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감축 시대 핵심 자원···원료 경쟁력 부각고급강 생산 확대···조달 체계 전환 가속수급 구조 재편···품질별 가격 차별화 본격화
포스코의 250만톤 규모 광양 전기로 가동이 국내 철스크랩 시장의 질서를 재편하고 있다. 탄소중립 시대 저탄소 철강 생산의 핵심 원료로 철스크랩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단순 '고철'으로 취급받던 시장이 고급 원료 확보 경쟁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6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지난 6월 광양제철소에 연산 250만톤 규모의 전기로를 준공했다. 총 6000억원을 투입한 단일 설비 기준 국내 최대 규모 전기로다. 기존 고로 중심의 철강 생산 체계를 보완하고 탄소 배출을 저감하는 저탄소 생산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핵심 거점이다.
포스코는 전기로에서 생산한 용강을 고로 용선과 혼합하는 합탕 기술을 적용해 기존 고로 수준의 품질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우선 탄소저감 강재 생산을 확대하고 철스크랩 선별·성분 제어 기술을 고도화해 2030년까지 자동차강판과 전기강판 등 고급 판재 생산까지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전기로 경쟁력의 핵심은 설비 규모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어떠한 품질의 철스크랩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느냐가 생산 경쟁력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자동차강판과 전기강판처럼 엄격한 품질 기준이 요구되는 제품을 생산하려면 불순물이 적고 성분 관리가 용이한 고급 철스크랩 확보가 필수적이다.
그동안 국내 철스크랩 시장은 철근 경기와 밀접하게 연동되어 왔다. 철근 제강사들이 전기로 가동률을 끌어올리면 철스크랩 구매가 증가하고 건설 경기 둔화로 철근 생산이 감축되면 가격 역시 하락세를 타는 구조였다. 시장의 중심 또한 철근·특수강 업체의 구매 수요에 치우쳐 있었다.
하지만 포스코의 전기로 가동으로 시장 구조가 격변하고 있다. 기존 철근용 수요에 더해 고급 판재 생산을 위한 대규모 수요가 새로이 창출되면서 철스크랩 시장의 패러다임이 '단순 물량 확보'에서 '고품질 원료 선점'으로 이동하고 있다.
특히 철스크랩은 품질 등급에 따라 가치 격차가 현저하다. 자동차·가전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생철은 원재료 출처와 성분 추적이 용이하고 불순물이 극히 적다. 대형 철구조물에서 도출되는 고급 중량 스크랩 역시 고급강 생산에 적합하다. 반면 생활 폐기물과 철거 현장에서 회수되는 경량 스크랩은 이물질 혼입과 성분 편차가 크므로 추가적인 선별과 정련 공정이 수반된다.
이에 따라 향후 철스크랩 시장에서는 등급별 가격 양극화 현상이 더욱 선명해질 전망이다. 고급 철스크랩은 탄소중립 시대의 핵심 전략 원료로 평가받으며 수요가 집중되는 반면 저급 스크랩은 철근 생산과 건설 경기 변동에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광양 전기로 가동을 앞두고 고급 철스크랩 가격은 상승 곡선을 그렸다. 국내 생철 평균 가격은 올해 1월 톤당 40만8000원에서 6월 47만8000원까지 치솟으며 반년 사이 17% 이상 상승했다. 포스코의 신규 수요 확보 행보와 기존 제강사들의 선점 경쟁, 국제 철스크랩 가격 상승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다만 최근의 가격 조정세를 구조적인 공급 과잉으로 해석하기는 무리가 있다. 7월 들어 철근 제강사들이 여름철 휴동과 감산에 진입함에 따라 구매 수요가 감퇴했고 국내 철스크랩 가격은 평균 톤당 2만원가량 조정을 받았다. 이는 단기적인 생산 감소와 재고 조정에 기인한 일시적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포스코의 전기로 투자가 국내 철스크랩 산업의 경쟁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탄소 규제가 강화되고 전기로 생산 비중이 확대될수록 철스크랩은 단순한 원가 절감용 재료가 아니라 철강사의 탄소 경쟁력을 좌우하는 전략 자원으로 매김할 가능성이 크다.
이윤희 포스코경영연구원은 "철강산업의 탄소중립 실현 과정에서 고로의 철스크랩 투입 확대와 전기로 투자가 연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며 "수입선 다변화와 국내 가공 공정 고도화 등 안정적인 철스크랩 조달 체계를 조속히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뉴스웨이 이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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