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44회·코스닥 30회···역대 최다 발동시장 흔들림 못 막고 가격 왜곡 논란만 키워글로벌 스탠더드 외치면서 시장안정장치는 '한국식'

올해 국내 증시에서는 사이드카가 벌써 74차례(코스피 44회·코스닥 30회)나 발동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도 많은 횟수인데요. 비상시에만 작동해야 할 시장안정장치지만 이젠 익숙한 풍경이 돼버렸습니다.
사이드카는 선물시장이 급등락할 때 프로그램매매를 잠시 멈춰 시장이 과도하게 흔들리는 것을 막자는 취지로 1996년 도입됐습니다. 당시에는 프로그램매매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던 시기였고 제도 역시 나름의 역할을 했습니다.
하지만 30년이 지난 지금도 같은 방식이 최선인지는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는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이 거래를 주도하고 상장지수펀드(ETF) 자금이 시장을 움직이는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거래 속도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졌고 투자 방식도 크게 바뀌었습니다.
지난해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쳐 다섯 차례에 그쳤던 사이드카는 올해 불과 7개월여 만에 74차례까지 늘었습니다. 시장이 그만큼 불안했다는 의미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사이드카가 더 이상 '비상장치'라고 보기 어려운 수준까지 일상화됐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비상장치가 반복될수록 경고 효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고, 되레 투매나 추격 매수 심리만 자극하는 아이러니가 벌어질 수 있습니다.
일각에선 사이드카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습니다. 현재 사이드카는 선물가격을 기준으로 발동하지만 실제 제한되는 것은 현물 프로그램매매입니다. 선물과 현물의 가격 차이를 좁혀야 할 차익거래가 제약을 받으면서 가격 형성을 왜곡할 수 있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습니다.
특히 사이드카의 발동 기준이 공개돼 있다 보니 투자자들이 미리 주문을 내면서 가격이 특정 구간으로 쏠리는 '마그넷 이펙트' 우려도 제기됩니다. 시장을 안정시키려던 장치가 오히려 시장을 흔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얘깁니다.
무엇보다 주요국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미국도 과거에는 프로그램매매를 제한하는 '룰80A(Rule 80A)'를 운영했습니다. 하지만 전자거래가 확산되고 시장 구조가 바뀌면서 2007년 이를 폐지했습니다. 현재는 서킷브레이커와 개별 종목 변동성 완화장치를 중심으로 시장을 관리하고 있죠. 영국, 일본, 홍콩 등 주요 시장도 프로그램매매만 별도로 멈추는 제도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우리나라는 가격제한폭과 변동성완화장치(VI), 서킷브레이커, 사이드카를 동시에 운영하는 유일한 국가입니다. 사이드카는 현·선물시장 간 충격 전이를 늦추기 위한 역할을 맡고 있는데요.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국내 시장 특성을 고려하면 다층적 안전장치를 갖춰야 한다는 거래소의 입장에는 충분히 공감합니다.
다만 여기서 의문이 하나 생깁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해 공매도 제도를 손보고 외환시장 개방을 확대했습니다. 해외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겠다며 시장 제도 전반을 바꾸고 있는 상황이죠. 그런데 유독 시장안정장치만큼은 한국만의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행인 점은 거래소도 변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것입니다. 거래소는 제도의 유효성을 더 높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발동 기준과 운영 방식, 그에 따른 시장 영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감독당국과 협의를 거쳐 개선 방안을 검토해 나간다는 계획인데요. 제도 개선의 필요성 자체는 거래소도 부인하지 않은 셈입니다.
그렇다면 이제는 발동 기준을 조금 손보는 수준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발동되는 사이드카가 시장을 얼마나 안정시켰는지부터 냉정하게 평가해야 합니다. 효과보다 부작용이 더 크고 글로벌 스탠더드와도 거리가 있다면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를 넘어 '계속 유지해야 하는가'까지 논의를 확대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순서 아닐까요.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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