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보험 5000만원 이하 연체채권 적용대손인정 후 반복적인 소멸시효 연장 제한채권 매각 시에도 시효완성 의무 유지
금융회사가 회수 가능성이 낮은 연체채권의 소멸시효를 반복적으로 연장하며 추심을 이어가던 관행에 제동이 걸린다. 앞으로 일정 금액 이하의 개인 연체채권은 대손인정을 받더라도 최초 소멸시효 완성 예정일에 원칙적으로 시효를 끝내야 한다. 장기연체자의 채무 부담을 완화하고 정상적인 경제활동 복귀를 지원하기 위한 조치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날부터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금융기관채권대손인정업무세칙' 개정안을 시행한다.
이번 개정은 지난 2월 발표한 '개인 연체채권 관리 강화방안'의 후속 조치로, 장기연체채권의 반복적인 추심과 매각으로 인한 채무자 부담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동안 금융회사는 회수 가능성이 낮은 연체채권을 추정손실로 분류하고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대손인정을 받으면 소멸시효가 완성되기 전에도 세법상 손실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대손인정 이후에도 지급명령 등을 통해 소멸시효를 반복적으로 연장하면서 장기연체채권을 계속 보유하고 추심하는 문제가 있었다.
금융당국은 금융회사의 연체채권 관리체계를 기존의 반복적인 시효 연장에서 '소멸시효의 원칙적 완성, 예외적 연장'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개정안에 따라 앞으로 금융회사가 개인 무담보 연체채권에 대해 대손인정을 신청하면 최초 소멸시효 완성 예정일에 시효를 완성하거나 해당 채권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대손인정을 받을 수 있다.
적용 대상은 은행과 보험사의 경우 5000만원 이하, 저축은행과 여신전문금융회사 등은 3000만원 이하의 개인 연체채권이다. 금융회사의 건전성 관리 부담과 소액 채무자 보호 필요성을 고려해 업권별 적용 기준을 달리했다.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회수 가능성이 낮은 채권이라도 향후 일부를 회수할 가능성을 고려해 소멸시효를 연장할 유인이 있었던 만큼, 이번 제도 개편이 장기연체채권 관리 관행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한 예외 조항도 마련했다. 채무자의 은닉재산이 발견되거나 파산·회생절차 등 법률상 불가피하게 시효가 중단되는 경우에는 소멸시효 연장을 허용한다. 신용회복위원회와 금융회사 자체 채무조정을 이행하는 경우도 예외에 포함된다.
금융회사가 연체채권을 다른 회사에 매각하더라도 소멸시효 완성 의무는 유지된다. 지난 8월 개정된 '채권추심 및 대출채권 매각 가이드라인'에 따라 금융회사는 채권매각계약서에 소멸시효 완성 예정일과 시효완성 의무를 명시해야 한다. 채권을 매입한 회사에도 관련 의무가 승계되도록 하고, 원래 채권을 보유했던 금융회사가 이행 여부를 점검·보고하도록 했다.
이는 금융회사가 채권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소멸시효 완성 의무가 사실상 무력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다.
소멸시효를 연장한 채권에 대한 사후관리도 강화된다. 금융당국은 업권별 소멸시효 관리 모범규준을 개정하고 시효 연장 채권에 대한 재심사 제도를 신설했다.
예를 들어 소멸시효 연장 이후 3년이 지나면 채무자의 상환 능력을 다시 평가하고, 상환 능력이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 소멸시효가 도래하기 전이라도 채권을 포기할 수 있도록 했다.
금융당국은 이번 제도 개편으로 장기연체자가 반복적인 채권 추심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경제활동에 복귀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회사 역시 자산건전성을 관리하는 동시에 연체채권 관리에 투입되는 인력과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개정안은 올해 4분기 금융회사의 대손상각 신청분부터 적용된다. 금융회사는 조건부 대손인정 대상 채권을 신청서에 별도로 구분하고 이후 소멸시효 완성 여부 등을 관리해야 한다.
금융회사별 연체채권 관리 실적도 공개된다. 금융당국은 올해 상반기 은행과 저축은행, 여신전문금융회사, 상호금융회사의 채권 포기와 채무조정, 채권 매각 실적 등을 업권별 금융협회를 통해 공시하고 향후 반기마다 공개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금융회사별 장기연체채권 관리 현황을 외부에서도 비교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단순한 부실채권 회수 실적뿐 아니라 채무조정과 채권 포기 등 채무자 보호를 위한 조치도 금융회사별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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