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자제 글 논란 후 장문의 투자 철학 공개상장폐지 대신 시장 통한 퇴장 필요성 제시"불안해도 원칙은 바꾸지 말라" 투자자에 조언
단일종목 레버리지를 두고 "투자하지 말라"는 글을 올렸다가 논란 끝에 삭제했던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가 다시 입을 열었다. 배 대표는 장문의 글을 통해 "단일종목 레버리지는 상장폐지보다 자연사해야 한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자신의 투자 철학과 최근 증시를 바라보는 시각을 함께 밝혔다.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규제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업계를 대표하는 인물의 발언이어서 시장의 관심이 다시 쏠리고 있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배 대표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최근 삭제했던 단일종목 레버리지 관련 게시글의 배경과 자신의 투자 철학을 설명하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배 대표는 "최근 개별종목 레버리지·인버스 2배 상품에 관한 글을 올렸다가 내린 적이 있는데 예상보다 너무 많은 연락을 받았기 때문"이라며 "내 투자철학은 오래전부터 변하지 않았고, 미래 성장에 장기투자하고 변동성을 견디기 위한 투자수단으로는 개별종목보다 ETF를 활용하라고 이야기해왔다"고 적었다.
이번 게시글은 앞서 논란이 된 게시글을 둘러싼 오해를 풀기 위한 의도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선 글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투자하지 말라"는 결론만 담기면서 업계 안팎에서 다양한 해석을 낳았다. 이번에는 왜 그런 결론에 이르렀는지, 최근 시장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투자자들이 어떤 원칙을 가져야 하는지까지 함께 설명하며 자신의 발언 배경을 구체적으로 풀어냈다.
배 대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의 가장 큰 위험으로 일일 재조정과 복리 효과를 꼽았다. 배 대표는 레버리지와 인버스 2배 상품은 방향만 맞힌다고 수익을 내는 구조가 아니라며 변동성이 커지고 주가가 오르내리는 과정이 반복되면 상품 가치가 예상보다 빠르게 훼손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배 대표는 "많은 투자자가 많이 빠졌으니 이제 오르겠지, 잠깐 들어갔다 나오면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하지만 그런 타이밍을 지속적으로 맞히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한두 번 수익을 낼 수는 있어도 장기적으로 자산을 늘리는 투자 방식은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이번 글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자연사'라는 표현이다. 배 대표는 "투자자들에게 부담해서는 안 될 일"이라며 "상장폐지가 아닌 자연사시켜야 한다. 운용사와 LP 그리고 약간의 제도상의 도움만 있으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단순히 투자를 자제해야 한다는 수준을 넘어 상품의 존속 방식까지 언급한 것이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야당을 중심으로 단일종목 레버리지의 상장폐지론이 언급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배 대표는 상품을 강제로 없애기보다 시장 참여자와 제도 개선을 통해 투자 수요가 자연스럽게 줄어드는 방향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발언은 단일종목 레버리지를 실제 운용하는 자산운용사 대표의 입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ACE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 ETF'와 'ACE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 ETF'를 운용하고 있다.
배 대표는 최근 국내 증시 급등락에 대한 생각도 상세히 밝혔다. 그는 레버리지 상품 문제와 별개로 최근 시장의 움직임은 많은 투자자에게 큰 충격을 줬다고 진단했다. 밸류업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와 배당소득 분리과세, 자사주 소각 등 제도 변화가 시장 상승의 모멘텀이 됐고 여기에 메모리 반도체 실적 개선이 더해지면서 한때 코스피가 9000선을 넘어서는 초유의 상황까지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배 대표는 "환희는 오래가지 않았고 시장이 고점에서 약 40% 가까이 하락하면서 투자자 입장에서는 무엇을 해야 할지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며 "단기간 급등 이후 급락이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졌지만 이럴 때일수록 가격보다 투자 원칙을 먼저 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 대표는 이 과정에서 자신이 오랫동안 강조해온 '방향과 시간'이라는 투자 철학을 다시 꺼냈다. 그는 성공적인 투자의 조건은 방향과 시간이라며 지금 같은 급락장에서도 이 원칙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투자한 산업의 장기적인 성장 방향이 훼손되지 않았다면 거친 변동성은 견뎌야 하며. 하루하루의 가격 움직임에 따라 투자 원칙을 바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반도체 산업에 대한 시각도 밝혔다. 그는 AI 시대 반도체는 필수 산업이지만 메모리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메모리는 여전히 경기 민감 업종인 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증설뿐 아니라 중국 CXMT와 YMTC의 부상도 함께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정 메모리 기업 하나에 집중하기보다 설계와 메모리, 파운드리, 장비 등 반도체 생태계 전체에 투자해야 산업 성장의 과실을 함께 가져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
최근 급락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투자자들을 향한 조언도 남겼다. 배 대표는 "불안한 것은 당연하지만 불안하다고 해서 투자 원칙까지 바꿀 필요는 없다"며 "시장이 크게 흔들릴 때는 하루 종일 시세를 쫓기보다 시장의 소음에서 잠시 벗어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관련태그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pkb@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