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바이오 모더나 3상 성공 9일 뒤 바이오엔텍 중단···암백신은 누구에게 통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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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더나 3상 성공 9일 뒤 바이오엔텍 중단···암백신은 누구에게 통했나

등록 2026.09.07 07:11

이병현

  기자

흑색종과 대장암에서 갈린 임상 결과병용요법과 치료 시점이 성공 열쇠

그래픽=이찬희 기자(제미나이 활용)그래픽=이찬희 기자(제미나이 활용)

모더나와 미국 머크(MSD)가 공동 개발한 개인맞춤형 메신저리보핵산(mRNA) 암 치료제 '인티스메란 오토진'이 최근 흑색종 임상 3상에서 주요 평가변수를 충족했다고 발표했다. 발표 당일인 8월 19일, 미국 증시에서 모더나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76.97% 오른 174.38달러에 마감했다.

그러나 불과 9일 뒤인 8월 28일 바이오엔테크와 제넨텍은 같은 개인맞춤형 mRNA 신생항원 계열인 '오토진 세부메란'의 수술 후 대장암 임상 2상을 중단했다. 독립적 데이터안전성모니터링위원회가 전체생존기간에서 수치상 불균형을 확인한 데다 시험을 계속해도 유효성 결론이 달라지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안전성 신호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앞서 2025년 10월 이미 무용성 기준을 넘었던 시험이다.

지난 한 달 새 개인맞춤형 mRNA 치료제에 내려진 엇갈리는 판정은 '암백신의 성공 조건'을 묻는다.

'암을 막는 예방주사' 아닌, 재발 막는 치료제


인티스메란의 개발명은 V940 또는 mRNA-4157이다. 모더나와 MSD는 이를 단순히 백신이라고 부르기보다는 '개인맞춤형 신생항원 치료제'로 규정한다. 건강한 사람이 암 발생을 막기 위해 미리 맞는 예방주사가 아니라, 이미 암 진단과 수술을 받은 환자의 면역계가 몸속에 남아 있을지 모르는 암세포를 찾아내도록 훈련하는 면역치료제다.

이것은 암 발생을 실제로 예방하는 백신과는 다르다. 예를 들어 인유두종바이러스와 B형간염바이러스 백신은 각각 HPV 관련 암과 간암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바이러스 감염을 막는다. 반면 인티스메란은 감염 원인을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암세포에서 발견된 돌연변이를 표적으로 삼아 수술 후 재발과 전이를 늦추는 것이 목적이다.

엄밀히 말해 이번 결과를 '세계 최초 암백신'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정확하지 않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10년 환자의 면역세포를 이용한 전립선암 치료백신 시푸류셀-T를 허가한 바 있다. 이번에 처음 확인된 것은 개인맞춤형 신생항원 치료제이자 mRNA 기반 암 치료제가 임상 3상에서 양성 결과를 낸 사례다.

암세포 조각 아닌, 최대 34개 표적을 담은 '설계도'


인티스메란은 환자의 암세포 조각이나 종양에서 뽑아낸 RNA를 그대로 주입하는 치료제가 아니다. 먼저 수술로 확보한 종양 검체와 정상 검체의 유전체를 비교해 암세포에만 존재하는 돌연변이를 찾는다. 이후 환자의 HLA 유형과 단백질 발현 가능성 등을 고려해 면역반응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신생항원을 알고리즘으로 우선순위화한다.

선정된 최대 34개의 신생항원 정보를 하나의 합성 mRNA에 암호화하면 환자 한 사람을 위한 치료제가 된다. 체내 세포가 mRNA에 담긴 설계도에 따라 신생항원 단백질을 만들고 이를 면역계에 제시하면 T세포가 같은 특징을 지닌 암세포를 인식하도록 학습한다. 암세포의 돌연변이 '지문'을 토대로 환자별 수배 전단을 만드는 셈이다.

함께 투여하는 키트루다는 다른 역할을 맡는다. 인티스메란이 공격 대상을 가르친다면 키트루다는 암세포가 PD-1·PD-L1 경로를 이용해 T세포에 거는 브레이크를 푼다. 암백신으로 새로운 T세포 반응을 만들어도 종양의 면역억제 환경을 넘지 못하면 효과가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다.

3상이 증명한 것은 '종양 축소' 아닌 '재발 지연'


INTerpath-001 임상 3상에는 완전 절제 수술을 받은 2B·2C·3·4기 피부 흑색종 환자 1137명이 참여했다. 4기 환자도 포함됐지만 모든 환자는 시험 참여 전 확인된 종양을 완전히 제거한 상태였고 전신치료를 받은 경험도 없었다. 이미 온몸에 퍼진 큰 종양을 백신으로 줄이는 시험이 아니라 수술 후 몸속에 남아 있을 수 있는 미세잔존암을 관리하는 보조요법 시험으로 이해하면 된다.

