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탈 투자 회수 차질 우려 목소리 확산순수 지주회사·중소기업 예외 적용 놓고 갈등한국거래소, 기업 규모별 차등 규제 선 그어
자회사 중복상장 과정에서 모회사 일반주주 동의를 의무화하는 방안이 추진되는 가운데 기업 자금조달 위축과 벤처캐피탈(VC) 투자 회수 차질을 우려하는 시장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업계는 순수 지주회사와 중소기업에 대한 예외 적용을 촉구했으나 한국거래소는 기업 규모에 따른 차별적 규제 적용에 선을 그었다.
한국거래소는 27일 여의도 사옥에서 '중복상장 제도개선 3차 세미나'를 열고 모회사 이사회 의무 및 주주 동의 방식에 대한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했다.
발제자로 나선 왕수봉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자회사 중복상장 시 모회사 이사회에 주주영향평가서 작성과 보호 방안 마련, 주주 소통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의사결정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이해관계가 없는 사외이사 중심의 특별위원회 설치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특히 왕수봉 교수는 모회사 주주의 동의를 구하는 구체적인 방식으로 비지배주주 다수결(MoM)과 3%룰을 제안했다. 그는 "국내 상장 규제를 피하기 위한 우회 상장을 막기 위해 자회사가 해외 거래소에 상장할 때도 모회사 주주 동의 요건을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토론에 참석한 기업과 벤처캐피탈(VC)·사모펀드(PE) 등 투자업계는 일률적인 중복상장 규제가 자본시장 생태계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병건 대신프라이빗에쿼티 대표는 "자체 비즈니스가 없는 순수 지주회사는 신사업 추진 시 자회사 파이낸싱이 불가피하다"며 "중복상장이 전면 금지될 경우 체력이 부족한 기업에 선투자한 재무적 투자자(FI)의 엑시트(자금 회수)가 막히는 만큼 제도 시행 전 투자 건에 대해서는 유예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체법적 근거 부족과 조달 비용 급증에 따른 실무적 한계도 지적됐다.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부회장은 "자기자본(상장·유상증자) 대신 타인자본(차입·사채)으로 자금을 조달하면 이자 비용 등으로 약 2.5배의 추가 비용이 발생해 기업의 투자 및 인재 영입 여력을 축소시킨다"며 "MoM 등의 주주 동의 절차는 현재 상법상 규정된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위반하더라도 법적 제재 근거가 불명확하다"고 짚었다.
반면 한국거래소는 기업 규모나 산업 특성에 따른 규제 완화 요구에 대해 원칙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임흥택 한국거래소 상무는 "벤처기업이나 중견기업이라는 이유로 주주 보호 기준이 차별적으로 적용되거나 별도의 예외 트랙이 부여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기업 성장이라는 기본 정합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주주 실질 보호에 방점을 두고 최종 제도를 정립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한편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는 이번 세미나를 포함해 총 세 차례에 걸쳐 수렴된 시장참여자 의견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오는 7월 시행을 목표로 '중복상장 원칙 금지·일부 예외 허용'에 대한 세부 개선안 가이드라인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뉴스웨이 김호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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