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사업장 집회, 4만명 집결로 압박반도체 업계 및 한국 경제 전반 충격 우려주주 반발 속 파업 손실 최대 30조원 전망
삼성전자가 창사 이래 두번째 파업 위기에 처했다. 성과급을 두고 노사가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노조의 반발이 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황이 슈퍼사이클에 접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삼성전자는 파업으로 인해 당장 수십조 원대 손실을 감내해야 할 상황에 직면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피해가 주주를 비롯해 반도체 업황 전반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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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창사 이래 두 번째 파업 위기에 직면
노조와 사측, 성과급 지급 방식 놓고 첨예한 대립
파업 시 수십조 원대 손실과 글로벌 공급망 차질 우려
노조, 성과급 투명화와 상한 폐지 요구
사측, 영업이익 10% 이상 성과급 및 경쟁사 이상 지급안 제시
노조, 영업이익 15% 성과급 요구하며 결렬
결의대회에 약 4만 명 집결, 총파업 예고
노조 요구 시 메모리사업부 1인당 성과급 약 6억2000만원
삼성전자 1분기 실적 57조2000억원, 연구개발 투자 5년간 148조원
총파업 시 손실 20~30조원, 반도체 수출이 전체의 38.1%
반도체 산업, 고부가가치와 설비투자 중심 구조
성과급 논란, 단순 임금 갈등 아닌 미래 투자와 경쟁력 논쟁
글로벌 IT·AI·자동차 공급망에도 파급력 커 외신도 주목
주주단체, 노조의 과도한 요구에 반발
성과급 요구가 시장 전체에 악영향 우려
주주 권익과 기업 성장의 균형 필요성 강조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는 23일 오후 삼성전자 평택사업장 사무복합동-사무3동 도로에서 투쟁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날 결의대회는 공동투쟁본부의 ▲성과급 투명화 ▲성과급 상한 폐지 제도화라는 요구를 관철시키고자 마련됐으며 경찰 추산으로 약 4만명이 집결했다. 노조는 5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총파업에 앞서 이번 결의대회를 열었다. 노사가 예고된 시점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총파업이라는 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최승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 위원장은 이날 "지난해 12월 교섭 시작 이후 4개월간 성실히 교섭에 임했으나 돌아온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며 "성과급 투명화, 상한폐지 제도화는 외면한 채 일회성 포상으로 교섭을 마무리하려 한 사측의 태도를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이 투쟁은 삼성전자의 미래를 위한 싸움"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 최고의 이공계 인재들이 다른 길을 선택하고 있는 지금, 정당한 보상 없이는 대한민국의 미래 산업을 누구도 책임질 수 없다"며 "이번 투쟁은 단순한 임금 투쟁이 아니라 삼성전자의 미래와 대한민국 이공계의 미래를 바로 세우기 위한 싸움"이라고 주장했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해 말부터 임금협상 및 단체협약을 수차례에 걸쳐 진행했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사측에서는 임금협상을 타결하고자 국내 1위를 달성할 경우 영업이익의 10% 이상을 재원으로 사용하고 메모리사업부에는 경쟁사 이상의 성과급을 보장하겠다는 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 경우 메모리사업부 직원이 받게 되는 성과급은 인당 평균 약 5억4000만에 달한다.
