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3.3%로 0.7%p 상향···근원물가도 올해·내년 2.5%점도표 중앙값 연 3.25%···한 차례 추가 인상 가능성수도권 집값·가계빚 경계···황건일 위원은 동결 소수의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3.00%로 올리며 2회 연속 인상을 단행했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성장 전망이 크게 높아진 데다 물가 오름세가 넓게 번지고 수도권 주택가격과 가계부채 부담도 커졌다는 판단이다. 향후 6개월 조건부 금리 전망의 중앙값은 연 3.25%로 나타나 한 차례 추가 인상 가능성도 열렸다.
기준금리 2회 연속 인상···6대 1 결정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통화정책방향'에 따르면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연 3.00%로 0.25%포인트(p) 인상했다. 지난 7월 16일 0.25%p 올린 데 이은 연속 인상이다. 금통위원 6명이 인상에 찬성했고 황건일 위원은 연 2.75%로 유지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한은은 수출 호조와 내수 회복으로 경제가 예상보다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물가상승률이 상당기간 목표 수준을 웃돌 것으로 봤다. 선제적으로 물가 확산을 막고 수도권 주택시장과 가계부채를 중심으로 한 금융안정 위험에도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성장·물가·금융안정···인상 배경 된 세 갈래
대외 여건도 물가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세계 경제는 AI 투자를 바탕으로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중동 긴장과 에너지 가격 상승이 주요국 물가를 당분간 목표보다 높은 수준에 묶어둘 수 있다는 게 한은의 진단이다. 주요국 재정건전성 우려로 장기 국채금리가 오른 점도 정책 부담으로 꼽혔다.
성장 눈높이는 큰 폭으로 높였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5월 2.6%에서 3.3%로 0.7%포인트 올리고 내년 전망도 2.1%에서 2.9%로 0.8%포인트 상향했다. 반도체 경기 호조가 당초 예상을 웃돌면서 수출과 투자가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고, 개선된 소득 여건이 소비 회복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전체 소비자물가 전망은 올해 2.7%, 내년 2.3%로 유지했지만 기조적 흐름은 더 강해질 것으로 봤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전망을 올해 2.4%에서 2.5%, 내년 2.3%에서 2.5%로 각각 높였다.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8%로 낮아졌지만 근원물가는 개인서비스와 내구재 가격 오름세 확대로 2.6%까지 올라갔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호미로 정책을 펴기로 했다"고 표현했다. 기대인플레이션을 일찍 안정시키면 물가가 더 넓게 번진 뒤 큰 폭으로 금리를 올리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황 위원의 동결 의견도 정책 방향 자체보다 8월과 10월 가운데 인상 시점을 둘러싼 "전술적인 차이"라고 설명했다.
금리 인상에 따른 취약차주 부담에는 재정 지원과 선별 대출로 대응한다. 한은은 중소기업 지원에 활용되는 금융중개지원대출 금리를 연 1.25%로 유지했다. 신 총재는 정부와 취약차주 지원책을 계속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안정도 결정의 한 축이었다. 7월 수도권 주택가격은 전월보다 0.7% 올랐고 은행 가계대출은 한 달 새 5조4000억원 늘었다. 신 총재는 "금리로 집값을 잡는 것은 무리"라면서도 "통화정책과 거시건전성 정책은 서로의 촉매제"라고 강조했다. 금리만으로 집값을 잡는 데 한계가 있지만 두 정책이 같은 방향으로 작동해야 신용과 레버리지 확대를 누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취약성지수(FVI)가 다시 장기평균을 웃돌 가능성도 우려했다.
점도표 중앙값 연 3.25%···추가 인상 가능성
향후 금리 경로를 보여주는 점도표의 중앙값은 연 3.25%였다. 한은 점도표는 총재를 포함한 금통위원 7명이 6개월 후 적절하다고 보는 금리 수준을 확률분포에 따라 각각 3개의 점으로 제시하는 방식이다. 신 총재는 앞으로 네 차례 회의에서 현 수준보다 한 차례 더 올리는 정도의 "완만한 인상세"로 해석했다.
다만 2회 연속 인상으로 정책 신호를 강하게 보낸 만큼 추가 인상의 시기와 속도는 경제지표를 확인하며 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신 총재는 "앞으로 있을 회의는 다 라이브"라며 8월과 9월 물가, 2분기 국내총생산(GDP) 잠정치와 명목 GDP, 심리지표, 반도체 호황에 따른 소득 개선이 가계와 취약계층으로 퍼지는 속도를 주요 판단 변수로 꼽았다.
환율·재정·GDP갭···기자간담회 핵심 쟁점
환율에 대해서는 최근 원·달러 환율이 큰 폭으로 내리며 안정됐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신 총재는 "환율의 수준보다는 환율의 예측성이 참 중요한 것 같다"며 통화정책이 외환시장의 중심을 잡으면 원화 강세와 수입물가 압력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봤다.
확장 재정과 금리 인상이 엇박자라는 지적에는 재정지출의 규모와 용도, 집행 속도를 봐야 한다고 답했다. 신 총재는 "원칙은 비교적 명확하다"며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가, 그렇다면 이건 엇박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래 성장을 끌어올리는 투자라면 통화정책을 도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은은 잠재성장률과 중립금리 추정도 다시 점검하고 있다. 신 총재는 GDP갭에 대해 "플러스로 전환하는 시기가 훨씬 더 앞당겨질 것 같다"고 밝혔다. 당초에는 내년 중 플러스 전환을 예상했지만 현재는 이미 임계치에 근접했다는 판단이다.
결국 다음 인상 여부는 반도체 호황이 내수와 물가로 얼마나 빠르게 번지는지에 달렸다. 신 총재는 "기업 이익이 배당과 성과급, 임금, 투자 등을 거쳐 소비로 이어지는 데 시차가 있다"면서도 미시자료 분석에서 "통계적으로는 유효하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성장의 온기가 내수 전반으로 확산하는 속도가 빨라질수록 연 3.25%를 가리킨 점도표가 실제 금리 경로가 될 가능성도 커질 전망이다.
뉴스웨이 문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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