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호황에 두 달 새 가계대출 6조 '폭증'··· 카드론 43조 사상 최대총량 압박에 빗장 걸어 잠근 금융권···'실수요자 직격' 일차원적 미봉책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9000선을 돌파하는 역사적인 호황기를 맞이했지만, 그 이면에서 자라난 가계부채의 그늘은 금융시장 전체를 짓누르는 거대한 뇌관이 되고 있다.
지난 18일 기준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646조192억원으로, 지난해 말(645조1951억원)과 비교해 8241억원이 늘었다. 특히 눈여겨볼 점은 속도다. 올 4월(639조9475억원)까지만 하더라도 완만한 감소세를 보였던 대출 잔액이 최근 두 달 새 무려 6조원 넘게 폭증했다.
사상 초유의 증시 호황에 편승해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을 끌어다 쓰는 '빚투(빚내서 투자)' 광풍의 결과다. 실제로 개인 신용대출 잔액(108조3339억원)은 4월 말 대비 4조원가량 늘었다.
폭발적인 증가세로 은행권의 연간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초비상'이 걸렸고, 하반기에는 더 강력한 '대출 규제 한파'가 예고된다. 이미 시장에서는 신용대출 한도를 옥죄고 신규 접수를 중단하는 등 비상관리 체제가 급히 가동되고 있다.
고삐 풀린 가계대출을 잡기 위한 브레이크는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최근 금융권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하는 대출 억제 방식을 보면 리스크를 정교하게 관리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수치 맞추기식 통제에 급급한 것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주택담보대출도, 신용대출도 일단 문부터 닫아걸라는 식의 처방은 지나치게 일차원적이다. 가계부채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 대신 공급망 자체를 마비시키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늘어난 대출을 무조건 누르고 보자는 접근법은 결국 부작용을 낳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 일방적인 규제가 시장의 가장 약한 고리인 실수요자들부터 직격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고도 없이 대출 창구의 빗장이 걸리면서 당장 자금이 필요한 서민들은 졸지에 대출 절벽 앞으로 밀려났다.
갈 곳을 잃은 실수요자들은 1금융권에서 밀려나 다른 곳의 문을 두드리는 '풍선효과'는 이미 현실화되는 모양새다. 실제로 서민들의 급전 창구라 불리는 카드론 잔액은 지난달 43조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미 과열된 빚투 광풍 속에서 은행들만 닦달한다고 문제가 해결될 리 없다. 이제 와서 대출 문턱을 높이는 건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식 규제에 그치지 않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창구 봉쇄가 아닌 공급과 수요를 정교하게 조율하는 체계적인 리스크 관리다. 특히 앞으로 맞이할 금리 인상기나 증시 하락장에 대비한 선제적인 대응 매뉴얼이 필요한 시점이다.
밀려드는 물이 무섭다고 댐의 수문을 무작정 다 닫아버리면, 물은 결국 가장 약한 제방을 뚫고 터져 나오기 마련이다. 극한 홍수에 물길을 정교하게 나누고 가두어 관리하듯, 거대한 부채의 흐름 속에서 돈길을 관리하는 정교한 안전장치를 설계해야 할 때다.
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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