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바이오주, 임상 데이터와 계약 실체가 주가 좌우삼천당 후폭풍, 공시 신뢰성 이슈로 공정한 평가 요구글로벌 학회에서 실제 환자 데이터·상업화 가능성 주목
삼천당제약 사태가 남긴 후폭풍에 국내 바이오주가 휘청였다. 이제 K-바이오 기업을 향한 기대감은 연달아 이어지는 글로벌 학회 발표 데이터에 쏠리는 분위기다.
삼천당 후폭풍에 제도개선 움직임까지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천당제약이 경구용 인슐린·비만 치료제(위고비 제네릭) 계약 기대감으로 코스닥 시가 총액 1위에 올랐던 지난달 20일 KODEX 바이오는 1만3355원을 기록했다. 이어 불성실 공시 이슈 등으로 삼천당제약 주가가 휘청이자 4월 초 한때 KODEX 바이오 역시 1만1000원대 초중반을 오갔다.
'황제주'(주가 100만원을 넘긴 주식) 지위에 올랐던 삼천당제약에서 불거진 문제는 곧 국내 바이오 섹터 전반의 밸류에이션 방식에 의문을 던졌다. 기술수출 기대와 파이프라인 스토리 만으로 주가를 끌어올리던 국면이 흔들리면서, 시장은 이제 계약의 실체와 임상 데이터, 수익 구조를 더 집요하게 따지기 시작했다.
정책 당국도 이러한 기조에 보조를 맞추기 시작했다. 금융감독원은 제약·바이오 공시 개선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다. 업계 안팎에서는 공시 문구를 손질하는 수준을 넘어, 실현 가능성이 낮은 전망과 불투명한 계약 구조를 걸러내는 실질 심사가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지부진한 주가에 학회 성과 강조
그럼에도 상반기 바이오 업종을 다시 움직일 변수는 남아 있다는 진단이다.
NH투자증권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국내 바이오 투자심리가 4월 초 바닥을 통과했을 가능성을 제시하며, 2분기에는 대형 기술수출과 AACR(미국암연구학회)·ASCO(미국임상종양학회)·ADA(미국당뇨병학회) 등 글로벌 학회 데이터가 반등 동력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지난 22일 종료된 AACR이 초기 임상과 전임상 중심의 예고편이라면, 후기 임상과 실제 환자 데이터를 다루는 ASCO가 더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지지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인 일부 바이오 기업도 학회 발표로 분위기 반전을 노리고 있다.
실제 에이비엘바이오 측은 최근 AACR 학회 성과를 강조하며 주가 하락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지난 20일(현지시간) ABL206(NEOK001)과 ABL209(NEOK002)의 포스터 발표를 진행했다. 두 후보물질은 이중항체 ADC 파이프라인으로, 현재 미국에서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AACR에서 공개된 포스터에 따르면, ABL206은 비임상 실험에서 B7-H3 및 ROR1과 결합해 암 세포 내로 빠르게 유입되며 강력한 항암 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ABL209는 PDX 모델에서 강력한 항암 효과를 확인했으며, 우수한 약동학(PK) 및 안전성 프로파일을 바탕으로 치료 지수(Therapeutic Window) 개선 가능성을 보여줬다.
에이비엘바이오 관계자는 "차세대 ADC 파이프라인 ABL206과 ABL209는 임상 1상 순항 중"이라면서 "최근 회사의 지속적인 주가 하락에 따라 주주 여러분의 많은 우려와 걱정이 있을 것이나, 에이비엘바이오는 본업인 연구개발에 충실히 임하고 있으며, 기술이전 논의를 비롯해 임상 연구, 학술 활동까지 활발히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ASCO, 사람 대상 데이터 '기대감'
통상 연구개발이 진행 중인 신약 파이프라인은 전임상보다 실제 사람 대상 임상시험 결과가 훨씬 중요하게 여겨진다. 학회에서 최초 공개나 구두 발표 채택 여부에 따라 시장이 반응하는 강도도 달라진다. 최근에는 단순한 기대감보다 데이터의 구체적 내용이 더 중요해졌다는 평가가 많다.
에스티큐브는 AACR 2026에서 BTN1A1 타깃 면역관문억제제 '넬마스토바트'가 비소세포폐암 모델에서 시스플라틴과 병용 시 면역매개 항종양 활성을 강화했다는 전임상 결과를 발표했다. 회사는 이를 바탕으로 넬마스토바트의 1차 치료 확장 가능성을 제시했고, 연내 임상 2상 중간 결과를 ASCO, WCLC, ESMO 등 주요 학회를 통해 순차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루닛도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루닛은 ASCO 2026에서 AI 바이오마커 플랫폼 '루닛 스코프'를 활용한 연구 초록 5편을 발표한다. 이 가운데 연세대 의대 이충근 교수가 주관한 HER2 양성 담도암 1차 치료 병용요법 임상시험 연구는 '신속 구연 발표(Rapid Oral Presentation)'로 채택됐다. 담도암뿐 아니라 폐암, 대장암, 위암 등 여러 암종에서 AI 바이오마커의 임상 적용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단순 영상 판독을 넘어 치료 결정 도구로서 확장성을 시험하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바이젠셀도 세포치료제 후보 'VT-EBV-N'의 임상 2상 결과를 ASCO 정식 구두 발표 세션에서 공개한다. 회사 측에 따르면 해당 데이터는 재발 위험 감소와 생존 기간 개선 가능성을 담고 있으며, 실제 환자 데이터 기반의 세포치료제 발표라는 점에서 주목도가 높다.
신라젠도 AACR에서 BAL0891 관련 기초연구 2건을 공개한 데 이어, 오는 5월 말 열리는 ASCO 2026에서 해당 파이프라인 임상 연구 초록이 채택됐다고 알렸다. BAL0891은 고형암과 급성골수성백혈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1상 연구가 ASCO 무대에 오른다. 세부 내용은 초록 공개 시점에 확인되겠지만, AACR에서 기전과 시너지 가능성을 예열한 뒤 ASCO에서 임상 방향성을 확인받는 흐름이다.
여기에 지아이이노베이션의 GI-101A 고형암 대상 임상 1상 구두 발표, 이뮨온시아의 CD47 면역항암제 IMC-002 삼중음성유방암 임상 공개, 티움바이오의 TU2218 두경부암 1차 치료 2a상 업데이트, 셀비온의 Lu-Pocuvotide 2상 결과 발표 등도 대기 중이다. 업계에서는 ASCO가 개별 기업 이벤트를 넘어, 국내 바이오가 글로벌 항암 무대에서 존재감을 증명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학회 발표 전에 모인 기대감은 막상 발표 뒤엔 흩어지는 게 패턴"이라면서도 "전임상 데이터 위주인 AACR과 달리 사람 대상 임상시험 데이터가 나오는 ASCO는 주목도와 영향력이 더 큰 편"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병현 기자
bottlee@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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