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제품 개발 흔적 한자리에···손글씨 '스프 처방전'도국내선 사라진 '볶음너구리' 맛보고 직접 만들어보니
60여년간 신라면과 너구리, 짜파게티 등 수많은 히트상품을 내놓은 농심. 익숙한 라면 한 봉지가 탄생하기까지 어떤 연구가 이뤄지고 있을까. 농심이 그동안 축적해온 제품 개발의 흔적부터 식문화 연구자료, 연구원들이 직접 선보이는 라면 조리법까지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는 현장을 직접 둘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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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은 60여년간 신라면, 너구리 등 히트상품을 개발
라면 한 봉지 탄생까지의 연구과정 공개
제품 개발 흔적과 식문화 연구자료 직접 체험
서울 동작구 농심 본사에서 '오픈키친' 행사 열려
창조관, R&D 사료실, 식문화도서관 등 견학
너구리 활용한 요리 직접 체험
창조관에서 농심의 역사와 제품 탄생 과정 전시
R&D 사료실에서 라면 스프 '처방전' 등 연구자료 확인
식문화도서관에서 고전문학과 식문화 연구자료 발견
농심의 사명은 농부의 마음으로 먹거리를 만들겠다는 의미
라면 사업과 제품 개발 과정이 국내 라면 시장 성장과 연관
식문화 연구와 제품 개발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 제공
볶음너구리, 국내 생산 중단됐지만 해외에서 판매 중
기존 국물용 너구리 조리법에 새로운 재료 추가
볶음너구리, 짠맛과 감칠맛의 균형 잡힌 맛으로 평가
16일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농심 본사를 찾았다. 농심이 마련한 '오픈키친' 행사는 창조관과 연구개발(R&D) 사료실, 식문화도서관을 차례로 둘러본 뒤 농심의 대표 제품인 너구리를 활용한 요리를 직접 만들어보는 순서로 진행됐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농심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창조관'이었다. 이곳에는 1965년 창립 이후 농심이 걸어온 발자취와 신라면·짜파게티·너구리·새우깡 등 대표 제품이 탄생한 과정이 담겨 있었다.
전시 공간에는 고(故) 신춘호 창업주의 흔적도 곳곳에 남아 있었다. '농심(農心)'이라는 사명에는 농부의 마음으로 먹거리를 만들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농심행 무불성사(以農心行 無不成事·농심으로 행하면 이루지 못할 것이 없다)'라는 신 창업주의 철학에서 비롯됐다.
농심이라는 사명에 담긴 의미부터 라면 사업에 뛰어든 배경, 제품 개발 과정 등을 차례로 살펴볼 수 있었다. 수십년간 출시된 제품과 자료를 따라가다 보면 농심의 역사가 국내 라면 시장이 성장해온 과정과 맞닿아 있다는 점도 엿볼 수 있었다.
창조관을 나와 향한 곳은 R&D 사료실이었다. 이곳에서는 농심 제품 개발의 역사를 보다 가까이서 확인할 수 있었다. 과거 제품 패키지와 연구자료는 물론 연구원들이 직접 작성한 스프 '처방전' 등이 보관돼 있었다. 농심에서는 라면 스프를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원료와 배합 비율 등을 담은 레시피를 '처방'이라고 부른다.
오래된 처방전에는 원료와 배합 비율 등이 손글씨로 빼곡히 적혀 있었다. 제품 하나를 개발하고 같은 맛을 꾸준히 유지하기 위해 축적해온 연구 과정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자료들이다.
R&D 사료실을 둘러본 뒤에는 식문화도서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2009년 문을 연 국내 최초 식문화 전문도서관이다. 식품과 조리 관련 전문서적이 빼곡했지만 한쪽에서는 '춘향전'과 같은 오래된 고서부터 식품을 소재로 한 만화책까지 찾아볼 수 있었다.
식문화 전문도서관에 고전문학이 있다는 점은 다소 의외였다. 하지만 고서 역시 과거의 식문화를 들여다볼 수 있는 연구자료라는 설명이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문헌에 등장하는 음식과 상차림을 살펴보면 당시 사람들이 무엇을 먹고 어떻게 밥상을 차렸는지 유추할 수 있다. 직접적인 조리법이 담기지 않은 자료에서도 당시 생활상을 통해 식문화의 흔적을 찾아내는 셈이다.
견학의 마지막은 이날 행사의 이름이기도 한 '오픈키친'이었다. 기자들은 조리 공간으로 이동해 농심 연구원들이 직접 끓여주는 볶음너구리를 맛봤다. 이날 자리에는 스프개발1팀 손민정 책임과 면개발팀 김용욱 선임, 면마케팅팀 이미리 선임이 함께해 조리와 시식을 도왔다.
볶음너구리는 농심이 2017년 처음 출시한 제품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생산과 판매가 중단됐지만 해외에서는 판매가 이어지고 있다. '볶음'이라는 이름 때문에 자극적인 맛이 강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실제로 맛본 볶음너구리는 짠맛과 감칠맛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적절한 균형을 이뤘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너구리 모양의 어묵이었다. 기존 국물용 너구리에는 들어가지 않는 재료로, 면 사이사이에 너구리 얼굴 모양의 어묵이 넉넉하게 들어가 있었다.
해외에서 판매되는 볶음너구리를 맛본 뒤에는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국물용 너구리를 이용해 직접 볶음너구리를 만드는 시간이 이어졌다. 익숙한 제품에 몇 가지 재료와 새로운 조리법을 더해 또 다른 메뉴로 만드는 방식이다.
조리법은 비교적 간단했다. 면과 건더기를 익힌 뒤 물을 덜어내고 너구리 분말스프와 알룰로스, 굴소스, 고추기름 등을 넣어 볶았다. 평소 국물을 내는 데 사용했던 분말스프가 이번에는 볶음소스의 기본 재료가 됐다.
완성된 볶음너구리는 앞서 맛본 해외 판매 제품과 비슷하면서도 차이가 있었다. 굴소스와 고추기름 등이 더해지면서 실제 제품보다 짠맛과 매콤한 맛 등 자극적인 맛이 조금 더 강하게 느껴졌다.
농심의 60여년 역사를 살펴보는 데서 시작한 이날 행사는 제품 개발의 흔적이 담긴 R&D 사료실과 과거 식문화를 보존한 도서관을 거쳐 직접 라면을 만들고 맛보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농심이 오랜 시간 쌓아온 식문화 연구와 제품 개발 과정을 '보는 것'에서 시작해 '맛보는 것'까지 경험할 수 있는 자리였다.
뉴스웨이 선다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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