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제출 거부 막을 실효적 제재 마련 주문자본비용·예상수익 공시로 투자 판단 지원
상법 개정으로 주주 권리가 확대됐지만 경영진의 잘못을 입증할 자료는 기업이 보유하고 있어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주주가 소송에 필요한 증거를 확보할 수 있도록 증거개시제도(디스커버리)를 도입하고, 자료 제출 거부에 대한 제재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주영 법무법인 한누리 대표변호사는 30일 여의도 한국거래소 홍보관에서 열린 '자본시장 제도개선: 공시와 디스커버리' 세미나에서 "실체법적 권리를 법정에서 실현하기 위한 절차법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기업이나 경영자를 상대로 소송을 낸 원고의 증거 수집 수단이 부족하다고 짚었다. 이사의 충실의무 위반 여부를 판단하려면 이사회에서 어떤 결정이 어떤 동기와 과정을 거쳐 이뤄졌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해결책으로는 소송 당사자가 상대방에게 직접 문서와 답변을 요구하고, 법정 밖에서 증언을 확보하는 절차를 제시했다. 특히 질문서 제도는 법원을 거치지 않고 당사자끼리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첫 변론 전부터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
현정헌 법원행정처 판사는 "효과적인 제재 수단이 함께 도입돼야 한다"며 법원이 자료 제출을 명령하는 현행 문서제출명령도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는 원인으로 제재의 실효성 부족을 꼽았다. 새로운 절차를 도입해도 제출 요구에 불응하는 당사자에 대한 제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같은 한계가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소송에 앞서 주주가 기업의 투자 결정을 평가할 수 있도록 공시를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용우 AI금융·경제추진단장은 기업이 자본비용과 예상 투자수익률을 공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자본비용은 주주 등 자본 제공자가 요구하는 수익률로 예상 투자수익률과 이를 비교해야 사업에 돈을 투자할지, 주주에게 돌려줄지 가를 수 있다.
이종섭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공시가 투자자에게 유용하려면 필요한 정보를 적시에 검증 가능한 형태로 제공해야 한다고 봤다. 문서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경영진과 주주 간 정보 격차를 해소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이 허위 정보의 생산 비용도 낮추는 만큼 진위를 확인하고 신속하게 정정할 체계도 주문했다.
기업 측은 소송 남용과 영업비밀 유출을 막을 장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춘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본부장은 "투자자의 권리 구제라는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소송이 기업을 압박하거나 영업비밀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이용되지 않도록 보완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도현 금융위원회 공정시장과 사무관은 "자본비용과 예상 수익률이 산정 방식과 가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면서 "공시할 정보의 성격과 기업 부담을 함께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에는 예측 가능한 경영 환경을 제공하고 주주에게는 충분한 정보와 실질적인 권리 보호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공시 제도의 개선 방향을 정해 봐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문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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