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람 손 남은 자동차 공장···피지컬 AI가 이마저 넘을까

오피니언 기자수첩

사람 손 남은 자동차 공장···피지컬 AI가 이마저 넘을까

등록 2026.09.09 10:17

권지용

  기자

reporter

"이 공정은 왜 로봇으로 하지 않나요?"

기아 PBV 생산 거점인 경기 화성 오토랜드 에보 플랜트를 둘러보며 가장 궁금했던 대목이다. 최첨단 자동차 공장이라고 하면 수많은 로봇이 쉴 새 없이 움직이는 모습을 떠올리기 쉽다. 실제로 에보 플랜트도 차체 용접 자동화율은 100%, 부품 이송 83%, 도장 91%에 달한다.

그런데 조립 공정의 자동화율은 27%에 그친다. 얼핏 보면 의외다. 최신 공장이라면 마지막 조립까지 로봇이 맡을 법도 한데 왜 사람의 손이 여전히 필요할까.

기아의 답변은 단순했다. 조립 과정에는 부드럽고 유연한 소재를 다루는 과정이 많아 즉흥적인 미세 조정 작업이 많다는 것이다. 딱딱한 금속 부품을 정해진 위치에 용접하는 일과 달리 사람의 손이 힘과 방향을 순간적으로 조절하는 편이 오히려 효율적이라는 설명이다.

그렇다고 기아가 조립 공정을 사람의 영역으로 남겨두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기아는 현재 기술 검토를 진행하면서 조립 공정의 자동화를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생산 현장에서 로봇과 사람이 각각 더 잘할 수 있는 일을 나누고 기술이 발전할수록 그 경계가 조금씩 바뀌는 구조다.

여기서 눈여겨볼 부분은 바로 이 경계다. 지금까지 자동차 공장의 자동화는 일정한 동작을 반복하는 작업부터 빠르게 진행됐다. 반면 부품의 형태와 소재가 다양하고 작업 상황에 따라 대응해야 하는 조립 공정은 상대적으로 사람의 역할이 많이 남았다. 결국 앞으로의 제조업 경쟁은 사람이 맡고 있는 마지막 20~30%를 어디까지 기계가 대신할 수 있느냐로 범위가 넓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피지컬 AI의 등장은 이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변수다. 로봇이 정해진 동작을 반복하는 수준을 넘어 주변 상황을 인식하고 작업 방법을 판단할 수 있다면, 지금까지 사람의 손에 의존했던 작업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에보 플랜트의 조립 자동화율 27%는 단순히 자동화가 덜 된다는 숫자로만 볼 수 없다. 현재 자동차 공장에서 사람이 필요한 영역이 어디인지, 동시에 앞으로 로봇이 넘어야 할 장벽이 어디에 있는 지를 보여주는 숫자에 가깝다.

지금은 '사람 손이 더 낫다'는 기아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하지만 사람처럼 움직이고 상황에 대응하는 AI 로봇이 생산 현장에 본격적으로 들어온다면 이 기준 역시 달라질 수 있다.

자동차 제조업의 다음 자동화 경쟁은 이미 로봇이 잘하는 일을 더 빠르게 만드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지금까지 사람만 할 수 있다고 여겨졌던 일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넘겨 받느냐가 새로운 경쟁력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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