환자들은 2대 1로 무작위 배정됐다. 시험군은 인티스메란 1㎎을 3주 간격으로 최대 9회, 키트루다 400㎎을 6주 간격으로 최대 9회 투여받았다. 대조군은 위약과 키트루다를 투여받았다. 치료는 재발이나 감당하기 어려운 독성이 나타나기 전까지, 최장 약 56주 동안 진행됐다.

사전에 정한 중간분석에서 병용군은 1차 평가변수인 무재발생존기간(RFS)과 핵심 2차 평가변수인 원격전이 없는 생존기간(DMFS)을 모두 충족했다. RFS는 국소·주변부·원격 재발 또는 사망까지의 시간이고, DMFS는 다른 장기로 전이되거나 사망하기까지의 시간이다. 회사는 두 지표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하고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개선이 확인됐으며 새로운 안전성 신호는 없었다고 밝혔다.

다만 가장 중요한 숫자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3상의 위험비와 실제 재발 환자 수, 시점별 절대 생존율, 병기별 효과, 중대한 이상반응과 치료 중단률은 비공개 상태다. 전체생존기간(OS)과 삶의 질 등 다른 주요 2차 평가변수도 추적 중이다. 현재 확인된 것은 병용군이 키트루다 단독군보다 우월했다는 통계다.

즉 이번 톱라인 결과만으로 '암을 완치했다'거나 '사망률을 낮췄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향후 허가 가능성이 커진 것은 맞지만 효과의 절대 크기와 병기별 일관성, 장기 안전성, 전체생존 이득은 국제학회에서 세부 자료가 공개된 뒤 판단해야 한다.

'재발 위험 49% 감소'는 3상 수치 아냐


3상 결과를 가늠할 선행 자료는 환자 157명이 참여한 임상 2b상 KEYNOTE-942다. 추적기간 중앙값 60.3개월의 5년 분석에서 병용군의 재발 또는 사망 위험비는 0.51이었다. 키트루다 단독군보다 추적기간 중 재발·사망의 순간 위험률이 상대적으로 49% 낮았다는 의미다. 원격전이 또는 사망 위험비는 0.411로 상대 위험이 59% 낮았다.

2b상의 2.5년 무재발생존율은 병용군 74.8%, 키트루다 단독군 55.6%였다. 해당 시점에서 암 재발 없이 생존한 환자의 비율 차이는 19.2%포인트였다. 5년 분석에서 전체생존 위험비는 0.471로 병용군에 유리한 방향이었지만 95% 신뢰구간이 0.165~1.345로 1을 포함했다. 사망 사건이 14건으로, 아직 통계적으로 확정된 생존 이득이라고 할 수는 없다.

안전성 측면에서도 '부작용 없는 백신'으로 이해해선 안 된다. 공개 논문에서 3등급 이상 치료 관련 이상반응은 병용군 25%, 키트루다 단독군 18%였다. 인티스메란과 관련된 4·5등급 이상반응은 없었지만 피로와 주사 부위 통증, 오한 등이 흔했다. 키트루다가 일으킬 수 있는 면역 관련 독성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3상의 구체적인 이상반응률과 중단률은 아직 공개 전이다.

성공 9일 뒤 실패···mRNA는 승리 공식 아냐


바이오엔테크와 제넨텍의 대장암 임상 중단은 암백신을 'mRNA'라는 한 단어로 묶어 평가해선 안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 시험은 수술을 마친 고위험 2·3기 대장암 환자 가운데 혈액에서 순환종양DNA가 검출된 환자를 대상으로 오토진 세부메란 단독요법과 경과관찰을 비교했다. 모더나 흑색종 3상과 달리 면역관문억제제를 병용하지 않았다.

독립위원회는 2025년 10월 무용성 기준을 넘은 이후에도 데이터가 미성숙하다는 이유로 추적을 허용했다. 그러나 최신 검토에서 두 치료군의 전체생존기간에 수치상 불균형이 확인됐고, 시험을 계속해도 유효성 결론이 달라질 가능성이 작다고 판단했다. 회사는 불균형의 방향과 규모를 공개하지 않았고 새로운 안전성 신호도 없었다고 밝혔다.

흑색종과 대장암은 면역환경이 다르고, 투여한 치료제와 병용 방식, 항원 선정 알고리즘, 용량과 제조공정도 다르다. 바이오엔테크도 대장암을 면역치료에 대체로 반응하지 않는 면역학적 '콜드 튜머'로 규정했다. 모더나 3상은 면역항암제에 비교적 민감한 흑색종에서 키트루다와 병용한 반면, 대장암 시험은 면역관문억제제 없이 백신 단독 효과를 물었다는 차이도 있다.

그렇다고 대장암 실패의 원인을 암종이나 단독요법 하나로 확정할 수도 없다. 결국 같은 mRNA 방식이라도 어떤 신생항원을 골랐는지, 실제 단백질로 발현되는지, 환자의 HLA에 제시되는지, 만들어진 T세포가 종양에 도달해 기능을 유지하는지가 모두 달라져서다.

암백신이 통하려면 네 개의 고리가 이어져야


암백신의 성공 조건은 무엇이었을까?