그러나 노조는 이를 받지 않았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올해 반도체 부문 연간 영업이익이 270조원으로 전망되는 만큼, 이의 15%인 40조5000억원을 성과급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해당 요구안이 반영될 경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직원들에게 돌아가는 1인당 평균 성과급은 6억2000만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특히 삼성전자의 실적 예상치는 상향 조정되고 있다. 노조의 요구대로 영업이익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게 된다면 성과급 규모는 40조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파업 현실화 땐 수십조 손실
노조의 요구가 거세지면서 우려도 확대되고 있다. 노조가 추산한 바에 따르면 총파업 기간 동안 예상되는 손실 규모는 20조~30조원에 달한다. 여기에 반도체 생산 라인은 24시간 가동이 필수인 만큼, 파업으로 가동이 중단될 경우 삼성은 물론 글로벌 IT 산업 전반에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더구나 반도체가 대한민국 전체 수출액의 38.1%(올해 3월 기준)에 이른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가 경제 전반에도 위협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외신들 역시 삼성 노조의 파업 리스크를 예의주시하며 경고한다. 로이터는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미칠 파장에 우려를 나타냈다. 노조의 파업으로 세계 최대 메모리 칩 제조업체인 삼성전자의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AI 데이터 센터 ▲자동차 ▲스마트폰 등 전 산업 분야에서 공급 병목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대만 디지타임스는 인공지능(AI) 열풍으로 HBM 등 차세대 메모리 공급이 절실한 시점에 삼성전자에서 파업이 일어날 경우 AI 인프라 관련 글로벌 공급망뿐 아니라, 반도체가 전체 수출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한국 경제 전반에까지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칩 가격 변동, 한국 세수 감소, 나아가 장기 투자 계획과 성장 동력까지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투자 줄면 경쟁력 흔들
무엇보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산업의 핵심 경쟁력이 연구개발과 설비투자에 있다는 점에서 미래를 위한 결정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에만 57조2000억원이라는 역대급 실적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도 이 같은 미래에 대한 끊임없는 투자에 있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최근 5년간 연구개발에 투자한 금액만 약 148조원에 달한다. 이는 하루 평균 1000억원이 넘는 수준이다. 같은 기간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의 시설투자도 연간 40조~50조원 규모를 유지했다. 특히 업황이 악화된 시기에도 투자는 멈추지 않았으며, 호실적이라는 결실을 맺었다는 분석이다.
설비투자도 마찬가지다. 반도체는 매출 대비 33~35%를 설비에 재투자해야 하는 '고순환 투자 산업'이다. 대부분 제조업이 10년 이상 설비를 활용할 수 있는 데 반해, 반도체 사업은 설비 수명도 약 5년에 불과해 한 세대만 뒤처져도 경쟁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즉, 반도체 산업은 재투자의 선순환이 필수적이라는 의미다.
더구나 최근 반도체 기업들의 호실적은 업황 개선 영향이 큰 상황이다. 범용 D램, 낸드 등 메모리 가격이 급등했다는 이유에서다. 16Gb DDR5 DRAM 스팟 가격은 2025년 4월 17일 5.30달러에서 2026년 4월 9일 38.5달러로 598% 뛰었고, 512Gb TLC NAND 역시 같은 기간 2.78달러에서 21.68달러로 680% 급등했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 조립·생산이 아닌 기술이 집약된 고부가가치 산업인 반도체는 노동 투입량보다는 공정 기술에 따라 생산성이 결정되기 때문에, 기술력과 투자의 규모가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며 "역대급 실적도 현장 인력의 근무 강도나 숙련도가 아니라, 반도체 수요·공급이라는 거시적 시장 상황이 이익 규모를 결정지은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주주들도 노조의 '과도한 요구'에 반발하고 있다. 이날 오전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는 노조 결의대회장 맞은편에서 맞불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노조의 파업 움직임에 반대하며 '주주 권익 보호'를 촉구하고자 집회를 열었다.
집회 주최자인 민경권 씨(79년생, 스타트업 운영)는 "직원들의 무도한 요구 속에 500만 삼성전자 주주들이 철저히 소외되고 있다"며 "정부가 밸류업 등 주식시장 활성화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이번 사례는 시장 전체에 악영향을 주는 '악성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의 삼성이 세계적 위상을 갖추고 초일류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것은 현장에서 밤낮없이 땀 흘린 직원들의 헌신은 물론 수차례의 경제 위기와 반도체 사이클 속에서도 회사의 잠재력을 믿고 묵묵히 자원을 투입해 준 주주들의 끊임없는 성원과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어 "(노조는) 실적이 좋을 때는 과도한 성과급을 요구하면서, 실적이 좋지 않을 때는 책임을 분담하지 않고 권리만 찾는다"고 비판하며 "합리적 범위에서 주주의 권익과 이익은 보호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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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정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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