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은 설비·인력 조정 부담···샤힌 적용 기준은 여전히 '공백'여수 LG화학·GS칼텍스도 통합 협의···울산 공동안 마련 난항기존 업체 감축 부담 집중 우려···신규·고효율 설비 해법 아직
대산과 여수에서 에틸렌 생산능력 250만톤 감축이 추진되는 가운데 울산에서는 180만톤 규모의 신규 설비가 가동을 앞두고 있다. 정부가 기존 설비 감축과 신규·고효율 설비 투자 사이의 분담 기준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석유화학 구조개편의 형평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석유화학 구조개편 1호인 H&L어드밴스드가 지난 1일 출범했다. HD현대케미칼은 롯데대산석화를 흡수합병한 뒤 사명을 H&L어드밴스드로 변경하고 통합 운영을 시작했다.
통합법인의 에틸렌 생산능력은 롯데 대산공장 110만톤과 기존 HD현대케미칼 85만톤을 합쳐 연간 195만톤이다. 사업재편안대로 롯데 측 NCC를 멈추면 생산능력은 56% 줄어든다.
HD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은 각각 6000억원씩 총 1조2000억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채권단도 신규 자금 지원에 나선다. 통합법인이 승계한 롯데대산석화의 채무가 약 1조8300억원에 달해 재무 개선을 위해서는 신속한 설비 감축이 필요하다.
하지만 롯데 측 NCC의 중단 시점과 연도별 감산 물량, 후속 생산시설·인력 조정 방안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감산이 늦어지면 중복 설비와 조직을 유지하는 비용이 늘어나 통합 효과도 지연될 수 있다.
대산에 이어 여수도 감축 절차에 들어갔다. 정부가 승인한 '여수 1호 프로젝트'는 여천NCC 2·3공장 가동 중단과 롯데케미칼과의 통합을 통해 에틸렌 140만톤을 줄이는 내용이다. 대산을 합하면 총 250만톤으로 정부 목표 270만~370만톤의 68~93%다.
여수에서는 LG화학과 GS칼텍스도 NCC 통합을 협의하고 있다. LG화학 여수 2공장이 유력하지만 지분과 운영권, 원료 공급가격 조율과 국내외 기업결합 승인이 남아 있다.
문제는 대산과 여수가 설비를 줄이는 동안 울산에서는 에쓰오일의 샤힌 프로젝트가 상업가동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이다. 9조2580억원이 투입된 샤힌의 에틸렌 생산능력은 연간 180만톤으로 대산·여수 감축량의 72%다.
울산에서는 SK지오센트릭과 대한유화, 에쓰오일이 공동 재편안을 협의하고 있지만 감축 분담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기존 업체들은 샤힌을 제외한 채 자신들에게만 부담을 지우면 감축 효과와 형평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에쓰오일은 샤힌이 원가 경쟁력과 에너지 효율을 갖춘 최신 설비여서 노후 NCC와 같은 기준을 적용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경쟁력 있는 설비 투자와 공급망 안정성 강화도 사업재편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무임승차 없는 사업재편'을 강조하고 있지만 신규·고효율 설비의 분담 기준은 구체화하지 않았다. 샤힌을 제외하면 기존 업체에 부담이 집중되고 같은 기준을 적용하면 최신 설비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샤힌을 직접 감축 대상에 포함하기 어렵다면 구조조정 비용 분담이나 공동 인프라 투자 등 다른 방식으로 역할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최신 설비의 경쟁력은 살리되 기존 업체에만 감축 부담이 집중되지 않도록 정부가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샤힌 프로젝트는 막대한 투자가 들어간 최신·고효율 설비인 만큼 노후 NCC와 동일한 감축 기준을 적용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대산과 여수가 생산능력을 줄이는 상황에서 180만톤의 신규 물량이 공급되는 점도 감안해 정부가 기존 업체의 부담과 신규 설비의 경쟁력을 함께 고려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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