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광·금호·동부·IS동서·한라 등 중견사 반도체 관련 수주 확대삼성전자 직접 계약부터 전력·공조·복리시설까지 사업 영역 다변화주택시장 부진에 반도체 투자 공략···중견사 새 일감 확보 기회
주택 경기 침체와 지방 부동산 시장 위축으로 일감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중견 건설사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투자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다. 반도체 생산시설뿐 아니라 산업단지 조성, 전력 인프라, 생산시설과 복리시설 등 관련 건설 일감이 이어지면서 중견사들이 각자의 시공 역량을 앞세워 사업 영역을 넓히는 모습이다.
3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남광토건은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업단지 조성공사 1공구' 낙찰자로 선정됐다. 전체 공사 예정금액은 8686억원이며 남광토건은 컨소시엄 지분 40%를 확보해 3474억원 규모의 공사를 맡게 된다.
특히 이번 수주 규모는 남광토건의 지난해 매출액 3574억원의 97.20%에 해당한다. 사실상 한 건의 수주로 연간 매출에 맞먹는 규모의 일감을 확보한 셈이다. 공사는 경기 용인시 이동읍과 남사읍 일원에서 단지 조성과 구조물 등을 시공하는 사업이다.
이번 사업은 삼성전자가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업단지에 조성할 반도체 생산라인과 연계된 기반시설 사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삼성전자가 직접 발주한 공사는 아니지만, 대규모 반도체 투자가 본격화하면서 생산시설에 앞서 산업단지와 기반시설 조성 공사까지 건설사들의 새로운 일감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새롭게 삼성전자와 직접 계약을 맺은 중견 건설사도 등장했다. 금호건설은 지난 8월 삼성전자와 '삼성전자 플랙트 한국공장 신축공사' 도급계약을 체결했다. 광주에 연면적 2만3588㎡ 규모의 생산시설을 짓는 사업으로 2028년 2월 준공 예정이다. 계약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삼성전자가 인수한 독일 플랙트그룹의 국내 생산거점을 건설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플랙트는 냉난방공조(HVAC) 분야 기업으로, 금호건설이 짓는 공장은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 등에 활용되는 HVAC 생산시설이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 관련 투자가 늘어나면서 직접적인 반도체 생산시설뿐 아니라 관련 장비와 부품 생산시설까지 건설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도 중견 건설사의 관련 수주가 이어졌다. HL디앤아이한라는 삼성전자로부터 평택캠퍼스 345kV 변전소 신축공사를 수주했다. 계약 규모는 1429억원으로, 반도체 생산시설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는 핵심 인프라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HL디앤아이한라는 반도체 공장 자체가 아니라 전력 인프라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거래 관계를 확대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대규모 반도체 생산시설이 들어서기 위해서는 전력과 용수, 냉각 등 각종 기반시설이 함께 구축돼야 하는 만큼 관련 건설시장이 생산시설 외부로 확장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 관련 시설에서도 중견사의 수주가 이어지고 있다. 동부건설은 지난해 SK하이닉스로부터 용인캠퍼스 상생시설 신축공사를 1924억원에 수주했다. 사업 규모는 연면적 17만1339㎡로 지하 3층~지상 10층 규모이며 약 1400실 규모의 기숙사와 주차장, 어린이집, 음식점 등 복리시설이 들어선다.
동부건설은 앞서 SK하이닉스 청주지원관 등 관련 시설을 수행한 데 이어 용인캠퍼스에서도 일감을 확보하면서 반도체 기업과의 사업 접점을 넓히고 있다. 반도체 공장 건설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생산시설뿐 아니라 임직원 주거·복리시설까지 관련 건설 수요가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IS동서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공사를 수주하며 프리캐스트 콘크리트(PC)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IS동서는 SK에코플랜트와 지난 7월 SK하이닉스 '용인 클러스터 1기 Ph-1 IBL FAB PC공사-2'(서측 공동구2)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앞서 5월에는 SK에코와 SK하이닉스 '청주 P&T7' 신축 프로젝트에서 635억원 규모의 공사를 수주했다. SK하이닉스의 반도체 투자 확대가 원청사의 수주를 거쳐 중견 건설사의 일부 공정 수주로 이어지는 사례다.
이처럼 중견 건설사들이 반도체 관련 사업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주택사업의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상대적으로 대규모 투자가 예정된 첨단산업 분야에서 새로운 일감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내 생산시설과 산업단지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어 관련 인프라 발주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반도체 관련 건설시장은 하나의 공장 건설에 그치지 않고 산업단지 조성부터 전력·공조·용수 등 기반시설, 기숙사와 복리시설까지 다양한 공종으로 일감이 나뉜다는 점도 중견사에는 기회로 꼽힌다. 대형 건설사와의 정면 경쟁을 피하면서도 각사가 보유한 토목·건축·플랜트·설비 역량을 활용해 사업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반도체 관련 수주가 중견 건설사의 안정적인 성장으로 곧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대규모 투자가 특정 기업과 지역에 집중돼 있어 발주 일정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커질 수 있고, 첨단산업시설에 요구되는 시공 경험과 기술력을 확보하는 것도 과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 발주처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경우 특정 고객사의 투자 계획에 따라 수주 실적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투자가 확대되면서 생산시설뿐 아니라 산업단지와 전력·공조 등 주변 인프라까지 건설 수요가 함께 발생하고 있다"며 "중견 건설사 입장에서는 주택시장에만 의존하지 않고 산업시설 분야에서 새로운 일감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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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주현철 기자
jhchul37@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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