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 하반기 화두는 AI··· 업무 자동화 넘어 핵심영역 전면 도입작년 개인정보 유출 신고 45%·과징금 172% 폭증···배상 한도는 제자리금융당국·개보위 제도 개선 시급··· "AI 보안 관리 및 현실적 안전망 구축"
금융권의 망분리 규제 완화에 물꼬가 트이면서 인공지능 전환(AX)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금융 현장의 '보안 안전망'은 여전히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형 개인정보 유출 사고 위험은 날로 커지는데, 피해를 보상할 배상책임보험 한도는 법정 최소 수준인 '10억 원'에 그쳐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하반기 4대 금융지주의 최대 화두는 단연 AX다.
그동안 금융권은 2013년 대규모 전산망 사고 이후 엄격한 망분리 규제에 묶여 있었다. 이로 인해 외부 생성형 AI 모델을 업무에 유연하게 도입하는 데 큰 제약을 받았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지난 6월 간담회를 통해 규제 개선 방침을 공식화하면서 금융사들의 AI 활용 속도에는 더욱 불이 붙을 전망이다.
4대 금융지주 회장들 역시 하반기 전략회의에서 AI 생태계 구축을 핵심 과제로 내걸었다. 이제 금융권의 AI 활용은 단순 반복 업무 자동화를 넘어선다. 고객 상담과 맞춤형 자산관리(WM)는 물론, 리스크 관리와 내부통제 등 핵심 본업 전반으로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망분리 규제가 실제로 풀리면 AI 에이전트와 대규모언어모델(LLM)의 활용 폭이 가파르게 넓어질 것으로 본다. 기존의 정보 검색이나 상담 지원 차원을 넘어, 여신 심사와 기업금융 등 금융사의 핵심 의사결정 영역까지 AI가 대거 진입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미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3일 국내 금융사 최초로 'AI 에이전트 전담 조직'을 신설하며 인간과 AI의 협업 체계를 구축했다.
보험업계의 발걸음도 바쁘다. 삼성생명과 교보생명, 한화생명 등 주요 생보사들은 AI 전담 조직을 CEO 직속이나 임원급 조직으로 격상하며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문제는 AI 활용 영역이 확장될수록 개인정보 침해 위험도 함께 폭증한다는 점이다. 글로벌 조사기관 가트너는 오는 2029년 발생하는 개인정보 사고의 상당수가 단순 데이터 유출이 아닌, 'AI가 생성한 추론 정보'에서 비롯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바트 빌렘센 가트너 수석 애널리스트는 "개인정보 침해의 양상이 정형 데이터 유출에서 인사이트 유출로 변하고 있다"며 "AI 알고리즘이 개인에 대해 추론해내는 정보 자체가 새로운 보안 위험 요소"라고 짚었다.
국내에서도 개인정보 유출 피해는 해마다 대형화되는 추세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유출 신고는 총 447건으로 전년 대비 45.6% 급증했다. 조사·처분 건수 역시 227건에 달했으며, 부과된 과징금 총액은 1,677억 원으로 1년 새 172%나 폭증했다.
사고 규모와 처분 수위는 천문학적으로 커졌지만, 기업이 확보한 배상 재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상 보유 정보주체 100만 명 이상, 매출액 800억 원 초과 기업의 최소 보험 가입금액이 단 '10억 원'으로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현실과 떨어진 보장 한도는 늘 비판의 대상이 된다. 최근 롯데카드는 297만 명의 고객 정보 유출로 영업정지 1.5개월과 과징금 50억 원 처분을 받았다. SKT와 쿠팡, KT 등 대규모 유출을 겪은 대기업들도 수백억 원대 과징금을 맞았다. 하지만 이들이 가입한 배상책임보험 보장 한도는 대부분 최소 기준인 10억 원에 머물렀다.
특히 금융권은 타 산업보다 정보 유출의 파급력이 훨씬 치명적이다. 성명과 주민번호는 물론 계좌번호, 카드번호, 대출 및 신용정보 등 즉각적인 경제적 가치를 지닌 초민감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출 시 명의도용이나 보이스피싱 등 2차·3차 금융범죄로 직결되기 쉽다.
염흥열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금융권은 해킹 사고가 금융거래 시스템까지 침투할 경우 자금 이체 등 직접적인 재산 피해로 직결된다"며 "타 산업보다 훨씬 민감한 영역"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염 교수는 "AI 도입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지만 해커의 공격 표면을 넓히는 부작용도 낳는다"며 "AI 전환과 동시에 새로운 취약점을 관리할 선제적 보안 대응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보험업계에서도 기업들의 안이한 인식을 꼬집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보험을 위험 관리 수단이 아닌 단순 비용으로 치부하며 법정 최소 한도로만 가입한다"며 "보험사가 보장 부족 위험을 경고하고 추가 가입을 권유해도 외면받기 일쑤"라고 전했다.
한편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보장 한도 상향을 두고 이용자 보호와 기업 부담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져 있다.
개보위 관계자는 "배상책임보험 한도 조정을 두고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신중히 수렴하고 있다"며 "한도를 높이면 이용자 보호에는 유리하지만, 모든 기업에 일률적인 비용 부담을 안길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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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진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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