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과감한 M&A와 인색한 안전투자···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고의 이면

산업 중공업·방산 NW 리포트

과감한 M&A와 인색한 안전투자···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고의 이면

등록 2026.06.04 06:55

신지훈

  기자

대전사업장 8년간 3차례 연쇄 폭발···누적 사망자만 13명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 달성, 안전 예산은 영업익의 0.2%위험공정 무인화 예산 짜놓고 집행은 절반에도 못 미쳐

그래픽=홍연택 기자그래픽=홍연택 기자

국내 방산업계 대표 기업으로 성장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또다시 대형 인명사고를 냈다. 2018년과 2019년에 이어 세 번째 폭발 사고다. 최근 수년간 해외 인수합병(M&A)과 지분 투자, 방산 통합 전략을 통해 몸집을 불리는 데 성공했지만, 정작 사업장의 안전관리 체계는 이에 걸맞게 강화되지 못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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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ick Point!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에서 또다시 폭발 사고가 발생

최근 8년간 세 번째 대형 인명사고로 누적 사망자 13명

기업의 외형 성장과 달리 현장 안전관리는 미흡하다는 비판 확산

숫자 읽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지난해 매출 26조6000억원, 영업이익 3조345억원 기록

안전보건 예산은 68억원, 영업이익 대비 0.2% 수준

2024년 안전 예산 76억원 중 실제 집행액 35억원에 불과

2018년 사고 당시 수백 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적발

배경은

2018년과 2019년에도 대전사업장에서 폭발 사고로 각각 5명, 3명 사망

방산업 특성상 고위험 물질 취급, 반복되는 사고에 구조적 문제 지적

동일 사업장에서 대형 사고가 반복되며 안전 시스템 미흡 지적

맥락 읽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해외 M&A, 대규모 투자로 성장 가속화

KAI 지분 확보 등 외형 확장에 자금 집중

실적 호황에도 안전 투자는 정체 또는 감소

경영진이 현장 안전보다 성장과 수익성에 더 집중했다는 비판

향후 전망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고 재발 방지와 원인 규명 약속

업계와 전문가들은 외부 안전진단, 위험공정 재점검, 무인화 투자 강화 필요성 강조

고용노동부가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 조사 중

기업가치 상승과 함께 글로벌 수준의 안전관리 기준 요구 높아질 전망

특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지난해 3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두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상황에서 안전 관련 예산은 오히려 축소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기업가치 제고와 외형 확장에 비해 현장 안전은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고를 단순한 현장 사고가 아닌 경영 우선순위의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영업익 3조 시대의 명암···안전 예산은 되레 줄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에서는 지난 1일 폭발 사고가 발생해 5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사고는 추진기관 관련 공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현재 정확한 원인을 조사 중이다.

문제는 이번 사고가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전사업장은 2018년 5명의 사망자를 낸 폭발 화재 사고가 발생했던 곳이다. 당시 로켓 추진체에 고체연료를 충전하는 과정에서 불이 나면서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 불과 9개월 뒤인 2019년에도 추진체 연료 제거 작업 과정에서 폭발이 발생해 근로자 3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번 사고까지 포함하면 최근 8년 동안 같은 사업장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로 숨진 근로자는 13명에 달한다.

방산업 특성상 고체연료와 화약류 등 위험물질을 취급하는 만큼 사고 위험이 상존하지만, 비슷한 유형의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안전관리 체계 전반에 구조적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2018년 사고 직후 실시된 특별근로감독에서는 수백 건에 달하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이 적발된 바 있다. 한 산업안전 전문가는 "고위험 사업장의 경우 단순히 규정을 준수하는 수준이 아니라 위험 요소를 선제적으로 제거하는 체계가 갖춰져야 한다"며 "동일 사업장에서 대형 사고가 반복된다는 것은 안전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회사 측은 "주요 사업장에 대해 위험성평가 체계를 고도화하고 중대재해를 유발할 수 있는 고위험 요인을 식별해 중점적으로 관리하는 프로세스를 도입했다"며 "그 결과 중대재해 위험도를 80% 감소시키는 성과를 냈다"고 자평했다.

더 큰 문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실적과 안전 투자 흐름이 정반대로 움직였다는 점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26조6000억원, 영업이익 3조345억원을 기록했다. 모두 창사 이래 최대 규모다. 방산 수출 확대와 한화오션 편입 효과가 더해지면서 그룹 내 핵심 수익원으로 자리 잡았다.

