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시스템이 한화오션 지분 전량을 유동화하고 미국 필리조선소 지분 매각도 추진해 3조4000억원대 재원을 마련한다. 2040년까지 우주사업에 20조원, 국방 인공지능(AI)에 3조원을 투입하는 장기 투자 계획에 따른 자금 확보다. 다만 한화오션 지분 유동화는 주가 변동에 따른 사후 정산을 수반하는 데다 확보 재원만으로 전체 투자 계획을 충당하기는 어렵다. 위성망 구축에 필요한 추가 자금을 마련하고 관측 정보와 통신 서비스를 반복적인 매출과 현금흐름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시스템은 지난 16일 이사회를 열고 보유 중인 한화오션 보통주 2216만9660주를 1조3834억원에 양도하기로 결정했다. 한화오션 발행주식 총수의 7.24%에 해당하는 물량으로 한화시스템이 보유한 잔여 지분 전부다.
양수인은 모두 7곳이다. 키움증권이 약 816만주를 5092억원에 직접 인수하고 나머지 주식은 KB증권·한국투자증권·신한투자증권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6곳이 나눠 받는다. 이번 거래는 주가 변동에 따른 차액을 추후 정산하는 주가수익스와프(PRS) 방식으로 진행됐다. 계약 기간은 1년으로, 주식 양도 이후에도 주가 변동에 따른 손익이 남는다.
한화시스템은 지난 3월에도 한화오션 지분 약 4.33%를 같은 방식으로 유동화했다. 당시 처분 규모는 약 1조7000억원으로 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대신증권이 설립한 SPC들이 주식을 인수했다.
이번 거래까지 합친 한화오션 지분 유동화 규모는 3조834억원이다. 여기에 미국 자회사가 보유한 필리조선소 지분 60%를 그룹 계열사에 약 3251억원에 매각하는 거래도 추진하고 있다. 두 거래를 합산한 지분 처분 규모는 3조4085억원이다. 필리조선소 매각은 한화시스템의 현금 확보에는 도움이 되지만 그룹 계열사 간 거래인 만큼 그룹 전체에 외부 자금이 새로 유입되는 것과는 구분해야 한다.
초저궤도부터 통신망까지···궤도별 인프라 구축 추진
매각 배경에는 우주·국방 AI 사업을 본격적으로 키우려는 한화시스템의 중장기 투자 계획이 있다.
한화시스템은 2026년부터 2040년까지 초저궤도 합성개구레이다(SAR) 위성과 우주 AI 데이터센터, 저궤도 위성통신망 구축에 약 2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국방 AI 데이터센터 사업에는 2032년까지 약 3조원을 투입한다. 두 분야를 합친 투자 계획은 총 23조원이다.
국방 AI 데이터센터는 한화시스템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에너지와 함께 추진하는 사업으로 세 회사의 공동 투자 규모는 약 10조원이다. 한화시스템의 국방 AI 투자액과 세 회사의 공동 투자 규모는 산정 범위가 다른 만큼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우주사업은 위성을 제작해 판매하는 데서 나아가 자체 위성망을 운영하고 관측 정보를 서비스로 제공하는 방향으로 추진된다. 한화시스템은 2031년까지 초저궤도 SAR 위성 64기를 운용하고 전자광학(EO) 위성 4기를 더해 전 세계를 약 30분 간격으로 재관측하는 체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저궤도 통신위성망은 192기로 서비스를 시작한 뒤 60기 이상을 추가 발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관측위성이 정보를 수집하면 우주 AI 데이터센터가 이를 분석하고 통신위성망이 지상으로 전달하는 구조다. 한화시스템은 이를 국방 분야에 적용해 정찰 정보 분석과 작전 판단 지원까지 사업을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제주우주센터를 위성 생산 거점으로 삼아 연간 최대 100기를 제작하고 위성 제조·운용·정보 분석·서비스로 이어지는 사업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위성 제작에서 정보 분석과 서비스까지 사업 영역을 넓혀 부가가치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생산능력 확대가 곧바로 매출 증가나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위성망 구축에는 초기 투자뿐 아니라 발사·운용·교체와 지상시설 유지 비용이 지속적으로 들어간다. 관측 주기와 분석 역량을 경쟁력으로 삼으려면 데이터를 구매할 고객과 장기 계약을 확보하고 서비스 매출을 안정적으로 늘려야 한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한화그룹 방산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은 AI로 그 중심 역할을 한화시스템이 맡고 있다"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오션이 만드는 육·해·공·우주의 핵심 전력을 AI 지휘통제 시스템으로 연결하는 한화시스템은 한화 방산의 두뇌이자 신경망을 책임지는 핵심 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화시스템이 그룹 방산의 AI와 체계통합의 중심"이라며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독보적인 국방 AI 역량을 키워나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위성망 구축 넘어 데이터 수익화가 관건
3년간 한화시스템은 외형을 키웠다. 연결 기준 매출은 2023년 2조4531억원에서 2024년 2조8037억원으로 14.3% 늘었고 2025년에는 3조6642억원으로 전년보다 30.7% 증가했다. 방산 사업 성장과 2024년 인수한 필리조선소의 실적 반영 등이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2024년 2193억원으로 늘었다가 2025년 1199억원으로 45.3% 감소했다. 필리조선소 정상화 비용과 인수 관련 상각비 등이 수익성을 낮춘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2분기에는 매출 1조1176억원, 영업이익 103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각각 45%, 219% 증가했다. 다만 상반기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912억원에 그쳤고 투자활동에서는 5078억원이 순유출됐다. 영업활동으로 유입된 현금보다 투자활동에서 빠져나간 현금이 많았다는 의미다. 투자활동 순유출에는 설비투자 외에 금융·지분 거래 등이 포함될 수 있어 세부 내역을 구분해야 한다.
이번 지분 유동화는 우주·국방 AI 사업에 투입할 초기 재원을 확보했다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3조4085억원은 총 23조원 투자 계획의 약 14.8%에 해당한다. 단순 비교하면 나머지 약 19조6000억원의 재원이 필요하지만 투자 기간이 2040년까지 이어지고 국방 AI 사업에 다른 계열사도 참여하는 만큼 이를 곧바로 자금 부족액으로 볼 수는 없다. 연도별 투자 집행액과 자체 현금흐름, 차입 및 추가 자산 매각 계획을 함께 살펴야 실제 조달 부담을 가늠할 수 있다.
한화시스템은 2030년까지 우주사업 선행투자를 집중하고 이후 위성 데이터·통신 서비스에서 수익을 창출한다는 구상이다. 결국 위성망을 구축하는 데 그치지 않고 데이터를 구매할 고객과 장기 계약을 확보해 서비스 매출을 발사·운용·교체 비용을 충당할 수준으로 키워야 한다. 대규모 선투자를 지속 가능한 현금흐름으로 전환할 수 있을지가 사업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이번 PRS 거래는 보유 자산의 효율적 운용과 중장기 투자 재원 확보를 위한 전략적 판단"이라며 "이를 통해 재무적 유연성을 높이는 한편 위성·국방AI 등 미래 성장사업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고 중장기 사업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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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승용 기자
lsy2665@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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