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려다 그 짧은 사이 눈앞의 장면을 놓치는 일은 생각보다 흔하다. 스마트폰을 꺼내 카메라를 켜고 화면에 장면을 담는 몇 초에 중요한 순간이 지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메타와 글로벌 아이웨어 브랜드 에실로룩소티카가 협력하고 신세계아이앤씨가 총판을 맡은 AI 글래스 '레이벤 메타(Gen 2)'를 일주일간 직접 써봤다. 이 제품의 진짜 매력은 사진을 찍는 편의성보다 내가 바라보는 대상을 AI가 함께 인식한다는 데에 있었다.
내 시선을 실시간 인식하는 AI 글래스
길을 걷다 눈에 들어온 한 건물의 이름이 문득 궁금했다. 평소라면 스마트폰을 꺼내 지도 앱을 켜거나 사진을 찍어 검색했을 상황이다. 하지만 AI 글래스를 착용한 채 건물을 바라보며 "헤이 메타, 내 눈앞에 보이는 이 건물이 뭐야?"라고 물었더니, 잠시 뒤 귓가로 "평촌 아크로타워입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느낌은 강렬했다. 사진을 찍고 검색창을 열어 건물 이름을 찾는 과정이 필요 없었다. 그저 내가 보고 있는 대상을 향해 질문했을 뿐인데 AI 글래스가 답을 알려줬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대상을 보여준 뒤 정보를 찾는 기존 방식과 달리, '보고 묻는 것' 자체가 검색되는 경험이었다.
인상적이었던 점은 AI가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보고 있는 대상을 함께 인식한다는 것이다. 눈앞의 건물이 무엇인지, 내가 바라보는 건 어떤 것인지를 실시간으로 인식해 궁금증이 생기는 순간 바로 물어보고 답을 들을 수 있었다.
이런 기능은 해외여행이나 출장처럼 낯선 환경에서 활용도가 더 높을 것으로 보인다. 처음 보는 건축물이나 미술 작품을 바라보며 무엇인지 물어볼 수 있고, 외국어로 적힌 표지판이나 메뉴판도 눈앞에 둔 채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 모든 것이 완벽한 것은 아니다. 주변 소음이 심하거나 여러 사람이 동시에 이야기하는 상황에서는 음성 인식이 매끄럽지 않은 경우가 있었다. 통·번역 역시 조용한 환경에서 사용할 때보다 정확도가 떨어지는 순간이 있었다.
또한 레이벤 메타(Gen 2)는 디스플레이가 없는 제품이다. 안경을 쓰면 눈앞에 별도의 화면이나 이미지가 펼쳐지는 XR(확장현실) 기기를 기대하는 소비자라면 다소 아쉬울 수 있는 대목이다. 메타는 관련 기술을 꾸준히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미국 등 일부 지역에서는 메타 뉴럴 밴드가 포함된 '메타 레이벤 디스플레이'를 판매하고 있다. 다만 해당 제품의 국내 출시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스마트폰 없이 기록···생각보다 편한 촬영 방식
사진과 영상 촬영도 일상에서 꽤 유용했다. 취재 현장이나 사람이 붐비는 행사장에서는 스마트폰을 꺼내 촬영하는 일이 번거롭다. 한 손에 가방이나 짐을 들고 있다면 더욱 그렇다. 레이벤 메타(Gen 2)는 "헤이 메타, 사진 찍어줘"라는 음성 명령만으로 바로 촬영할 수 있다. 영상 역시 음성으로 녹화를 할 수 있다.
안경 전면에 탑재된 1200만 화소 초광각 카메라는 착용자가 바라보는 방향을 그대로 담는다. 스마트폰 화면을 보며 구도를 잡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분명한 장점이다. 갑자기 벌어진 상황이나 이동 중 스쳐 지나가는 장면처럼 빠르게 촬영해야 할 때 특히 편했다.
나에게만 들리는 음성···보안·편의·안전성↑
일주일간 계속 착용하면서 의외로 만족도가 높았던 부분은 사운드였다. 안경다리에 내장된 오픈 이어 스피커는 귀를 막지 않으면서도 음악과 AI 음성을 비교적 또렷하게 전달했다. 음악을 듣는 중에도 주변의 차량이나 위험한 상황 등을 인지할 수 있어 일상적인 야외 활동에서도 부담이 적었다.
5개의 마이크 어레이를 통한 통화 품질도 준수했다. 주변 소음이 있는 야외에서도 통화 자체는 큰 불편 없이 가능했다.
디자인의 경우 AI 글래스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요소 중 하나다. 이 제품은 겉으로 보기에 레이벤의 일반적인 뿔테 안경과 크게 다르지 않아 IT 기기를 착용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지 않았다. AI 기능을 사용하지 않을 때도 평범한 안경처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었다.
배터리는 본체만으로 최대 8시간 연속 사용할 수 있으며 전용 충전 케이스를 활용하면 최대 48시간까지 사용 가능하다. 하루 동안 음악을 듣거나 AI를 사용하고 사진을 촬영하는 정도라면 배터리 부담은 크지 않았다.
아울러 레이벤 메타(Gen 2)의 경쟁력은 안경에 카메라와 스피커를 넣었다는 데만 있지 않다. 내가 보는 세상을 AI와 공유하고, 그 안에서 필요한 정보를 바로 얻을 수 있다는 경험에 있다. 특히 제미나이나 GPT 같은 생성형 AI가 사용자의 질문과 목적에 따라 답변이 달라지는 것처럼, 메타 AI 역시 사용하는 사람의 필요와 상황에 따라 그 활용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 이 제품을 써보며 촬영부터 통화, 정보 검색까지 내가 원하는 순간마다 필요한 역할을 해내는 '맞춤형 개인 비서'가 생긴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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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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