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문, DX 첫 적자 돌파 의지로 3045주 사들여최태원, SK하이닉스 주가 급락에 첫 개인 매입 단행경영진 자기 자본 투입···책임경영 신호 강화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나란히 개인 자금을 투입해 각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을 사들였다.
경영진이 직접 주주 대열에 합류해 책임경영 의지를 드러냈다는 점은 같지만, 매입에 담긴 셈법은 다르다. 노태문 사장은 완제품 사업의 첫 적자로 불거진 책임론을 정면 돌파하는 데, 최태원 회장은 사상 최대 실적에도 급락한 SK하이닉스의 저평가 인식을 불식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노 사장은 지난달 30일 삼성전자 보통주 3045주를 주당 23만원에 장내 매수했다. 노 사장이 삼성전자 주식을 추가로 사들인 것은 2024년 9월 이후 약 1년 10개월 만이다. 총매입액은 7억35만원으로, 보유 주식은 기존 12만1235주에서 12만4280주로 늘었다.
최 회장도 같은 날 SK하이닉스 보통주 3620주를 장내 매수했다. 30일 종가인 132만2000원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47억8564만원 규모다. 최 회장이 개인 명의로 SK하이닉스 주식을 직접 보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에는 지주회사와 SK스퀘어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지배해왔다.
최근 상법 개정과 기업 밸류업 정책을 계기로 주주가치 제고와 경영진의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총수와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회사 주식을 사들이는 사례도 늘고 있다. 배당 확대나 회사 차원의 자사주 매입과 달리 개인 자금이 투입된다는 점에서 회사의 미래 가치에 대한 확신을 시장에 전달하는 효과가 크다.
다만 두 사람의 주식 매입이 시장에 던지는 메시지에는 차이가 있다.
노 사장의 이번 매입은 2분기 실적 발표 당일 이뤄졌다는 점에서 완제품 사업 부진으로 커진 책임론을 의식한 행보로 해석된다. 노 사장이 이끄는 디바이스경험(DX)부문은 2분기 8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2021년 출범 이후 처음으로 적자 전환했다. 사업부장을 겸하는 모바일경험(MX)·네트워크사업부도 700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취임 1년도 채 되지 않아 첫 적자를 받아든 만큼 경영 책임도 한층 무거워졌다는 평가다.
이번 주식 매입에는 하반기 실적 반등에 대한 의지와 함께 오는 7일 공식 출시되는 갤럭시 Z 폴드8 울트라·폴드8·플립8의 흥행 자신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노 사장은 올해 폴더블 제품군을 3종으로 확대하며 역대 최대 판매를 목표로 내걸었다. 신제품의 판매 성과가 책임경영 의지를 실적으로 입증할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반면 최 회장의 매입은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보다 주가와 기업가치의 괴리를 좁히는 데 무게가 실린다.
SK하이닉스는 올해 2분기 매출 79조3187억원과 영업이익 60조5426억원으로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76%에 달했고 순현금도 69조4000억원으로 확대됐다. HBM4 양산 출하를 시작한 데 이어 핵심 고객사를 포함한 10여 곳과 장기공급계약 협상도 마무리했다.
하지만 주가는 6월 25일 장중 298만7000원에서 지난달 30일 132만2000원까지 55% 넘게 하락했다. 사상 최대 실적에도 시장의 높아진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평가와 AI 투자 지속성에 대한 우려가 겹치면서 '반도체 고점론'이 다시 고개를 든 영향이다. 실제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시장 전망치를 각각 3조~4조원 가량 밑돌았다.
최 회장이 실적 발표 이튿날 처음으로 개인 명의의 SK하이닉스 주식을 사들인 것도 주가 하락 폭이 회사의 펀더멘털에 비해 과도하다는 판단을 시장에 전달하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AI 메모리 시장의 중장기 성장성과 SK하이닉스의 경쟁력에 대한 확신을 개인 자금으로 보여준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경영진의 주식 매입은 현재의 성적표보다 향후 실적과 기업가치를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신호"라며 "노 사장은 DX부문의 턴어라운드에, 최 회장은 시장이 과소평가한 HBM 성장성에 각각 개인 자금을 건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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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고지혜 기자
kohjihye@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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