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국차보다 비싸면 밀린다···가격 낮추는 기아, 수익성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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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차보다 비싸면 밀린다···가격 낮추는 기아, 수익성 딜레마

등록 2026.07.31 13:06

권지용

  기자

中 전기차, 가격·상품성 공세가격 격차 20~25%→15~20% 축소점유율 방어·수익성 압박

기아 EV3. 사진=기아기아 EV3. 사진=기아

기아가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가격 방어선'을 낮추고 있다. 중국 업체들이 낮은 가격에 이어 상품 경쟁력까지 앞세워 시장 공략을 강화하면서 기존 전략만으로는 점유율 방어가 쉽지 않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올해 유럽 시장에서 중국 업체와 자사 차량 간 가격 격차를 기존 20~25% 수준에서 15~20%까지 줄였다. 국가와 차종별 차이는 있지만 중국 전기차와의 가격 차이를 좁혀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다.

송호성 기아 사장도 최근 인베스터데이에서 중국 업체들의 공세에 대응하기 위한 추가적인 가격 전략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동안 쌓아온 수익성과 재무 여력을 바탕으로 시장 점유율 방어에 나서겠다는 의미다.

기아가 가격 전략을 조정하는 배경에는 유럽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중국 완성차 업체들이 있다. 중국 내수 시장 성장세가 둔화하고 미국 시장 진입 장벽이 높아지면서 중국 업체들은 유럽을 핵심 수출 시장으로 삼고 있다.

특히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과거의 저가 이미지를 벗어나고 있다. 긴 주행거리와 빠른 충전 성능은 물론 인포테인먼트와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등 상품 경쟁력까지 끌어올리며 기존 완성차 업체들과의 격차를 좁히고 있다.

실제 지난 3월 유럽 내 BYD 등록 대수는 전년 동월 대비 약 15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유럽 전체 자동차 판매 증가율은 11%, 현대차·기아는 6% 수준이었다.

기아 역시 실적 발표에서 "중국 업체들이 저가 전기차를 앞세워 공격적으로 진출하면서 일부 유럽 국가에서 시장점유율이 예상보다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 시장에서도 중국 브랜드의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영국자동차산업협회(SMMT)에 따르면 MG와 BYD, 체리 계열 브랜드인 제쿠·오모다 등 중국계 브랜드는 최근 영국 신차 등록의 약 15%를 차지했다. 마이크 호스 SMMT 대표는 중국 업체들이 낮은 비용으로 경쟁력 있는 차량을 생산하면서 기존 업체들도 판매량 유지를 위해 할인 폭을 키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아가 영국 시장에 판매 중인 라인업. 사진=기아기아가 영국 시장에 판매 중인 라인업. 사진=기아

기아가 유럽 시장을 쉽게 내줄 수 없는 이유는 전기차 전환 속도가 빠른 핵심 시장이기 때문이다. 기아는 EV3에 이어 EV4 등 소형·준중형 전기차 라인업을 확대하며 대중 전기차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업체들이 비슷한 차급과 상품성을 갖춘 전기차를 더 낮은 가격에 출시하면서 기존 가격 전략을 유지하기는 어려워졌다. 전기차 시장에서는 수천 유로 수준의 가격 차이가 소비자의 구매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미 수익성에도 부담이 나타나고 있다. 기아는 올해 1분기 유럽 시장에서 중국 업체 대응을 위해 판매 인센티브를 확대했고, 이는 분기 이익 감소 요인 가운데 하나로 작용했다. 미국 관세 부담까지 겹친 상황에서 유럽 내 할인 경쟁이 장기화하면 수익성 압박도 커질 수 있다.

다만 기아는 중국 자동차 시장의 구조조정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송 사장은 과도한 공급과 가격 경쟁이 이어지는 중국 시장에서 정부 지원 축소와 함께 경쟁력이 떨어지는 업체들의 재편이 빨라질 수 있다고 봤다. 기아는 시장 재편 전까지 현재의 재무 여력과 브랜드 경쟁력을 활용해 점유율 방어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유럽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의 공세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전기차에 추가 관세를 부과했지만 판매 확대 흐름은 이어지고 있고 추가 관세가 없는 영국 등 일부 시장에서는 성장 속도가 더 빠르다.

기아가 꺼내든 가격 카드는 중국 전기차 공세에 대응하기 위한 선택이다. 다만 가격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그동안 기아가 유지해온 높은 수익성 중심 전략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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