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수신 및 다단계 영업 위험 증가법과 제도 미비에 따른 투자 불안 지속투자자 교육 강화와 제도적 보완 필요
- 편집자주
- 가상자산 시장이 제도권 편입을 앞두고 있지만, 제도와 감독의 틈을 파고드는 유사수신과 다단계성 투자 권유는 오히려 형태를 바꾸며 진화하고 있다. 거래소의 상장 심사가 강화됐음에도 거래소 밖에서 이뤄지는 영업과 자금 모집까지 걸러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이에 이번 In Depth에서는 가상자산이 다단계식 자금 모집의 새로운 외피로 활용되는 실태와 거래소의 자율상장·사후관리 체계가 놓치고 있는 사각지대를 짚어본다. 또한 상장 여부만으로 투자 안전성을 판단하기 어려운 시장에서 투자자 보호를 위해 상장·사후관리의 책임을 어디까지 확대하고, 시장 감시체계를 어떻게 보완해야 할지 살펴봤다.
가상자산 시장이 제도권 편입의 문턱에 섰지만, 시장의 틈을 파고드는 유사수신과 다단계성 투자 권유는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과거 원금 보장과 고수익을 내세우던 전통적 방식에서 자체 코인과 포인트 등으로 외형을 바꾸며 구조는 한층 더 복잡해졌다. 이 가운데 입법 공백이 길어지면서 투자자는 자신이 단순 회원인지, 투자자인지, 판매 조직의 구성원인지 구별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
가상자산 시장에서 통상 불법 다단계 업체로 분류되는 경우는 '유사수신'이다. 강남구 인근에서 조직을 운영하는 A 업체의 경우 가장 흔한 방식을 채택했다. 이들은 원래 건강식품·생활용품·회원권 등을 통해 기존 유사수신 조직을 운영하는데, 이 과정에서 관련 형사 민사 소송이 걸릴 경우 추가 자금 조달을 위해 가상자산을 새로운 도구로 활용한다.
사업은 달라져도 조직과 체계는 그대로 가져가는 탓에 피해 규모는 더할 나위 없이 크다. 현재도 선릉역 인근 오프라인 센터에서는 이들 조직의 정기 설명회와 강의가 열린다. 이들과 유사한 업체도 부지기수다.
방식도 간단하다. 등급, 직급별로 주어지는 가상자산을 구매하면 주정산 혹은 월정산을 통해 정기적으로 지급한다. 또한 추가 가상자산 획득 방법으로 출석체크와 일일 미션 등을 제시한다. 여기에 건기식과 같은 상품을 구매 시 추가로 가상자산을 제공한다.
코인 발행과 해외 거래소 상장은 이들의 주요 홍보 수단이다. 해외 소형 거래소에 상장돼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을 부각하고, 일부 업체는 여러 소형 거래소 상장을 거쳐 국내 원화마켓 거래소 상장까지 가능하다는 식으로 홍보한다. 만일 상장될 경우 시세 조작을 통해 가격 통제를 할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을 더 현혹할 수 있게 된다.
"유사수신+가상자산 결합 고도화...상장 없는 신종 방식도"
일부 프로젝트는 실제 원화마켓 거래소에서 거래가 지원되기도 한다. 이 경우 가상자산 사업을 전면에 내세우고 일정 수준의 이용자 수와 커뮤니티 지표를 확보하는 데 집중한다. 거래지원 심사에서 요구되는 백서와 사업계획, 토큰 활용처도 일반적인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 기반 프로젝트와 유사한 형태로 갖추는 경우가 있다.
B업체는 앱을 통해 복수의 플랫폼 사업을 묶은 생태계를 표방한다. 회원이 일정 금액의 가상자산을 구매하면 회사도 같은 금액의 가상자산을 매수해 준다. 총 금액에서 주정산으로 나누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고수익을 얻는다고 판단한다.
후속 코인인 자(子)코인과 손자 코인을 잇달아 발행·상장하는 경우도 있다. 이 같은 가상자산은 거래지원 이후 가격이 급락하고 거래량이 줄어드는 사례가 많다. 모(母)코인이 상장폐지 수순을 밟을 경우에는 사업 참여자와 투자자를 안심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기존 코인과 새 코인을 교환하는 방식을 제시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신규 자금 유입으로 기존 참여자에 대한 지급이 이뤄지는 '폰지 사기' 구조라면 위험은 더 커진다. 피해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 신규 가입이 둔화하는 순간 정산 지연과 출금 제한, 사업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각 거래소별 상장 심사 기준이 올라가면서 가상자산 유사수신이 새로운 형태로 뻗어나가고 있다. C업체는 고액 유료 구독 서비스, 가상자산 매매 정보, 추천인 모집을 결합한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제보에 따르면 가입자는 연 단위의 구독료를 내고, 운영 주체가 지정한 추천인 코드를 입력한 뒤 카카오톡과 텔레그램 대화방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대화방에서는 외부인이 알아듣기 어려운 은어를 활용해 특정 가상자산의 매수 시점을 알리고 있다. 대표적으로 '피카츄가 떴다'는 은어는 매수를 유도하는 데 쓰인다. 회원들은 이를 매수 신호로 받아들이고 특정 자산을 거래한다. 추천인 코드를 회사 측에 입력한 탓에 발생한 거래량의 일부가 운영 주체의 수익으로 돌아가는 구조다.
