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시간 연장으로 저녁상권 위축 불가피중소형 증권사들도 인력·전산 부담에 한숨개인투자자 "거래시간보다 시장 신뢰부터"
"애프터마켓이 시작되면 여의도 상권부터 힘들어질 겁니다"
최근 여의도에서 심심찮게 들리는 이야기입니다. 다음달 한국거래소가 애프터마켓을 도입하지만 거래시간 연장에 대한 기대보다 걱정이 먼저 커지고 있습니다. 거래시간이 늘어날수록 증권사 직원들의 퇴근이 늦어지고 결국 여의도의 저녁 풍경도 지금과는 달라지게 될 가능성이 높아서죠.
여의도 상권은 다른 오피스 상권과 성격이 다소 다릅니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직원들의 퇴근 후 식사와 회식이 저녁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데요. 코로나19 이후 회식 문화가 크게 줄고 경기 둔화까지 겹쳐 상권이 예전만 못하다는 이야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애프터마켓 도입은 또 다른 악재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애프터마켓이 자리 잡으면 증권사 직원들의 퇴근은 지금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장을 마치고 나면 저녁 약속을 잡기에도 애매한 시간이 되는 만큼 "오늘은 그냥 집에 가자"는 선택이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라는 게 여의도의 이야기입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애프터마켓이 정착되면 식당을 찾기보다 편의점이나 간편식으로 저녁을 해결하는 직원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는데요. 거래시간 연장이 지금도 쉽지 않은 여의도 상권에 적잖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인력 충원·전산 비용···증권가 '애프터마켓 청구서' 부담
증권가에서도 거래시간 연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습니다. 특히 중소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인력 운영과 IT 시스템 구축·유지 부담을 걱정하는 분위기입니다. 애프터마켓이 열리면 전산 모니터링과 주문 관리, 장애 대응 등을 위한 추가 인력과 시스템 투자가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거래량이 기대만큼 늘지 않을 경우 비용 부담만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 같은 분위기는 한국거래소가 프리마켓 도입을 내년 말로 미룬 배경과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모의시장 운영 과정에서 증권사들의 시스템 개발과 운영 부담이 잇따라 제기됐고 결국 애프터마켓만 먼저 시행하는 방향으로 일정이 조정됐죠.
개인투자자들의 반발도 적지 않습니다. 거래시간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투자 접근성은 물론 시장 활성화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실제 온라인 투자 커뮤니티에서는 "코스닥 거래대금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거래시간만 늘린다고 시장이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충분한 시뮬레이션보다 속도전에 치우친 것 아니냐"는 의견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이와 더불어 저유동성 종목의 변동성 확대 등에 대한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습니다.
동학개미 "기관·외국인만 웃는 시장 될라"
최근에는 개인투자자 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도 한국거래소에 거래시간 연장에 반대하는 내용증명을 보냈습니다. 거래시간이 늘어나면 외국인과 기관투자자에게 더욱 유리한 시장이 형성될 수 있고, 대다수 개인투자자는 대처 능력과 정보력이 부족해 지금보다 격차가 더욱 확대될 것이란 주장입니다.
시장 참여자들의 관심은 거래시간보다 자본시장 체질 개선에 쏠려 있습니다. 상장사 기업가치 제고와 시장 신뢰 회복, 투자자 보호가 뒷받침돼야 거래도 살아날 수 있다는 게 증권가 안팎의 공통된 시각입니다.
물론 거래소 입장에서는 애프터마켓 도입이 글로벌 거래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일 겁니다. 주식시장의 문은 더 오래 열리게 됐지만 그만큼 여의도 식당의 불은 더 일찍 꺼질지 모른다는 걱정도 함께 커지고 있는데요. 거래시간 연장이 가져올 첫 번째 변화가 거래량이 아니라 여의도의 밤이라면, 애프터마켓을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습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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