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상장 규제 후 첫 자회사 상장 승인IPO 규제 완화 업계 환영·신중론 공존IPO 추진 기업들, 추가 예외사례 주목
중복상장 원칙 금지·예외 허용을 위한 세부 가이드라인 공개 이후 첫 예외 사례가 등장하면서 자금조달이 필요한 기업들의 숨통이 트일지 주목된다. 그동안 금융당국의 중복상장 금지 기조로 인해 IPO 추진에 제약이 걸렸던 기업들에게 상장 문이 열릴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특례심사 기준에 맞으면 중복상장을 허용한다는 방침이나 동시에 주주 보호 노력을 강조하고 있어 기업들은 당분간 신중한 움직임을 보일 전망이다.
코스닥 시장 상장위원회는 지난 20일 덕산하이메탈의 자회사인 덕산넵코어스와 다산네트웍스의 자회사 디티에스(DTS)의 상장예비심사를 승인했다. 덕산하이메탈과 다산네트웍스 모두 코스닥 상장사이며, 중복상장 원칙 금지·예외 허용을 위한 세부 가이드라인 공개 이후 첫 예외 사례다.
가이드라인의 중복상장 특례심사 기준에 따르면 자회사가 모회사로부터 영업·경영의 독립성이 있다는 점이 인정돼야 한다. 자회사 입장에서는 독자적 경영조직을 갖추고, 모회사로부터 독립적으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동일 산업에 속하더라도 자회사가 모회사와 구별되는 제품군, 고객기반 등을 보유해 공급망 내 역할이 구분된다면 영업의 독립성이 인정될 수 있다.
주주 보호 노력이 제대로 이행됐는지도 심사한다. 물적분할한 자회사의 중복상장을 추진할 때는 주주동의가 필수다.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합산 지분 의결권을 3%로 제한하고, 참석 지분의 과반 동의와 전체 의결권 대비 4분의 1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 그 외 일반적인 경우에는 주주동의를 받았다면 주주보호 노력 이행을 충족한 것으로 추정하고, 주주동의가 없다면 주주보호 노력 이행 여부를 엄격하게 개별심사한다.
덕산넵코어스와 디티에스는 이른바 '쪼개기 상장'으로 불리는 물적분할 자회사가 아니라 인수를 통해 편입된 자회사다. 두 회사는 모회사와 주력 사업 분야가 구분되는 특성도 있다. 반도체 패키징용 소재를 생산하는 덕산하이메탈과 달리 덕산넵코어스는 방산·우주항공 항법 및 항재밍 솔루션을 주력으로 한다. 다산네트웍스는 통신 네트워크 장비를 전문으로 하지만, 디티에스는 공랭식 열교환기 등 산업용 플랜트 기계 설비를 제조한다.
앞서 일부 기업들은 금융당국의 중복상장 규제 기조로 인해 자회사 상장 계획을 수정한 사례가 있다. 코스닥 상장사인 알테오젠은 두 자회사 합병으로 만들어진 알테오젠바이오로직스 상장을 추진했지만, 현재는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중소형 바이오텍(신약 후보물질 발굴, 유전자 편집, AI 진단 등 연구개발에 특화된 기업)들의 경우에는 R&D(연구개발) 사업 특성상 자금조달을 위해 IPO가 필수적인 상황"이라면서도 "IPO 이후에도 추가 자금조달을 위해 CB(전환사채)나 EB(교환사채)도 발행하는 실정이지만, 중복상장 규제로 인해 타격이 예상된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트리니티항공의 자본잠식 등 재무 건전성과 중복상장 논란에 휘말렸던 소노인터내셔널은 IPO 추진 청신호가 켜졌다. 소노인터내셔널은 상장사인 트리니티항공과 소노스퀘어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하지만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에서는 자회사가 먼저 상장한 뒤 모회사가 상장하는 구조를 규율 대상에서 제외했다.
인공지능(AI) 비전솔루션 전문기업이자 코스닥 상장사인 라온피플도 2023년 티디지 지분 인수 후 IPO를 추진하고 있지만, 중복상장 규제로 인해 제동이 걸렸다. 특히 향후 라온피플이 티디지 지분을 인수할 당시 울바홀딩스 및 재무적 투자자(FI)와 체결한 주주 간 계약이 부담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라온피플이 공시한 올해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라온피플이 발행한 CB 규모는 180억 원이며, 티디지의 기업공개 불이행 시 FI가 풋옵션(매도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중복상장 예외허용 사례 등장을 환영하는 동시에 금융당국 심사 기조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바라보고 있다.
자본시장 한 관계자는 "중복상장 우려가 있었던 기업들이 관련 규제 때문에 전면 계획을 수정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예외허용이 나온 것을 기점으로 상장을 다시 추진해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주주 보호와 관련된 사항들을 얼마나 철저하게 이행했느냐를 금융당국이 심사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철저히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코스닥에 상장된 한 기업 관계자는 "각 회사마다 사정이 다른 동시에 중복상장 규제 외에도 다른 심사 요건들이 있다"며 "IPO 예비 심사를 청구했으나 어떤 사유로 인해 상장 불가 판정이 나오면 재심사 청구하는 게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추가 예외 사례가 나올 때까지 우선 기다려보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노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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