면 대출금리 하향 압력이 자연스럽게 커지도록 제도 설계를 하겠다는 구상이다.
일각에서 제기된 '우대금리 축소를 통한 우회 인상' 우려에는 "시장 감시와 압력이 있다"며 선을 그었다. 그는 소득 증가 등을 증명하면 금리 인하를 요구할 수 있는 금리 인하 요구권을 거론하며 "다양한 방식이 시장에서 작동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이 부동산 담보대출에 의지해 편하게 장사하던 시절이 한국 경제 발전에 얼마나 기여했나"라고 반문하며 금융권이 이자 장사 중심 구조에서 생산적 금융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재차 촉구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미래와 기업 쪽으로 자금 흐름의 물꼬를 바꿔줘야 한다"며 은행권이 603조원을 생산적 분야에 공급하겠다고 화답한 점을 언급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9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150조원 규모 '국민성장펀드'를 통해 AI·반도체·이차전지 등 첨단산업과 인프라에 자금을 공급하는 금융 대전환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 위원장은 "산업적 파급효과가 크고 일자리에도 영향을 주며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구체 사업들을 1차 투자 대상으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직접투자·인프라 확대 기조 선언
과거 정권마다 등장했다가 사라진 정책펀드와의 차별성도 강조했다. 그는 "국민성장펀드는 법적 근거가 명확해 의사결정과 운영의 투명성이 확보되고, 간접투자·대출 위주였던 과거와 달리 직접투자·인프라투융자를 함께 하는 종합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향후 5년간 매년 30조원씩 총 150조원을 공급해 첨단산업과 지역 성장 거점을 뒷받침한다는 구상이다. 이 위원장은 "금융 대전환을 통해 경제 대도약으로 가는 길을 열겠다"며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를 속도감 있게 만들겠다"고 밝혔다.
서민·취약계층을 겨냥한 '크레딧 빌드업' 구상도 구체적으로 소개됐다. 이 위원장은 "정책 서민금융을 성실히 상환해 신용을 쌓으면 제도권 금융으로 옮겨 정상적인 금융생활을 할 수 있게 신용 사다리를 만드는 것이 크레딧 빌드업"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1천만원 한도의 정책서민대출을 잘 상환하면 잔액을 500만원으로 줄여주고, 상환 기록을 은행권에 넘겨 은행이 최대 3천만원까지 대출해 주는 구조를 구상 중이다. 이 과정에서 비워진 정책금융 한도에는 새로운 취약계층을 편입시키는 선순환 메커니즘을 설계하겠다는 방침이다.
연 4.5% 수준의 청년 전용 마이크로크레딧, 사회적 배려계층 대상 생계자금 대출 등 맞춤형 저금리 상품도 신설된다. 정부는 연체 채권의 기계적 소멸시효 연장과 과잉 추심 관행을 손질해 채무자의 재기를 지원하고, 172조원 규모 '치매머니' 관리를 위한 신탁·치매보험 활성화 등 생활 밀착형 정책도 병행하기로 했다.
자본시장 질서 확립을 위한 주가조작 합동대응단의 성과도 언급됐다. 이 위원장은 "출범 두 달 만에 2호 사건까지 적발했다"며 1호 사건에서 75개 계좌를 묶어 약 1천억원 규모 자금을 지급정지한 상태라고 밝혔다.
한편 합동대응단은 이른바 '주가조작시 패가망신' 1호 사건으로 자산가 집단의 1천억원대 시세조종, 2호 사건으로는 증권사 고위 임원의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 혐의를 적발한 바 있다. 금융당국은 강도 높은 시장 감시를 지속해 불공정거래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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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한종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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