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핵심지표 모두 충족···강화된 거버넌스 체계영풍, 60% 준수율 불과···독립성·책임성 도마에 올라경영권 분쟁 속 두 회사 지배구조 개선 시급성 대두
최근 상장사들이 2025년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공시한 가운데, 2024년부터 경영권 분쟁을 이어오고 있는 고려아연과 영풍의 지배구조 수준이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아연은 지배구조 핵심지표 15개 항목을 모두 충족하며 상장사 최상위권 수준의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반면 영풍은 15개 항목 중 9개만 충족해 준수율이 60%에 머물렀다. 이에 따라 영풍이 MBK파트너스와 손잡으며 내세웠던 '고려아연 거버넌스 개선' 명분이 설득력을 잃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영풍이 고려아연 경영 참여에 앞서 자사 지배구조 개선에 먼저 나서야 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1일 공시된 2025년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따르면 고려아연의 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율은 100%를 기록했다. 지난해 보고서 기준 80%였던 준수율을 1년 만에 끌어올리며 전 항목을 충족했다. 반면 영풍은 지난해와 동일한 60%에 머물렀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미충족 항목이었던 △주주총회 4주 전 소집공고 실시 △주주총회 집중일 이외 개최 △현금배당 관련 예측가능성 제공 등을 모두 이행했다. 실제로 올해 제52기 정기주주총회 소집공고를 개최 29일 전에 실시했고, 전자투표와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를 병행해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 편의성을 높였다. 영문 공시를 통해 외국인 투자자의 정보 접근성도 강화했다는 평가다.
배당 정책 역시 시장 친화적으로 개선됐다. 고려아연은 결산배당과 분기배당 과정에서 이사회가 현금배당액을 먼저 확정한 뒤 배당기준일을 정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투자자들이 배당 규모를 확인한 뒤 투자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금융당국이 추진해온 배당제도 개선 방향과도 궤를 같이한다.
이사회 구성과 운영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으며, 이사회 과반을 사외이사로 구성했다. 여성 이사 4명과 외국인 이사 2명을 선임해 다양성도 확보했다. 아울러 이사회와 위원회, 개별 이사를 대상으로 평가를 실시하고 평가 과정과 결과, 개선 사항까지 공개했다. 올해부터는 집중투표제를 도입해 소수주주 권익 강화에도 나섰다.
반면 영풍은 지난해와 동일하게 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율 60%에 머물렀다. 영풍은 △주주총회 4주 전 소집공고 실시 △주주총회 집중일 이외 개최 △현금배당 관련 예측가능성 제공 △최고경영자(CEO) 승계정책 마련 및 운영 △집중투표제 채택 △기업가치 훼손 또는 주주권익 침해 책임자의 임원 선임 방지 정책 수립 등 6개 항목을 충족하지 못했다.
영풍은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서 이사회가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4명 등 총 6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사외이사가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러나 실제 운영 측면에서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풍은 2025년 한 해 동안 사외이사만 참여하는 별도 회의를 단 한 차례도 개최하지 않았다. 반면 고려아연은 지난해 사외이사 단독 회의를 네 차례 개최했으며 올해도 관련 회의를 이어가고 있다. ESG 업계에서는 최근 이사회 독립성 강화가 글로벌 거버넌스의 핵심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영풍의 이사회 운영이 외형에 비해 다소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대해 영풍은 "이사회 내 사외이사의 의견이 존중되고 독립성이 보장되는 환경이 조성돼 있어 별도 회의를 개최하지 않고 있다"며 "이사회에서도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는 문화가 정착돼 있다"고 설명했다.
사외이사 평가 제도 역시 고려아연과 차이를 보였다. 영풍은 사외이사에 대한 개별 평가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 그 이유에 대해 회사 측은 "사외이사 4명에 대한 평가가 이사회 내 정치적 상황을 초래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ESG 업계에서는 이 같은 설명에 의문을 제기한다. 사외이사 평가는 이사회의 책임성과 독립성을 높이기 위한 대표적인 지배구조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데, 정치적 상황 발생 우려를 이유로 이를 도입하지 않는 사례는 드물다는 것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설명의 구체성과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풍은 또 "이사회 내 역할 분담과 참석률, 책임성, 전문성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의견을 교환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주요 의사결정을 진행하고 있다"며 "상호 평가 등 외부 평가 방식의 도입 여부는 내부적으로 판단을 보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해명 역시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평가도 있다. 사외이사 개별 평가는 일반적으로 이사회 내부의 객관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한 장치로 분류되는데, 이를 '외부 평가 방식'으로 표현한 점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ESG 업계에서는 비공식적인 의견 교환만으로는 사외이사의 역할과 성과를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영풍의 이사회 운영과 의사결정 절차를 둘러싼 논란은 MBK파트너스와 체결한 경영협력계약 과정에서도 불거졌다.
공시 등에 따르면 영풍과 MBK파트너스, 장형진 영풍 고문은 지난해 9월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앞서 경영협력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일부 주주들은 영풍 자산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고려아연 지분과 관련된 의사결정 과정과 계약 조건의 적정성에 문제를 제기했고, 해당 사안은 주주대표소송으로까지 이어졌다.
당시 업계 일각에서는 사내이사인 대표이사 2명이 구속된 상황에서 회사의 중대한 의사결정이 이뤄졌다는 점에 주목하며, 해당 계약이 어떤 논의와 검토 과정을 거쳐 체결됐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회사의 핵심 경영 현안을 둘러싼 의사결정 과정이 충분한 검증과 견제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면서 이사회의 독립성과 책임성 문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뉴스웨이 신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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