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깜깜이 코스닥'이 만든 액티브 잔혹사

오피니언 기자수첩

'깜깜이 코스닥'이 만든 액티브 잔혹사

등록 2026.04.15 14:10

문혜진

  기자

리서치 공백 메운 유튜브·커뮤니티비판은 코스닥 액티브ETF로 집중

reporter

올 초 삼천당제약에 대해 단일 종목 리포트를 낸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뿐이다. 그마저도 적정주가나 투자의견은 없었다. 주가가 100만원을 넘기고 코스닥 시총 1위를 찍은 3월, 급락이 시작된 3월 31일도 투자자에게 필요한 추가 리포트는 사실상 보이지 않았다.

빈칸은 늘 다른 누군가가 채운다. 증권사가 비워둔 자리에 유튜버와 커뮤니티가 파고들었다. 검증되지 않은 정보는 더 빠르고 더 자극적으로 퍼졌다. 시장 쏠림은 극대화됐다. 업계에 따르면 삼천당제약의 투자 규모는 약 6300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그러다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낸 건 iM증권 연구원이었다. 리포트가 아니라 기자 취재에 응해 추가 임상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었다. 삼천당제약은 곧바로 허위 사실 유포를 이유로 민형사상 법적 조치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구조에선 코스닥 종목에 의견을 내겠다는 애널리스트가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비판은 곧장 코스닥액티브ETF로 향했다. 3월 잇따라 상장한 상품들에는 삼천당제약이 주요 편입 종목으로 담겼다. 주가가 떨어지자 자연히 직격탄을 맞았고, 두 자릿수 손실을 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왜 그런 종목을 담았느냐"는 말도 나왔다.

운용사 입장은 달랐다. 시총 상위 종목을 코어로 잡는 전략에서 삼천당제약을 편입하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한 판단이라는 거다. 거래대금이 급격히 커진 종목을 아예 제외하면 시장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해당 사태 이후 일부 액티브 ETF는 종목 비중을 대폭 줄이거나 전량 매도했다.

최근 만난 한 업계 관계자는 액티브 ETF는 시장 상황이 바뀌면 편입 비중을 신속하게 조절할 수 있는 상품이고, 이번 사태 당시에도 최대한의 조치를 취했다고 토로했다. 반면 패시브 ETF가 지수 구성과 비중을 임의로 벗어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추종 오차가 커지면 약속한 상품의 성격 자체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실제 코스닥150 직접 추종 ETF의 삼천당제약 비중은 3%대 중반 수준이었고, 헬스케어·바이오 테마 ETF 가운데는 5%를 넘거나 10%를 웃도는 상품도 있다. 물론 해당 관계자는 "이번 손실 구간에서 패시브 비중이 더 높게 드러난 상품이 있었던 건 맞지만 본질적으로 더 위험하거나 상품성이 떨어진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이번 논란의 핵심은 액티브와 패시브의 우열보다 종목을 충분히 검증해줄 장치가 부족한 데 있다"고 했다.

모순이 생기는 이유는 코스닥 특유의 '깜깜이' 리서치 관행 탓이다. 각자의 입장차도 존재한다. 상장사는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민감한 내용이 흘러나가거나, 코멘트 하나가 잘못 붙는 것만으로도 주가를 크게 흔들 수 있다는 부담이 있다. 증권사 입장에선 코스닥 보고서가 수익으로 연결되기 어렵고, 기업이 만나주지 않으면 분석 자체가 막힐 수밖에 없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제약·바이오 공시 종합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를 꾸렸다. 필요한 조치다. 그런데 이번 사안을 공시 문구의 문제로만 좁히면 본질을 놓치게 된다. 공시를 고치는 일과 시장을 읽어주는 분석을 하는 일은 다르다. 대형 종목인데도 한 증권사만 커버하는 구조, 급락 뒤 특정 상품이 매맞는 장면, 그 사이 개인 투자자가 검증되지 않은 정보에 노출되는 현실. 이는 특정 누구의 흠결 하나가 아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