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26일(현지시간) 2분기(5~7월) 실적을 발표하는 가운데 시장의 관심이 실적 수치 자체보다 컨퍼런스콜에서 제시될 향후 사업 전망에 집중되고 있다.
예측시장 폴리마켓에서는 25일 기준 엔비디아의 2분기 조정 주당순이익(EPS)이 시장 전망치를 웃돌 가능성을 96%로 반영했다. 매출총이익률이 74~76% 구간에 들어갈 가능성은 93%, 데이터센터 매출이 800억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은 95%로 나타났다. 반면 실적 발표 이후 주가가 220달러를 웃돌 가능성은 43%에 그쳤다.
높은 실적 기대와 달리 실적 발표 이후 주가가 반드시 상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실제 엔비디아 주가는 최근 8개 분기 실적 발표일 가운데 6차례 하락했고, 최근 4개 분기 발표일에는 모두 내림세를 나타냈다.
엔비디아 주가는 지난 14일부터 7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2022년 9월 이후 가장 긴 하락세를 기록했다. 이후 25일에는 2.17% 오른 213달러로 거래를 마치며 반등했지만, 올해 들어 상승률은 11.8%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상승률 61%에 크게 못 미쳤다.
월가에서는 여전히 엔비디아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시장의 관심은 향후 실적 성장세가 얼마나 이어질지에 맞춰지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LSEG가 집계한 엔비디아의 2분기 매출 컨센서스는 약 922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거의 두 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7개 분기 가운데 가장 빠른 성장률이다. 데이터센터 매출 역시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시장은 내다보고 있다.
2분기와 3분기 조정 매출총이익률은 75% 안팎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3분기(8~10월) 매출 컨센서스는 약 1042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82.8%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JP모건의 할런 서 애널리스트는 이번 실적에서 매출 가이던스 외에도 네 가지 변수를 확인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주문형 반도체(ASIC)와 세레브라스 등 추론 특화 경쟁업체에 대한 대응, AI 인프라 관련 5000억달러 규모 금융지원의 성격, 중국에 대한 H200 출하 여부, 메모리 공급 부족에 따른 차세대 제품 사양 변화 등이 주요 관심사로 꼽힌다.
중국 사업 역시 변수다. 일부 중국 고객사에 대한 H200 출하가 향후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지만,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가 이어지고 있어 실제 매출 기여 규모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AI 인프라 투자와 관련한 이른바 '순환금융' 논란도 이번 실적에서 확인해야 할 부분이다. 엔비디아는 최근 오픈AI의 오하이오주 데이터센터 20년 임대계약과 관련해 최대 1050억달러를 보증하기로 했으며, 이달에는 6개 대형 금융회사와 함께 5000억달러 이상의 AI 인프라 금융지원 계획을 추진했다.
빅테크의 AI 관련 자본지출 규모가 올해 73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엔비디아가 AI 인프라 투자 확대 과정에서 차지하는 역할도 커지고 있다. 잭스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브라이언 멀베리는 엔비디아가 AI 생태계에서 중앙은행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AI에 대한 높은 집중도가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오픈AI가 데이터센터 임대료를 직접 부담하기 때문에 순환금융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엔비디아의 지원이 수십 년간 사용될 데이터센터와 전력·설비 구축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해왔다.
차세대 루빈 칩의 양산과 공급 속도도 핵심 변수다. 모건스탠리는 루빈이 3분기에 약 90억달러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하면서 블랙웰보다 AI 인프라의 경제성을 개선할 가능성에 주목했다. 다만 루빈이 AMD와 맞춤형 AI 칩 등 경쟁 제품과의 경쟁에서 어느 정도 시장 점유율을 확보할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메모리 공급 상황 역시 국내 반도체 업계가 주목할 부분이다. UBS의 티모시 아르쿠리 애널리스트는 메모리 가격 상승과 공급 부족이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와 맞물려 엔비디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제시했으며, 이번 컨퍼런스콜에서 수주잔고와 관련한 추가적인 증가세가 언급될 가능성에도 주목했다.
특히 엔비디아가 메모리 가격 상승에도 높은 매출총이익률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마진이 예상보다 낮아진다면 메모리 등 부품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는 반면, 75% 안팎의 수준을 유지한다면 엔비디아가 비용 증가를 제품 가격이나 제품 구성 등을 통해 흡수하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실적에서는 매출과 EPS 같은 실적 수치뿐 아니라 매출총이익률 가이던스와 메모리 원가, 루빈 공급 계획에 대한 경영진의 설명이 중요할 전망이다.
해외 시장에서는 엔비디아가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내는 것 자체는 어느 정도 주가에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이터는 투자자들이 이번 실적을 통해 AI 인프라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지속될 수 있는지와 루빈이 새로운 성장 국면을 이끌 수 있을지를 확인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에서는 특히 3분기 매출 가이던스와 데이터센터 수요, 매출총이익률이 주가 방향을 결정할 핵심 지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옵션시장에서도 실적 발표 이후 엔비디아 주가의 예상 변동폭이 약 5.4%로 나타나 과거보다 시장의 예상 움직임이 다소 낮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결국 엔비디아가 이번에도 시장 기대를 넘어서는 실적과 가이던스를 제시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높은 성장률을 이어가는 동시에 루빈의 공급 확대와 AI 투자 지속성을 확인시켜준다면 상승 동력이 될 수 있지만, 성장 둔화나 마진 압박이 부각될 경우 실적 호조에도 주가 반응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게 해외 시장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뉴스웨이 김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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