1일 폭발 사고가 발생한 대전 유성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사진=연합뉴스 제공1일 폭발 사고가 발생한 대전 유성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하지만 안전보건 예산은 이 같은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회사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안전보건 관련 예산은 68억원 수준이었다. 영업이익 대비 0.2% 수준에 불과하다. 더욱이 2024년에는 노후 설비 교체와 위험공정 무인화 등을 위해 편성했던 안전 예산(76억원) 가운데 실제 집행액(35억원)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70억원대였던 안전 관련 투자 역시 이후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파악된다.

현장에서는 방산업 특성상 일반 제조업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안전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폭발 위험 물질을 상시 취급하는 사업장의 경우 설비 교체 주기를 단축하고, 자동화·무인화 시스템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러나 실적 호황에도 불구하고 안전 투자가 정체되거나 축소된 것은 경영진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다른 분야에 집중됐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김동관의 승계 무대 된 한화에어로···'성장'에 쏠린 시선

실제 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자금 사용처를 보면 외형 확대 전략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회사는 지난해 이후 미국 LNG 기업 넥스트디케이드(1803억원), 싱가포르 해양플랜트 업체 다이나맥(8625억원), 호주 조선업체 오스탈(2700억원) 등에 수천억원 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여기에 최근 KAI 지분을 지속적으로 매입하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AI 지분율은 7%를 넘어섰다. 시장에서는 단순 투자 목적을 넘어 향후 경영 참여 또는 장기적 인수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한화그룹이 추구하는 '육·해·공 통합 방산 체제' 구축의 마지막 퍼즐이 KAI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화는 삼성 방산 계열사 인수, 한화디펜스 합병, 한화오션 편입 등을 거치며 국내 최대 방산 플랫폼 기업으로 변신해왔다. 이 과정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단순 제조업체를 넘어 그룹 전체의 성장 엔진 역할을 맡았다.

이번 사고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의 경영 성과를 상징하는 핵심 계열사이기 때문이다.

김동관 부회장은 그룹 내 방산·조선·우주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사실상 그의 대표 사업 포트폴리오로 평가받는다. 최근 수년간 방산 수출 확대와 주가 급등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기업가치는 크게 상승했다.

1일 오전 대전 유성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에서 폭발 사고가 나 경찰이 사업장 정문 앞에서 통제 중이다. 사진=연합뉴스 제공1일 오전 대전 유성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에서 폭발 사고가 나 경찰이 사업장 정문 앞에서 통제 중이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시장에서는 이를 김 부회장의 경영 성과로 평가하며 향후 승계 구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한화그룹은 방산 중심 재편 과정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그룹 핵심 계열사로 키웠고, 최근에는 KAI 지분 확보를 통해 우주·항공 영역까지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문제는 기업가치 확대를 위한 공격적 투자와 비교할 때 안전 투자 규모는 지나치게 작은 수준이라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기업 성장 전략에 지나치게 초점이 몰리며 현장 안전과 노동환경 개선은 상대적으로 후순위로 밀려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수천억원 규모 인수합병은 과감하게 추진하면서 정작 현장의 안전 문제는 비용 관점에서 접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며 "반복된 사고가 우연이라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방산 수출과 기업가치 상승은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정작 생산 현장의 위험 요소 제거에는 충분한 투자가 이뤄졌는지 의문"이라며 "사망 사고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성과만 강조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사고 직후 철저한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에도 유사한 수준의 대책에 그친다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어렵다고 보고 있다. 특히 국가 핵심 방산 시설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외부 감시와 검증이 제한되는 구조인 만큼 내부 안전관리 시스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기적인 외부 안전진단과 위험공정 전면 재점검, 노후 설비 교체 확대, 무인화 투자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고용노동부 역시 전담수사팀을 꾸려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금까지 K-방산 호황의 최대 수혜 기업으로 평가받아 왔다. 다만 세 차례에 걸친 대형 참사는 성장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또 다른 과제를 남겼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기업가치를 높이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생명과 안전"이라며 "세계적인 방산기업을 지향한다면 수주 규모와 시가총액뿐만 아니라 안전 수준 역시 글로벌 기준에 부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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