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삼성 참여설' 돌던 보스턴다이내믹스···정의선은 지배력 강화 택했다

산업 자동차

'삼성 참여설' 돌던 보스턴다이내믹스···정의선은 지배력 강화 택했다

등록 2026.06.19 17:01

황예인

  기자

소프트뱅크 보유 지분 9.65% 전량 인수 추진삼성·구글 투자설 속 현대차그룹 자회사로 재정립핵심 자산 직접 확보하며 피지컬 AI 시장 선도

현대자동차 제58기 주주총회 현장에 보스턴 다이나믹스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전시되어 있다. 사진=현대차 제공현대자동차 제58기 주주총회 현장에 보스턴 다이나믹스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전시되어 있다. 사진=현대차 제공

삼성 투자설과 구글 참여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시장의 관심이 집중됐던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향방이 결국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선택으로 정리되는 분위기다. 정 회장이 외부 투자자에게 문을 열기보다 직접 지배력을 높이는 길을 택하면서다.

업계에서는 이번 결정을 단순한 지분 정리가 아니라 '보스턴다이내믹스는 현대차그룹의 미래 성장엔진'이라는 정의선 회장의 강한 의지 표명으로 해석하고 있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9.65% 전량을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관련 안건은 이르면 오는 22일 임시 이사회를 통해서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가 마무리되면 소프트뱅크는 보스턴다이내믹스 주주 명단에서 빠지고, 정의선 회장과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 등 현대차그룹 측이 지분 100%를 보유하게 된다.

이번 결정이 주목받는 이유는 최근까지 시장에서 전혀 다른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거론됐기 때문이다. 앞서 투자업계에서는 소프트뱅크의 풋옵션 만기를 앞두고 삼성전자나 구글 같은 글로벌 기업이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할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특히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구글의 프리IPO 투자 가능성과 함께 삼성전자가 소프트뱅크 지분을 인수하는 시나리오까지 언급하며 관심을 모았다.

삼성전자는 관련 내용을 즉각 부인했지만 시장의 관심은 오히려 커졌다. 생성형 AI 이후 차세대 성장축으로 꼽히는 피지컬 AI 시장이 급부상하면서 보스턴다이내믹스가 희소한 전략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어서다.

실제 최근 글로벌 산업의 무게중심은 대규모언어모델(LLM)에서 현실 공간에서 움직이는 AI로 이동하고 있다. 공장과 물류센터, 건설현장, 가정 등에서 직접 작업을 수행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새로운 플랫폼으로 부상하면서 관련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의 몸값도 빠르게 뛰고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선 기업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4족 보행 로봇 '스팟', 물류 로봇 '스트레치', 휴머노이드 '아틀라스' 등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로봇 제어 기술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아틀라스는 현대차그룹이 추진하는 제조 혁신의 핵심 카드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시작으로 아틀라스를 생산 현장에 투입하고 이후 글로벌 공장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의선 회장이 선택한 카드는 외부 자본 유치가 아니라 지배력 강화다. 이는 단순히 소프트뱅크 지분을 사들이는 차원을 넘어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미래 가치에 대한 확신을 보여주는 결정으로 읽힌다. 만약 현대차그룹이 단기적인 기업가치 상승이나 IPO 흥행에만 초점을 맞췄다면 전략적 투자자를 유치하는 것이 더 유리했을 수 있지만 정의선 회장은 오히려 완전 자회사 체제를 선택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정의선 회장이 지금 단계에서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외부와 나눌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소프트뱅크 지분 인수 가격이 약 5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지면서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핵심 자산에 대한 지배력을 더욱 강화하게 된 셈이다.

최근 증권가에서 보스턴다이내믹스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는 점도 이런 해석에 힘을 보탠다. 한국투자증권은 보스턴다이내믹스 가치가 향후 빅테크 기업들의 투자 참여와 피지컬 AI 시장 성장에 따라 크게 높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유안타증권은 아직 실적 기여도가 제한적인 만큼 과도한 기대는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평가에는 차이가 있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있다. 현대차 주가와 기업가치를 논할 때 더 이상 보스턴다이내믹스를 빼놓을 수 없는 자산이 됐다는 점이다.

이번 정의선 회장의 선택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자동차 제조기업이었던 현대차그룹이 모빌리티와 AI, 로봇 기업으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보스턴다이내믹스는 핵심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 현대차와 기아는 로봇의 수요처가 되고, 현대모비스는 핵심 부품을 공급하며, 현대오토에버는 소프트웨어를 담당하는 등 그룹 차원의 로보틱스 밸류체인 구축도 진행 중이다.

결국 이번 지분 인수의 의미는 '삼성이 투자하느냐'가 아닌, 삼성과 구글 등 외부 기업들이 관심을 가질 정도로 가치가 높아진 자산을 정의선 회장이 직접 품겠다는 선택에 가까워 보인다는 것이 업계의 해석이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시장에서는 누가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을 가져갈 것인지에 관심이 쏠렸지만 현대차그룹은 지분을 외부에 내놓기보다 오히려 더 사들이는 결정을 내렸다"며 "이는 정의선 회장이 보스턴다이내믹스를 미래 모빌리티와 피지컬 AI 시대의 핵심 자산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ad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