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데 실제로 정부는 그 반대 방향으로 가고자 하는, 즉 시장의 문제를 단칼에 해결하는 시장개입을 선호하기 쉽다. 정부가 이러한 유혹을 떨쳐 버리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선거 때문이다. 선거에서 이기는 것이 지상의 과제가 되면 대중영합적 정책이 지고지선이 된다.
그래서 나타나는 것이 '강한 정부' 신드롬이다. 집값이 오르고 설탕 값, 밀가루 값이 오르고 중동사태로 기름 가격이 오른다? 이때 시장의 자율기능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두고 보자고 하면 나약한 정부로 취급받는다. 민생을 도외시하는 정부로 낙인찍히면 선거에서 백전백패다.
신속한 문제 해결이 지상명제가 된다. 특히 입법부의 다수당이 정권을 창출했다면 거리낄 게 무엇이 있겠는가. 정부가 스스로 강하다고 착각할 수 있는 모든 조건을 구비한 것이다. 법이 걸리적거리면 법을 바꾸면 된다. 이것이 현재 한국의 상황이다.
그런데 이렇게 말하면 오해받을 수 있다. 진보정당만이 강한 정부에 매몰돼 있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아니다. 보수정부도 예외가 아니었다. 정도의 차이가 있었을지 몰라도 거기서 거기다.
가정용 전기요금을 보자. 한국의 가정용 전기료는 OECD 38개국 중 가장 저렴한 수준이다. 전기값이 싼데 웬 시비냐고 말할 수 있다. 문제는 전기 생산원가에 전기값이 미치지 못하는 시기에도 가정용 전기료를 올리는 것이 정부의 최후의 수단이었다는 데 있다.
가격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는 신호효과다. 가격이 오르리라고 예상되면 정상적인 가정이라면 전기사용을 절약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그러나 민생가격이라는 이유로 정부가 가정용 전기료 인상을 억제하면 이러한 신호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민생가격을 쉽게 올릴 수 없으니, 그 불똥이 산업용 전기요금으로 튄다. 가정용 전기요금이 11분기 연속 동결되고 있는 사이, 산업용 전기요금은 2022년 이후 70%나 뛰었다.
한국의 강한 정부 조급증은 이번 이란전쟁에 따른 원유공급부족 상황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대부분 선진국 정부가 세금인하, 보조금, 전략비축유방출을 우선시 하는데 비해 한국은 직접적인 시장개입수단인 최고가격제를 신속히 도입했다. 선진국 중에서는 유일하다. 1997년 유가 자유화 시행 이후 29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그렇게 어려운 정책결정을 했으니 칭찬받아야 할까?
왜 다른 선진국 정부는 아직 최고가격제를 도입하지 않고 있을까? 과거 직접적인 가격 개입으로 인한 부작용, 즉 공급이 줄고 주유소에 긴 자동차 행렬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던 실패의 경험을 통해서 시장가격규제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배웠기 때문이다.
강한 정부처럼 행동했다 실패를 경험한 후 '현명한' 정부의 길을 터득한 것이다. 현명한 정부는 시장에 대한 직접 개입이 실패하면 반성하고 그것을 우회하는 해법을 찾는다.
그러나 강한 정부에 대한 강박관념에 사로 잡힌 정부는 강한 정책이 실패해도 정책을 포기하거나 수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강한 시장개입 조치를 취해 목표를 달성하려 한다. 문재인 정부가 28차례나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것이 바로 그 예이다.
국민이 진정 원하는 것은 강한 정부일까? 아니다. 약하게 보일지라도 결과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현명한 정부다.
강영철 좋은규제시민포럼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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