가입자 확대는 청년층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청년 가입자가 대학생과 주변 지인에게 서비스를 소개한다. 최근에는 고령층까지 모집 대상이 넓어졌다. 고령층을 위한 특강 등을 개설해 모집한다.
심사 보완에도 한계···경쟁 심화시 '상장 문턱' 흔들
가상자산 거래소의 거래지원 심사가 강화되고 있지만, 상장 심사만으로 다단계형 모집이나 유사수신 영업을 완벽히 차단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술력과 유통계획, 보안 체계, 공시 적정성 등을 확인하는 현행 절차는 프로젝트의 기본 요건을 검증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거래지원 여부가 투자자에게 사업성이나 신뢰성의 보증처럼 받아들여지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고 본다. 국내 원화마켓 상장은 유동성 유입과 인지도 확대에 직결되는 만큼, 일부 사업자가 상장 가능성 자체를 영업 수단으로 활용할 유인이 있기 때문이다.
그중 '해외 거래소에 먼저 상장됐고 국내 거래소 상장도 예정돼 있다', '거래지원이 이루어지면 가격이 크게 오를 수 있다'는 식의 홍보는 대표적인 위험 신호로 꼽힌다. 해외 중소형 거래소의 경우 비용을 받고 거래지원을 제공하는 사례가 있는 만큼, 해외 상장 이력만으로 프로젝트의 사업성이나 가격 경쟁력을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국내 거래소 업계는 이미 거래지원 심사 기준을 보완해 왔다. 거래소들은 ▲프로젝트▲사업성 ▲발행·운영 주체의 신뢰성 ▲이용자 보호 장치 등을 확인하고 있다. 상장 이후 관리 기준도 일부 강화되는 흐름이다.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 시행 후에는 이러한 기조가 더욱 강화됐다. 투자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보를 적시에 공시하지 않거나, 이를 반복적으로 변경하는 경우 유의종목 지정 사유가 될 수 있다.
다만 이 같은 장치는 거래소 안에서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와 공시를 중심으로 작동한다. 일부 업체의 경우 유사수신을 인지하고 법을 우회해 사업을 진행하는 탓에 정상적인 프로젝트로 둔갑하는 경우가 있다.
이에 조직적으로 가상자산 판매를 권유하는 행위, 상품 판매와 가상자산 투자를 묶어 설명하는 오프라인 사업설명회, 소셜 미디어에서 이루어지는 매수 신호와 추천인 모집 등은 심사 단계에서 잡아내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문제는 거래소 간 경쟁이 거세질수록 거래지원 심사가 느슨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시장 점유율 상위권 거래소는 이미 충분한 이용자 기반과 유동성을 확보한 만큼 무리하게 신규 코인을 들여올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작다. 반면 점유율이 낮은 거래소는 신규 거래지원과 차별화된 종목 확보를 통해 거래량과 신규 고객을 끌어와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학계 관계자는 "코스피나 코스닥 상장은 매출, 이익, 자산, 감사보고서 등 비교적 표준화된 기업 정보를 중심으로 판단할 수 있지만 가상자산은 그렇지 않다"며 "제도화 시 이런 요건들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정부가 주가조작 세력에 대해 엄정 대응하겠다고 한 것처럼 이 시장도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며 "법정 소송이 들어가더라도 판결이 나오기까지는 몇 년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특사경이라든지 선제적인 제도 도입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법정 협회 논의에도···"이중 책임 구조, 교육 체계 필요"
이에 따라 가상자산 2단계 입법 과정에서 논의되는 상장과 시장감시 체계의 법제화가 중요해질 전망이다. 가상자산 영역은 상장 후 매매 방식을 통해 외형적으로 '증권시장'과 유사하지만 제도가 부재한 탓에 번번이 유사수신 등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웠다.
지난해 발의된 디지털자산기본법에서는 관련 법정 협회 설립을 통해 가상자산의 성격을 정의하고, 실질적으로 제도권에 진입하기 위한 방안이 담겨 있다. 또한 현재 업계 모범사례로 운영되는 거래지원 기준과 절차를 공적 규제로 격상하고, 가상자산 공시 제도를 도입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다만 법정 협회가 모든 책임을 떠안는 구조는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법조계에서는 협회와 거래소가 함께 책임지는 이중 구조가 필요하다고 본다. 협회가 시장 공통의 심사 기준과 위험 정보를 관리한다면, 실제 거래지원을 결정한 거래소는 프로젝트의 사후 공시와 유통 관리, 이상거래 감시, 투자자 보호조치에 대해 별도 책임을 지는 방식이다.
가상자산 시장에 정통한 한 변호사는 "심사 소홀이나 공시 의무 위반, 시장감시 부실이 확인될 경우 과징금과 일부 영업정지 등 실질적인 제재 수단도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투자자 교육 강화도 과제로 꼽힌다. 가상자산 시장은 주식·채권 등 전통 금융상품보다 정보 비대칭성이 큰 데다, 기술과 사업 구조가 복잡해 일반 투자자가 위험을 가려내기 어렵다. 최근 당국이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로 인한 변동성 확대의 해결책으로 '투자 교육 강화'를 꺼내든 만큼, 가상자산 시장에서도 비슷한 잣대의 교육 강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와 제도권 상품 논의가 확대되는 만큼, 시장 참여자에게 기본적인 유사수신·다단계 위험 교육을 제공할 필요도 있다"며 "상장 심사와 사후 감시, 투자자 교육이 함께 작동해야 시장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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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한종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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