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고 제미나이(Gemini)가 온라인 코딩 플랫폼인 구글 CoLab에 탑재된 이후에는 오른쪽에 붙어 있는 제미나이에게 하고 싶은 일을 말하면 아예 코드로 바꿔서 제안했다. 에이전트 모드가 본격화된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아예 코드를 칠 필요가 없어졌다. 원하는 만큼 에이전트가 생겨나서 여럿이 일을 나눠 병렬적으로 작업을 처리해 버렸다. 코딩할 줄 몰라도 원하는 작업을 명료하게 정리할 수만 있다면, 웹페이지와 앱을 만들어 내는 시대가 된 것이다.
바이브 코딩은 정말 허망할 정도로 간단했다. 앤트로픽의 클로드 코드(Claude Code)를 선택해 설치하고 실행하니, 원하는 프로그램이 1시간 안에 만들어졌다. 몇 차례 수정을 거치자 자산 관리 홈페이지와 마라톤 훈련 가이드가 완성됐다. 가민(Garmin) 같은 운동 트레이너 앱이 제공하는 것보다 훨씬 내 라이프스타일과 훈련 철학에 맞는 프로그램이었다.
같은 시간 클로드 코워크(Claude Cowork)는 내 컴퓨터의 정리되지 않았던 파일들을 정리하고, 행정 메일에 대해서 자동응답을 시작했다. 누가 클로드 코드로 인해 SaaS(서비스로서의 소프트웨어) 시장이 망할 거라고 했는데, 이런 이야기는 더 이상 업계 전문가들이나 증권사 애널리스트뿐만이 아니라 간단한 작업을 바이브 코딩으로 수행해본 모두가 느끼는 현상이 되어버렸다. 학과에서 수행하는 데이터 분석 수업 자체의 틀을 뜯어고쳐야 하는 상황이란 걸 확실히 인지했다.
로봇이 생산직 노동자의 숙련을 대체하고, LLM이 사무직 노동자의 숙련을 대체하며, AI 에이전트에 의한 바이브 코딩이 프로그래머와 연구보조원을 대체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일'이라고 할 수 있을까? 노동사회학의 오랜 논쟁 중 하나는 기술이 숙련을 '해체'하는가, 아니면 '재편'하는가였다.
AI 에이전트의 등장은 이 질문을 다시 꺼내게 만든다. 코드를 짜는 숙련은 소멸하지만, 무엇을 만들지 기획하고, 결과물의 품질을 판단하며, 오류의 책임 소재를 따지는 숙련은 오히려 더 높은 수준의 판단력을 요구한다. AI가 실행을 독점할수록 인간에게 남는 것은 더 본질적인 질문들이다. 문제는 그 질문들에 답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 아직 많지 않다는 데 있다.
정신없는 전환 속에서 주제에 대해 숙의할 시간조차 없는 지경이 됐지만, 적어도 AI 에이전트의 무서운 실행 속도와 과단성으로 빚어질 수 있는 다양한 결과에 대한 책임이 인간에게 분명히 귀속되어 있다는 건 분명하다. 열심히 AI를 폭발적으로 활용할수록 빚어지게 되는 에너지 관리의 문제 또한 최근 미국-이란의 교전상태를 감안할 때 '사회적' 합의와 '정무적' 고려라는 게 AI가 제안하는 스마트 그리드 솔루션이라는 기술적 해법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다. AI가 스치고 간 자리마다 인간들이 해야 할 일들이 늘어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무엇을 가르치고 배워야 하는가. 코딩을 가르치던 자리에서 이 질문과 마주한 나는, 앞으로의 교육이 '도구 사용법'보다 '판단의 훈련'에 무게를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AI가 만들어낸 결과물을 읽고, 평가하고, 책임질 수 있는 사람 그것이 AI 시대의 '진짜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의 조건일 것이다.
양승훈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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