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동전쟁이 되레 '약'됐다"···롯데케미칼, 10분기 만에 적자 탈출(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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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전쟁이 되레 '약'됐다"···롯데케미칼, 10분기 만에 적자 탈출(종합)

등록 2026.05.11 17:49

수정 2026.05.11 17:54

고지혜

  기자

1분기 매출 4.9조, 영업이익 735억10개분기 만에 흑자전환···'어닝서프라이즈'정부 사업재편···"대산·여수 총 NCC 3기 셧다운 검토"

그래픽=이찬희 기자그래픽=이찬희 기자

롯데케미칼이 10개 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시장 전망치를 크게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중동 리스크와 업황 부진 속에서도 기초소재사업 수익성이 개선되며 실적 반등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다만 이번 실적에는 중동 전쟁 이후 발생한 래깅 효과 영향이 크게 반영된 만큼, 업계에서는 이를 본격적인 업황 회복 신호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롯데케미칼은 11일 2026년 1분기 매출 4조9905억원, 영업이익 735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대비 매출은 1.8%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흑자전환을 이뤘다.

이번 실적은 롯데케미칼 입장에서 의미가 큰 성적표다. 지난 2023년 이후 이어졌던 적자 흐름을 끊고 10개 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당초 증권가는 롯데케미칼의 1분기 실적으로 매출 5조1562억원, 영업손실 203억원을 예상했다. 일부 증권사에서만 820억원 수준의 흑자 전환 가능성을 점쳤을 정도로 시장 기대치는 높지 않았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이날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며 글로벌 공급망 변동성과 원재료 가격 상승 영향 속에서도 기민한 원료 조달과 가동률 탄력적 조정 등 생산운영 최적화를 통해 수익성을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실적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석유화학 사업의 핵심인 기초소재사업부의 흑자 전환이다. 전사 매출의 67.5%를 차지하는 기초소재사업은 지난 9개 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가며 전사 실적 부진의 핵심 원인으로 꼽혀왔다. 특히 지난해에는 1~3분기 동안 1000억원 후반~2000억원 초반 수준의 적자를 이어갔다. 이어 같은 해 4분기에는 적자 규모가 3957억원까지 확대되며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기도 했다.

이번 분기 흑자 전환에는 중동 전쟁 이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확보한 납사로 생산한 제품을 전쟁 이후 가격이 오른 시점에 판매한 구조가 유의미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나프타 가격 급등으로 발생한 시차 효과가 단기적으로 롯데케미칼 수익성 개선에 우호적으로 작용한 셈이다. 실제 회사에 따르면 중동 전쟁 이후 기초소재사업 기준 약 2500억원 규모의 긍정적 래깅 효과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이번 실적 개선이 업황의 본격적인 반등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불확실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급등한 납사 구매 가격이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제품 생산 원가에 반영되기 시작하면서, 오히려 원가 부담이 수익성을 압박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곽기섭 롯데케미칼 경영지원본부장은 "2분기 실적 개선 효과는 단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2월 말 이후 상승한 원료 가격이 2분기부터 직접 투입되면서 원가 부담이 높아지는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현재 중동 전쟁 상황이 워낙 유동적이고, 중국의 신증설도 계속 이어지고 있어 오는 2027~2028년까지 석유화학 업황을 긍정적으로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회사는 원료 수급에는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곽 본부장은 "국내 납사는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충분한 물량을 보유하고 있어 가동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며 "국내는 내수 납사를 중심으로 운영하고, 역외 납사 물량도 추가 확보해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법인은 싱가포르 등 다른 지역에서 원료를 조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케미칼의 또 다른 축인 첨단소재사업은 상대적으로 견조한 수익성을 이어갔다. 연말 재고조정 종료와 전방 산업 수요 회복에 따른 판매량 확대 영향으로 첨단소재사업은 매출 1조233억원, 영업이익 615억원을 기록했다. 회사 측은 기초화학 및 첨단소재사업 모두 2분기에도 정기보수 영향과 대외 불확실성 장기화가 예상되지만, 전분기 스프레드 개선 효과가 이어지면서 수익성은 일정 수준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화학 계열사인 롯데정밀화학은 매출 5107억원, 영업이익 327억원을 기록했다. 주요 제품 국제가격 상승과 판매 확대 영향으로 실적이 개선됐으며, 2분기에도 전방산업 보합세 속에서 수익성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박 기업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매출 1598억원, 영업손실 50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원료가 상승에 따른 긍정적 래깅 효과로 수익성이 일부 개선됐으며, 2분기에는 고객사의 북미 ESS(에너지저장장치) 전환 가속화와 인공지능(AI)용 고부가 회로박 출하 확대에 따른 판매량 증가가 기대된다.

롯데케미칼은 정부 주도로 추진 중인 석유화학산업 사업재편 프로젝트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대산공장은 오는 6월 초 물적분할 이후 9월 통합법인 출범 및 통합 운영 개시를 목표로 절차를 진행 중이다. 여수공장 역시 지난 3월 사업재편 계획서 제출 이후 파트너사와 협력해 단계적으로 구조개편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김민우 롯데케미칼 재무혁신본부장은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향후 2~3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부진한 석유화학 시황을 고려해 통합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사업 재편을 검토 중"이라며 "대산은 NCC 2기 중 1기, 여수는 NCC 4기 중 2기를 셧다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재편이 완료되면 롯데케미칼의 실질 NCC 생산능력은 대산과 여수 모두 각각 100만톤 안팎 수준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대산은 롯데케미칼 NCC 110만톤과 현대케미칼 90만톤 설비를 통합 운영하는 구조로, 롯데케미칼이 통합법인 지분 50%를 보유하는 만큼 실질적으로 약 100만톤 수준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여수 역시 롯데케미칼 NCC 123만톤과 여천NCC 230만톤 캐파에서 감산을 반영하고, 여천NCC 지분 3분의 1을 고려하면 실질 생산능력은 약 110만톤 수준이 될 전망이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재편 기간 동안에는 납사크래커(NCC) 캐파 축소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임시 셧다운하는 설비는 약 3년 뒤 시황 회복 시점에 맞춰 다시 가동하는 방향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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