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피크아웃보다 외인 매도·레버리지 ETF 수급 탓"펀더멘털 이상 없다"···약세장 진입보다 단기 조정 '무게'AI 투자·빅테크 실적 확인이 하반기 증시 향방 좌우할 듯
9000선을 돌파했던 코스피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6500선을 내주면서 시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와 반도체 피크아웃 우려, 외국인 매도, 단일종목 레버리지 수급까지 겹치며 낙폭이 빠르게 확대된 모습이다. 다만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이번 급락을 수급 충격이 확대된 단기 조정으로 진단하며 성급한 투매를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3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669.01포인트(8.95%) 급락한 6806.93에 거래를 마쳤다. 다음날인 14일에도 하락세는 이어졌다. 코스피는 이날 장중 한때 6500선 아래까지 밀렸다가 저가 매수 심리가 힘입어 6800선을 회복했다.
뉴스웨이가 국내 주요 증권사 7곳(미래에셋·한국투자·삼성·키움·메리츠·하나·LS증권) 리서치센터장을 대상으로 긴급 인터뷰한 결과 대부분은 이번 조정을 기업 펀더멘털 악화에 따른 하락장이 아닌 일시적인 변동성 장세로 진단했다.
리서치센터장들은 반도체 피크아웃 우려가 시장을 흔들기는 했지만 실제 낙폭을 키운 것은 외국인 매도와 단일종목 레버리지 수급, 단기 차익실현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빅테크들의 인공지능(AI) 투자 기조와 반도체 업황이 다시 확인되는 이달 말부터 시장이 방향성을 되찾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잇따랐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조정을 반도체 사이클이 꺾인 신호보다 시장이 업황을 다시 검증하는 과정으로 해석했다. 이 센터장은 "시장이 계속 의심하는 것은 결국 사이클의 연장 여부"라며 "메타 이슈와 삼성전자 실적 발표 등이 겹치면서 변동성이 커졌지만 이번 랠리 역시 미국 빅테크들의 가이던스 상향에서 시작된 만큼 현재는 그 흐름이 유지되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장이 의심과 피로감을 강하게 반영하고 있을 뿐 사이클이 바뀌었다는 징후는 아직 없다"며 "확신을 얻기까지 시간이 필요하지만 지금 모든 것이 달라지는 국면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부연했다.
코스피 1만포인트 전망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판단이다. 이 센터장은 "이달 말부터 9월까지 이어질 글로벌 빅테크들의 수요와 가이던스가 시장 기대를 충족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수준"이라면서도 "지금은 그 테스트를 통과하는 과정인 만큼 투자자들이 느끼는 변동성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금융위기 때보다 낮은 PER···"이익 추정치 여전히 견고"
이종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급락을 기업 실적 악화보다 밸류에이션 조정으로 평가했다. 그는 "반도체를 비롯한 주요 업종의 12개월 선행 이익 추정치는 여전히 견고하다"며 "현재 하락은 기업 이익이 훼손됐다기보다 단기적인 멀티플 압축 과정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글로벌 증시가 한국만큼 크게 조정을 받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하락은 국내 시장 특유의 수급 요인이 크게 작용한 결과"라며 "현재는 국내 수급이 방향성을 왜곡하고 있지만 반등을 이끌 재료가 더 많다"고 말했다.
특히 코스피의 밸류에이션 매력이 다시 높아졌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센터장은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5.7배 수준까지 낮아진 만큼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등 대외 변수만 안정된다면 반도체뿐 아니라 MLCC와 전력기기, 소비재, 증권주 등으로 회복세가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현재 시장을 금융위기 수준까지 저평가된 구간으로 평가했다. 그는 "코스피 12개월 선행 PER은 5.79배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도 낮은 수준"이라며 "120일 이동평균선인 6570선이 중요한 지지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 센터장은 반등의 핵심 조건으로 외국인 수급 회복을 제시했다. 그는 "원·달러 환율이 안정되면서 외국인 순매수가 다시 유입돼야 한다"며 "반도체 이익 모멘텀이 강화되고 AI 투자 확대가 다시 확인되면 외국인 자금도 자연스럽게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이번 주 ASML과 TSMC 실적, 다음 주 알파벳 등 미국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실적과 투자 계획이 향후 시장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AI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빅테크 실적이 최대 변수
신승진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최근 급락을 추세적인 약세장으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최근 하락은 중동 정세 재악화와 메모리 반도체 차익실현, 레버리지 ETF에 따른 수급 교란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AI 성장 스토리와 기업 이익, 밸류에이션 등 펀더멘털이 훼손된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신 팀장은 시장이 AI 투자 버블 우려를 과도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AI 투자 버블에 대한 우려는 투자심리가 신중해진 것이지 펀더멘털 훼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반도체 수출도 여전히 견조한 만큼 AI 투자 사이클이 정점을 통과했다고 단정하기에는 이르다"고 설명했다.
