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커피 뽑으로 왔더니 닭 튀겨"···저가커피 영역 파괴일까

오피니언 기자수첩

"커피 뽑으로 왔더니 닭 튀겨"···저가커피 영역 파괴일까

등록 2026.09.21 17:20

수정 2026.09.21 17:23

김다혜

  기자

커피 넘어 볶음밥·치킨까지···메뉴 경쟁 과열매장 업무 늘고 카페 정체성도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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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커피 메뉴가 달라지고 있다. 커피와 음료를 만들던 매장에서 김치볶음밥을 데우고 떡볶이를 조리한다. 치킨까지 등장했다. 저렴한 가격에 커피 한 잔을 빠르게 내놓으며 성장한 저가커피가 이제는 한 끼 식사까지 책임지는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메가MGC커피는 김치볶음밥과 양념 컵치킨 등을 판매하고 있다. 김치볶음밥은 출시 약 3개월 만에 40만개가 팔렸고 양념 컵치킨도 누적 판매량 70만개를 넘어섰다. 이디야커피와 더벤티 역시 볶음밥과 떡볶이, 샐러드랩 등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메뉴를 운영하고 있다.

카페에서 먹거리를 판매하는 것이 새로운 일은 아니다. 케이크와 빵, 샌드위치 등은 오래전부터 커피와 함께 팔렸다. 달라진 점은 범위다. 커피와 곁들이는 디저트나 베이커리를 넘어 이제는 카페에 들어가 식사까지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메뉴가 넓어졌다.

업체들이 먹거리에 공을 들이는 이유도 분명하다. 저가커피 시장이 커지면서 브랜드 간 경쟁도 치열해졌다. 2000원 안팎의 아메리카노만으로 차별화하기는 쉽지 않다. 매장 수를 늘리는 것만큼 기존 매장에서 얼마나 많은 매출을 올릴 수 있는지도 중요해졌다. 커피 한 잔을 사러 온 고객에게 먹거리 하나를 더 판매할 수 있다면 객단가를 높일 수 있다.

실제 소비자 반응도 나쁘지 않다. 카페 한 곳에서 음료와 간단한 식사를 함께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장점이다. 김치볶음밥과 컵치킨이 수십만개씩 팔렸다는 점은 카페 식사 메뉴에 대한 수요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가맹점 입장에서도 음료에 집중됐던 매출원을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 먹거리 확대를 마냥 부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

문제는 메뉴판 한 줄이 늘어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커피와 음료를 만들던 매장 직원은 이제 볶음밥을 데우고 떡볶이를 조리하고 치킨까지 준비해야 한다. 메뉴가 많아질수록 조리와 포장, 세척, 재고관리 등 매장에서 처리해야 할 일도 함께 늘어난다.

저가커피는 작은 매장에서 비교적 적은 인력으로 빠르게 주문을 처리하는 방식으로 성장했다. 저렴한 가격만큼이나 주문부터 제품을 받기까지 걸리는 짧은 시간도 경쟁력이었다. 하지만 취급하는 음식이 많아지고 조리 과정이 복잡해지면 저가커피가 갖고 있던 단순한 매장 운영 방식과는 점점 거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

아르바이트생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카페에서 일한다고 하면 통상 커피와 음료 제조를 떠올린다. 물론 카페 직원의 업무 범위를 커피 제조로만 한정할 수는 없다. 매장에서 판매하는 제품이 달라지면 업무 또한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음료부터 디저트, 식사와 조리 메뉴까지 계속해서 더해진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바리스타로 일하러 왔다가 어느새 '셰프' 역할까지 맡게 되는 셈이다.

더 큰 고민은 저가커피의 정체성이다. 저가커피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복잡하지 않았다. 싸고 빠르게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명확한 장점이 있었다. 소비자 역시 저가커피에 고급스러운 공간이나 화려한 식사를 기대하기보다 부담 없는 가격과 편리함을 선택했다.

저가커피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메뉴 구성도 복잡해지고 있다. 커피에서 음료로, 음료에서 디저트로, 다시 식사 메뉴로 영역을 넓히면서 카페와 외식 매장의 경계도 희미해졌다. 매출을 늘리기 위해 새로운 메뉴를 추가하는 과정에서 정작 저가커피를 지금의 규모로 키운 단순함은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메뉴 확대가 잘못된 전략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소비자가 찾고 실제 판매가 늘어난다면 기업이 수요에 맞춰 상품을 내놓는 것은 자연스러운 선택이다. 가맹점 매출을 높일 새로운 상품을 찾는 것도 프랜차이즈 본사의 역할이다. 다만 메뉴를 얼마나 많이 만들 수 있는지와 브랜드가 무엇을 잘하는지는 다른 문제다.

저가커피의 경쟁력은 메뉴판의 길이에서 시작되지 않았다. 저렴한 가격과 빠른 속도, 간편함이라는 단순한 공식으로 수많은 소비자를 끌어들였다. 경쟁사를 따라 메뉴를 하나씩 더하다 그 장점까지 복잡하게 만들 필요는 없다.

메뉴가 많아진다고 브랜드의 경쟁력까지 함께 커지는 것은 아니다. 당장의 매출을 위해 선택지를 늘리는 사이 소비자가 그 브랜드를 찾는 이유가 흐려질 수도 있다. 무엇을 더 팔지보다 무엇으로 기억될지를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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