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AI 에이전트와 바이브 코딩의 시대, '진짜 일'은 무엇이 될까

전문가 칼럼 양승훈 양승훈의 테크와 손끝

AI 에이전트와 바이브 코딩의 시대, '진짜 일'은 무엇이 될까

등록 2026.03.12 16:00

수정 2026.03.12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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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강을 2주 남겨 놓고 바이브 코딩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10년 간 문과 출신 비개발자들에게 가장 쉽게 프로그래밍을 익힐 수 있게 해준 파이썬(Python)을 대학에서 강의했는데, 그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ChatGPT가 나온 뒤 코딩하다 에러가 뜨면, 기존의 stackoverflow라는 온라인 게시판 대신 ChatGPT 프롬프트창에 질문을 했다.

그리고 제미나이(Gemini)가 온라인 코딩 플랫폼인 구글 CoLab에 탑재된 이후에는 오른쪽에 붙어 있는 제미나이에게 하고 싶은 일을 말하면 아예 코드로 바꿔서 제안했다. 에이전트 모드가 본격화된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아예 코드를 칠 필요가 없어졌다. 원하는 만큼 에이전트가 생겨나서 여럿이 일을 나눠 병렬적으로 작업을 처리해 버렸다. 코딩할 줄 몰라도 원하는 작업을 명료하게 정리할 수만 있다면, 웹페이지와 앱을 만들어 내는 시대가 된 것이다.

바이브 코딩은 정말 허망할 정도로 간단했다. 앤트로픽의 클로드 코드(Claude Code)를 선택해 설치하고 실행하니, 원하는 프로그램이 1시간 안에 만들어졌다. 몇 차례 수정을 거치자 자산 관리 홈페이지와 마라톤 훈련 가이드가 완성됐다. 가민(Garmin) 같은 운동 트레이너 앱이 제공하는 것보다 훨씬 내 라이프스타일과 훈련 철학에 맞는 프로그램이었다.

같은 시간 클로드 코워크(Claude Cowork)는 내 컴퓨터의 정리되지 않았던 파일들을 정리하고, 행정 메일에 대해서 자동응답을 시작했다. 누가 클로드 코드로 인해 SaaS(서비스로서의 소프트웨어) 시장이 망할 거라고 했는데, 이런 이야기는 더 이상 업계 전문가들이나 증권사 애널리스트뿐만이 아니라 간단한 작업을 바이브 코딩으로 수행해본 모두가 느끼는 현상이 되어버렸다. 학과에서 수행하는 데이터 분석 수업 자체의 틀을 뜯어고쳐야 하는 상황이란 걸 확실히 인지했다.

로봇이 생산직 노동자의 숙련을 대체하고, LLM이 사무직 노동자의 숙련을 대체하며, AI 에이전트에 의한 바이브 코딩이 프로그래머와 연구보조원을 대체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일'이라고 할 수 있을까? 노동사회학의 오랜 논쟁 중 하나는 기술이 숙련을 '해체'하는가, 아니면 '재편'하는가였다.

AI 에이전트의 등장은 이 질문을 다시 꺼내게 만든다. 코드를 짜는 숙련은 소멸하지만, 무엇을 만들지 기획하고, 결과물의 품질을 판단하며, 오류의 책임 소재를 따지는 숙련은 오히려 더 높은 수준의 판단력을 요구한다. AI가 실행을 독점할수록 인간에게 남는 것은 더 본질적인 질문들이다. 문제는 그 질문들에 답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 아직 많지 않다는 데 있다.

정신없는 전환 속에서 주제에 대해 숙의할 시간조차 없는 지경이 됐지만, 적어도 AI 에이전트의 무서운 실행 속도와 과단성으로 빚어질 수 있는 다양한 결과에 대한 책임이 인간에게 분명히 귀속되어 있다는 건 분명하다. 열심히 AI를 폭발적으로 활용할수록 빚어지게 되는 에너지 관리의 문제 또한 최근 미국-이란의 교전상태를 감안할 때 '사회적' 합의와 '정무적' 고려라는 게 AI가 제안하는 스마트 그리드 솔루션이라는 기술적 해법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다. AI가 스치고 간 자리마다 인간들이 해야 할 일들이 늘어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무엇을 가르치고 배워야 하는가. 코딩을 가르치던 자리에서 이 질문과 마주한 나는, 앞으로의 교육이 '도구 사용법'보다 '판단의 훈련'에 무게를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AI가 만들어낸 결과물을 읽고, 평가하고, 책임질 수 있는 사람 그것이 AI 시대의 '진짜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의 조건일 것이다.

양승훈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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