향후 시장의 분수령으로는 미국 빅테크들의 실적을 꼽았다. 그는 "AI 수익성과 설비 투자 계획이 다시 확인되면 최근 제기된 우려도 상당 부분 해소될 가능성이 높다"며 "지금은 과도한 레버리지는 지양하고 관망하면서 추가 매수 타이밍을 고려해야할 시기"라고 조언했다.
코스피 전망에 대해서는 낙관적인 시각을 유지했다. 그는 "코스피는 여전히 대만 증시와 비교해 저평가된 상태"라며 "정상적인 가치평가가 이뤄진다면 코스피 1만포인트도 여전히 유효한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이번 조정을 펀더멘털 훼손보다 수급 불안에 따른 단기 충격으로 해석했다. 황 센터장은 "이번 조정은 반도체 고점 우려와 수급 불안이 결합된 단기 변동성 확대 국면"이라며 "기업 이익의 성장 방향성은 유지되고 있는 만큼 본격적인 하락장보다 과도했던 기대와 포지션이 정상화되는 과정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투자 전략에 대해서는 "단기적으로는 추가적인 수급 변동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지만 현재 주가 수준은 고점 대비 낙폭과 이익 전망을 감안하면 점진적인 매수 접근이 가능한 구간"이라며 "미국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설비투자 확대가 다시 확인되면 반도체 피크아웃 우려도 완화되고 코스피 역시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분할 매수 조언 속 엇갈린 1만피 전망
신중호 LS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조정을 국내 증시 특유의 급등에 따른 되돌림 과정으로 해석했다. 신 센터장은 "우리나라 증시는 단기간에 너무 많이 올랐고 그만큼 단기간에 크게 조정을 받은 것"이라며 "다른 나라보다 국내 증시만 크게 빠진 것은 단기 급등에 따른 변동성이 크게 작용한 결과"라고 말했다.
다만 추가 급락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신 센터장은 "이미 조정 국면에 들어온 것은 맞지만 6000선 아래까지 계속 밀리는 하락장이 이어질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며 "미국 중간선거 전까지는 6000선 중반에서 8000선 중반 사이의 박스권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어 "신규 투자자는 연준의 통화정책과 월말 빅테크 실적을 확인한 뒤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기존 투자자는 지금 와서 매도하기에는 늦은 시점"이라며 "올해 안에 1만포인트에 도달하려면 50% 가까이 올라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덧붙였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AI리서치센터 수석매니저도 "현재 하락은 본격적인 약세장보다 상승장 중간에 나타난 극심한 변동성 조정으로 보는 것이 맞다"며 "그동안 누적된 기대감과 레버리지 포지션이 한꺼번에 흔들리면서 수급 충격이 발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수석매니저는 최근 변동성을 키운 핵심 요인으로 단일종목 레버리지를 지목했다. 반도체 피크아웃 논란에 더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서 발생한 숏 감마(Short Gamma) 수급 부담이 하락장에서 매도 압력을 더욱 키우며 변동성을 극대화했다는 설명이다.
이어 "급락 구간에서 공포에 따른 감정적 투매는 지양해야 한다"며 "수급 불안이 완전히 해소될 때까지는 변동성을 고려한 분할매수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향후 주목해야 할 업종으로는 이익 전망이 명확히 상향되고 있는 에너지, 반도체, 증권, IT·가전과 펀더멘털이 견조한 조선, 방산, 전력기기 등을 꼽았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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