첫 번째 조건은 투여 시점과 종양부담이다. 인티스메란이 성공한 환자는 수술로 눈에 보이는 종양을 제거한 뒤 치료를 시작했다. FDA는 치료용 암백신이 충분한 항암 면역반응을 형성하는 데 일반적으로 2~3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설명한다. 잔존암이 없거나 종양부담이 낮은 환자에게 투여하면 면역반응이 형성될 시간을 확보하기 유리하지만, 빠르게 진행하는 전이암에서는 백신이 작동하기 전에 질병이 악화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암종의 면역환경이다. 백신으로 T세포를 만들어도 면역세포가 종양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거나 암세포 주변의 억제 신호에 의해 무력화되면 임상효과로 이어지기 어렵다. 흑색종에서 나온 결과를 대장암과 췌장암, 폐암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는 이유다. FDA 역시 암의 병기와 이전 치료, 종양의 이질성이 암백신 반응과 임상 해석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세 번째는 병용전략이다. 인티스메란은 새로운 T세포 반응을 만들고 키트루다는 그 T세포에 걸린 브레이크를 푸는 구조다. 대장암 단독요법의 중단은 면역관문 차단 없이 백신만 투여하는 전략의 어려움을 보여준다. 하지만 체크포인트 억제제를 붙였다는 이유만으로 성공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병용약의 종류와 투여 순서, 용량, 질병 단계가 함께 맞아야 한다.

마지막은 항원의 질과 T세포의 기능이다. 종양에서 돌연변이를 많이 찾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해당 변이가 실제 단백질로 발현되고 환자의 HLA에 제시되며, 이를 알아보는 T세포가 만들어져 오랫동안 유지돼야 한다. 2b상 탐색적 분석에서는 병용군에서 새롭게 확장된 T세포 클론의 비중이 키트루다 단독군보다 약 두 배 높았고, 병용군 안에서도 재발하지 않은 환자에게서 새로운 클론이 더 많이 관찰됐다. 특정 T세포 변화가 재발 감소의 직접 원인이라는 뜻은 아니나 상관관계는 보였다.

종양돌연변이부담(TMB)이 높으면 무조건 잘 듣는다고 보기도 힘들다. 2b상의 탐색적 하위분석에서는 TMB가 높은 군과 높지 않은 군 모두 병용군에 유리한 방향이 관찰됐지만 표본이 작아 확정적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 돌연변이의 개수보다 실제 면역계가 알아보고 공격할 수 있는 항원을 골라내는 품질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암백신 확장 가능성, 모더나 주가 급증 이끌어


이번 3상 발표 이후 모더나 주가가 급증하며 부여된 가치는 흑색종 하나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 다른 암종에서도 성공이 이어지고 장기적으로 대규모 매출을 낼 수 있다는 기대까지 주가에 선반영됐다는 해석이다. 이는 후속 폐암·방광암·신장암 임상이 실패할 경우 반대로 큰 폭의 가치 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MSD는 두 갈래의 경제적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회사는 2022년 2억5000만달러를 지급하고 V940 공동개발·상업화 옵션을 행사했으며, 세계 개발비용과 발생하는 이익을 모더나와 동등하게 나누기로 했다. 암백신 판매액의 절반을 무조건 가져가는 계약이 아니라 개발비와 최종 이익을 함께 분담하는 구조다.

병용요법이 표준치료로 자리 잡으면 키트루다가 암백신 시대의 치료 백본으로 남을 가능성도 커진다. 키트루다와 피하주사 제형 키트루다 큐렉스의 2025년 매출이 317억달러로 MSD 전체 매출 650억달러의 절반에 가까웠다는 점에서 암백신 병용 확대가 갖는 전략적 가치는 작지 않다. 이는 이후 키트루다 SC 제형 판매에 따라 로열티를 받는 국내 기업 알테오젠에도 호재가 될 수 있다.

향후 흑색종에서 확인한 공식을 폐암과 신장암, 방광암처럼 다른 암으로 확장할 수 있는지는 후속 임상이 나와야 파악할 수 있다.

흑색종 상업화 과정에서도 난관은 남았다. 인티스메란은 환자 한 명마다 다른 배치를 만들어야 하며 재고를 미리 쌓아둘 수도 없다. 종양 채취와 염기서열 분석, 신생항원 선정, 환자별 제조, 품질검사와 병원 배송이 치료 일정 안에 맞물려야 한다.

모더나는 미국 매사추세츠주 말버러에 인티스메란 전용시설을 구축해 2025년 9월부터 임상용 환자별 배치를 공급하고 있지만, 처리시간 단축과 비용 절감, 상업 규모 확대는 위험요인으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글로벌 블록버스터(연 매출 10억달러 이상 의약품)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데이터는 인티스메란의 연매출이 2031년 10억달러(약 1조원)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고, 바클레이스는 흑색종 적응증만으로도 2035년 약 30억달러(약 4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BMO는 폐암·신장암 등으로 적응증이 확대될 경우 비위험조정 기준 피크매출을 56억달러(약7조6000억원)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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